철벽 연하남 전정국

그때의 우리 (2)



한달 후 )

"정국아 엄마랑 아빠 회사 때문에 우리 이사가야할거 같아"

"네..? 어디로요...?"

"지역을 옮겨야 할거 같아"

"네..?! ㅇ,안되는데..."

"미안해~ 근데 어쩔 수 없었어"

"이미 집은 다 봐뒀으니까 정국이는 몸만 가면 돼"

"정국이 짐은 엄마가 다 챙겨줄테니까 내일 친구들한테 작별인사하고 와, 알겠지? 내일이 마지막날이야"

"....안되는데...."


정국이는 차마 여주에게 인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여주 부모님께만 말씀을 드린 후 정국이는 그대로 이사를 가버렸다. 그렇게 나는 누나랑 떨어졌다. 연락도 못할만큼 멀어졌다.


그때 내 목표는 딱 하나였어. 얼른 키 키워서 누나 다시 만나서 고백하는거, 다시 누나가 살고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난 갑자기 중학생 때부터 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3때 혼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누나랑 매일같이 갔던 그 옥상으로 달려갔다. 매일 누나랑 거기 놀았으니까, 누나랑의 추억이 가장 많았고, 누나가 왠지 거기 있을거 같았으니까.


그 옥상 근처까지 다가가자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고, 행복함이 오랜만에 내 마음속으로 번지는 느낌이 들었다. 난 바로 옥상 문을 열었고, 역시나 누나가 거기 앉아있었다.


누나는 문을 등지고 앉아있었다. 난 누나를 봤다는 행복함에 조금씩 앞으로 나가며 누나를 부르려고 했는데, 누나가 다른 남자랑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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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 야 김석진! 뭐하는거야! 놀랬잖아.. 왜 갑자기 밀고 그래"

"ㅋㅋㅋㅋ 아 그래서 내가 너 손 잡고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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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아..?)


그때 그 남자가 누나의 손을 마치 연인처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둘이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게 되게 행복해보였거든.


"아 내 비밀장소 알려줬더니 장난이나치고...!"

석진이는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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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미안해"



정국이는 도저히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분노인지 질투인지 모를 감정이 터질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옥상을 내려갔고, 그 후 1년동안 그 옥상에도 여주 집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고1이 된 정국이는 혼자 자취를 하겠다며 다시 예전에 살던 동네로 이사 왔고, 고등학교도 집 근처로 옮겼다.


내가 살았던 그 동네로 다시 돌아온 난 누나랑 다시 만나고 싶어 누나집 앞에 하루에 5번은 찾아갔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싶던 모습이 아닌 보고싶지 않은 모습을 볼까봐 누나가 집에 안 오는 시간에만 집 앞에 찾아갔었다.


새로 옮긴 학교에서 내 두번째 추억이 될만한 일들이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생활은 재밌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학교생활도 수월했고, 그러다 간혹 누나가 떠오르긴 했지만, 그냥 넘겼다.

초,중학생때는 내 삶은 오직 누나생각 밖에 없었는데, 고딩이 된 지금은 내 삶의 좋은 친구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누나가 아니면 그 누구도 만날 수 없을거라고 확신했던 과거와는 달리 착하고 이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도 생겼다. 그러면서 난 누나도 언젠간 내 기억에서 잊혀질 그저그런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난 누나를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나를 잊기 위해 다른 애를 만났던거 같아, 걔를 오직 누나 잊기만을 위해서 만난건 아니야. 난 걔도 진짜 진심으로 좋아했고 사랑했어, 근데 내가 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누나였어, 누나가 자꾸 보였거든… 그걸 그 애와 사귄지 몇년 후에야 알았지 뭐야.. 근데 그 사실을 알게 되니까… 걔한테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아무것도 못했어… 그리고 그렇게 헤어졌어, 헤어지는게 맞다고 생각했어.. 다시 친구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걔를 친구로 잃기 싫어서 잡는건 내 욕심이니까..


그래서 그 후에 수지랑 일주일에 한두번 가던 그 옥상...아니 누나랑 매일매일 갔던 그 옥상에 다시 매일매일 출석하듯 갔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때엔 누나 소문을 몇번 듣긴 했었다. 2학년에 엄청 이쁜 여신 있다고, 근데 관심없었다. 그게 누나인지 몰랐으니까. 그렇게 또 1년이 흘렀다.


그 후 얼마전에 박지민 때문에 갔던 그 엠티에서 누가 자꾸 날 쳐다보던게 짜증나서 그 사람한테 갔다. 처음엔 못 알아봤다. 근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사람이 누나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누나란걸 알고 다시 보니 못 알아봤던 누나 얼굴에 누나의 어릴때 얼굴이 남아있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너무 미웠다. 짜증났다. 그냥 그때는 너무 보고싶었던 누나였지만 너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누나가 나한테 말걸고 다가오면 그렇게 철벽 치면서 누나도 맘 고생 좀 하게 하고 싶었는데... 또… 또 그 사람이다… 왜 이 사람은 아직까지 누나옆에 붙어있는건지… 왜 자꾸 누나랑 저렇게 사이좋게 있는건지… 짜증난다… 그래서.. 내 철벽이...누나한테 치던 내 철벽이...무너졌다… 그 사람 때문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누나가 그 사람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다시 느껴지는 그 불안감에…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