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망치러 온 양아치 전정국
전정국과 더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고 인지한 순간, 전정국을 보는 나의 온도는 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온종일 그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음에도 더 같이 있고 싶었고, 집에 들어와 방문을 꼭 잠근 뒤에는 새벽 내내 폰을 붙잡았다.
멀쩡하다가도 어느 순간 실실 웃음이 터져나오고, 진심으로 행복하다 느낄 때, 나는 스스로가 좀 신기했다. 전정국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모든 것에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는데. 전정국 하나 내 인생에 들어왔다고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나는 어쩌면 이런 느낌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매일 짜여진 일정에 맞춰 흘러가던 내 인생이 조금씩 틀어지는 듯한 느낌. 그래서인지 전정국과의 연애도 더없이 짜릿했다. 내게는 이 연애 조차도 일탈하는 것만 같아서.










지금 역시 그렇다. 늦은 밤, 따뜻한 물에 잔뜩 몸을 녹이고 나와서도 전정국이 우리 집 근처에 왔다는 말에 겉옷을 챙겨입었다. 이 시간에는 독서실이 아니라면 절대 가지 않던 나였는데… 내 모든 변화에 심장이 찌릿찌릿할 뿐이었다.
“이걸 들고 나가야 하나…”
전정국에게 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집 밖에 나가거나, 집에 들어올 때, 부모를 마주친다면 아주 곤란해질 테니까. 입고 있던 반팔티 위에 후드티를 입은 뒤, 짧은 반바지를 갈아입을까 말까 고민하던 차였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가방에 바지에 대한 고민은 싹 잊어버린 채 잠시 고민했다.
그 끝에 내 선택은 가방을 가지고 나가는 거였다. 아직은 부모가 무섭다. 마주치기만 해도 몸이 떨리는 그런 존재였기에. 혹시나 마주칠 때를 대비해 항상 매고 다니는 백팩을 손에 쥐고, 조심스러운 발길로 집 밖을 나왔다.
“전정국-.“
늦은 시간이라 목소리를 높이진 못하고 조용한 거리를 두리번 거리며 전정국을 불렀다.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는 게 꼭 도둑 고양이 같았지만, 이렇게라도 전정국을 만날 수 있음에 두근거렸다.
“김여주, 여기.”
전정국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골목길 가로등 밑에 검은색 바이크와 함께 서있었다. 내가 본인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건지, 전정국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말했잖아, 보고 싶어서.“
“……“
“뭐 더 말해 줘?“
전정국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전정국에게로 달려갔다. 전정국은 그런 내 허리를 두 손으로 덥석 잡아 그대로 들어 본인의 바이크 위에 앉혔고, 우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이크에 앉아 가로등 밑의 우리를 보며 이상한 생각을 했다. 불어오는 바람과, 아무도 없는 골목, 우리를 비춰오는 가로등 불빛까지.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이대로 잠깐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말이다.
“네가 날 원한다고 하면 더 해주고.“
몇 번이고 생각해도 전정국은 많이 짓궂다. 날 충분히 알면서 내 입을 통해서 말이 나와야만 뭘 해준다는 저 말이 마치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면 사탕을 주겠다며 애를 달래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랬기에 전정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길 마음 먹었다.
“… 원해.“
내 입이 떨어지는 순간, 전정국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다음, 내 앞으로 훌쩍 다가와 한 손은 내 허벅지 위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뺨 한 쪽을 감쌌다.
“사실 난 조금 발칙한 생각을 가지고 왔는데 말이지.“
“어…?”
내 뺨을 감싸고 있던 전정국의 손이 점점 귀 쪽으로 가더니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전정국의 손길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전정국은 붉어진 내 귀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키스해도 돼?“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키스해도 되냐고 묻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고, 전정국의 움직임이 멈췄다. 전정국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나와 밀착되다시피 있던 전정국의 어깨에 두 손을 얹은 뒤, 그대로 전정국과 입술을 맞댔다.
자연스레 감겨진 서로의 눈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우리를 감쌌다. 한 번 시작된 입맞춤은 진득하니 한동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