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전정국을 지나쳐 코인 노래방 건물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아니, 전정국은 저런 낯간지러운 말이 쉽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말들을 전정국은 너무나도 쉽게 내뱉었고, 그로 인해 심장이 간질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성큼성큼 걸어 코인 노래방을 활보하기 시작할 때쯤, 뒤에서 전정국이 내 이름을 부르며 따라 들어오는 게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쌩까고 싶었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그 마음을 막아섰다.
“김여주-.“
”… 뭐.“
”왜 또 혼자 가고 그래.“
”내 마음이거든.“
말은 틱틱대면서도 몸은 전정국과 가까이 붙어있었다. 내가 모르는 공간 속 사람들은 되게 다양했다. 화려한 머리카락 색을 가진 사람도, 나와 같은 범생이로 보이는 사람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어때, 나보다 잘생긴 사람이 있어?”
“아직 모르지. 뭐… 반반하게 생긴 남자는 좀 있네.“
내가 마음에 드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말하자 전정국의 발걸음이 멈춘다. 노래방을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던 나는 빈 방 하나를 찾아 문고리를 쥐며 전정국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전정국, 여기 비었어!“
“……“
”야! 여기 비었다고!!“
내가 몸을 돌렸을 때, 전정국은 가까운 듯 먼 거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놀아주기로 했으면 빠릿빠릿하게 좀 움직이던가… 내가 큰 소리로 불러도 움직이지 않는 전정국에 미간을 구기며 전정국 앞으로 다가갔다.
전정국에 앞에 서 전정국의 오른쪽 팔을 잡아 끌어 당기기 시작한 나였고, 그럼에도 한참을 꿈쩍도 않는 전정국이다.
“대체 뭐가 문제야.“
전정국이 저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분명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였다. 붙잡았던 전정국의 팔을 놓으며 전정국을 노려보다시피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나보다 잘난 놈은 없는 것 같은데.“
“허, 너 지금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였어?”
“당연하지.“
전정국은 보면 볼수록 참 이상한 놈인 것 같다. 옆에 있으면서 전정국을 잘 아는 듯 싶은데, 또 가끔은 아예 모르겠고. 하여튼 좀… 유치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헛소리 말고 빨리 와.“
“여주는 내가 이렇게 훅 다가가도 별 생각 없어?“
또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서스럼없이 뱉으며 자신의 얼굴을 내 코 앞으로 내미는 전정국에 순간적으로 숨을 참았다. 전정국이 훅 들어오는데 내가 별 생각이 없을 수가 있을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전정국을 좋아하는 걸 인지한 나에게는 심장이 벌렁거리는 일이었다.
그래봤자 전정국의 마음을 아예 모르는 상황에 그렇다 대답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테니… 나는 대답을 아예 피해버리기로 결정했다.
“얼굴 저리 치워.“
”… 김여주 대답 한 번 듣기 겁나 힘드네.”
”……“
”대답은 됐고, 들어가기나 하자.“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곧장 빈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전정국이었다. 하지만 나는 봤다. 전정국은 분명 여태껏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약간의 씁쓸함이 담긴 듯한 그 표정은 내 심장 한 켠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빈 방에 들어오긴 했는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멀뚱멀뚱 앉아 노래방 기계만 쳐다봤다. 아, 물론 노래방 기계를 못 만지는 건 아니다. 돈 넣고, 리모컨으로 뭔가 누르면 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내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 건, 전정국과 단둘이 좁다면 좁은 공간에서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전정국의 그 표정을 못 봤으면 모를까, 왠지 모르는 어색함이 흐른다.
“푸흡… 아, 진짜……”
그것도 잠시, 갑작스레 웃음을 터뜨리는 전정국에 어색함이 와장창 깨졌다. 전정국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서 한참을 웃었고, 묘하게 짜증이 오르는 웃음이었다.
“전정국, 지금 비웃는 거지….”
“찔렸냐?”
“맞잖아!”
“아니, 구석에 박혀서 눈치 보는 게 너무 웃긴 걸 어떡해. 너 그럴 때마다 얼굴에 다 드러나는 건 알아?“
내가 원래 뭔가 얼굴에 쉽게 드러나는 사람이 아닌데… 이것도 전정국 한정인가 보다. 대체 전정국은 나한테 어떤 사람이길래 나를 이렇게까지 바꿔놓는 걸까? 좋은데 무섭고, 두렵다. 정확하게는 내가 변하는 건 좋은데,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게 전정국이라는 게 두렵다.
내가 전정국을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무섭다.

“하긴, 그게 네 매력이긴 하지.“
전정국은 내 모난 모습들을 다 봤으면서 내 매력이다 뭐다 저런 얘기를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 혼란스러워진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전정국과 울렁거리는 마음에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옆에 자판기 있더라.“
”왜, 목 말라?“
”내가 가서 음료수 좀 뽑아올게. 여기서 기다려.”
가슴이 꽉 막힌 듯한 갑갑한 느낌에 심장 부근을 꽉 쥐었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잠깐이라도 전정국 옆에서 떨어지고 싶었다. 두 눈을 질끈 감자 바로 옆에 있던 음료 자판기가 떠올랐고, 마르지도 않은 목을 핑계 삼아 밖으로 빠져나온 나였다.
자판기 옆 벽에 등을 기대 스르륵 주저 앉아버린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이 새빨개지다 못해 피가 날 정도로.
“대체 언제부터 좋아진 거야…”
고개를 푹 숙이며 혼자 겨우 들릴 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자판기에서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 앞에 누군가의 발이 멈춰섰다.
혹시나 전정국일까 하는 기대가 나를 잔뜩 부풀게 만든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주인공과 눈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