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만 다정한 양아치 전정국
* 글 특성상 비속어가 나올 수 있으므로 이 점 유의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김여주 대체 어딨는거냐.. ”
“ 김여주!!! ”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몇 번더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덕분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토록 기다리던 정국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오랜시간동안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있어서 그랬는지 다리에 쥐가 와서 전혀 일어서지 못 했다. 목소리가 걸걸했지만 정국을 불렀다.
“ 전정국.. ”
“ 김여주..? ”
“ 아으.. 나 좀 일으켜줘라 살려줘ㅠㅠ ”
정국이 내 목소리를 듣고 바로 발견했다. 정국이가 꽤 당황했는지 말도 어버버 거리고 행동도 로봇처럼 삐걱거렸다. 내가 알던 정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화가 아직 남았는지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정국이 한숨을 깊게 쉬더니 긴 팔을 나에게 내밀어 줬다. 나는 애써 웃으며 정국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 했지만 도저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못 일어나겠어? ”
“ 응.. 미안 ”
“ 다리 주물러줄게. 내 쪽으로 다리 펼 수 있겠어? ”
“ 진짜? 나야 고맙지~ ”
“ 너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
“ 응? 나? ”
“ 그래. 너 말이야 너. ”
정국이 손가락을 세워 내 이마에 툭 쳤다. 아프지 않았지만 입술이 오리처럼 마중 나왔다.
“ 주둥이 집어 넣어라. ”
“ 넵. ”
“ …………….. ”
“………………”
“ 계속.. 여기 있었던거야? ”
” 응? “
잠깐의 정적을 깬 사람은 정국이었다. 쥐가난 내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내게 물었다. 계속 이 좁은 곳에서 기다린 거냐고. 나는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두 어번 끄덕였다.
정국은 옆에 있던 커피를 확인하더니 그 뒤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나 또한 정국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서로 말이 없을때 발에 났던 쥐가 더 이상 나지 않았고 정국에게 그만해도 된다며 미끄럼틀 안에서 빠져나왔다. 정국도 쭈그려앉았던 자세를 고치고 일어섰다.
” 전화는 왜 안 받았어? “
” 아 그게.. 잠이 들어서.. “
“ 커피들 다 식었겠네. “
” 그러게.. 맛 없겠다 그거 그냥 내가 집가서 버릴게..!
맛도 없는데 뭐하라 먹어. ”
“ 나 생각해서 샀다며. ”
“ 어? ”
“ 왜 아니야? ”
“ 아, 아니!! 당연히 맞지!!! ”

“ 그럼 마셔야지. “
” 에? 맛 없다니깐! “
정국의 커피를 빼갈려 했지만 커피는 어느새 자신의 주인 손에 들려있었다. 그러곤 빨때를 꽂아 빨아 마셔대기 시작했다. 억지로 먹는 모습인 거 같아서 계속 말렸지만 다 마시고 말겠다면서 나에게 절대 주지 않았다. 어쩔줄 몰라하는 내 모습을 보던 정국은 마시던 커피를 잠시 입에서 떼어놓고 나를 무섭게(?) 쳐다봤다.
“ 왜, 왜.. ”
“ 억지로 먹는 거 절대 아니니깐 걱정하지마. 나 억지로 먹는 거 진짜 싫어해. ”
“ .. 응! ”
“ 또 물어볼 거는 없어? ”
“ 엄.. 일단 우리 여기에서 벗어나자.. ㅋㅋㅋ “
” 아 그러네. “
“ 어으 춥다.. 실내로 좀 들어가자. ”
“ 그러자. ”
커피 마시는걸 멈췄던 정국이 다시 마시기 시작했고 정국이 먼저 내려가고 나도 커피를 챙겨 밑으로 내려왔다.
먼저 내려간 정국은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내려온걸 확인하고 둘이 걸음걸이를 맞추며 같이 걸어갔다.

“ 나 너네집에 예고도 없이 가도 되는거냐. “
” 뭐 어때 ㅋㅋㅋ “
원래 우리의 계획은 따뜻한 실내를 들어가 같이 저녁을 먹자는 단순한 계획을 세웠지만 주변에 마땅한 곳이 없어 결국 오늘도 우리집으로 왔다. 솔직히 우리집도 먹을거라곤 라면과 내가 직접한 밥, 간단한 국 이었다.
” 부모님 걱정하시겠네. ”
“ 잉 왜? “
"딸이 밖에서 나같은 놈 때문에 기다려서 감기걸리게 생겼는데. ”
“ 너희 부모님도 너 걱정하실 거 같은데.. ”
“ .. 글쎄. “
” 응? “
“ 아냐. 춥다 얼른 들어가자. ”
“ 그래..! ”
정국의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지만 별거 없다며 다른 말로 돌리려는 정국에게 차마 다시 물어볼 수는 없었다.
둘이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집 현관문 앞까지 왔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려하자 정국이 반대쪽으로 아예 몸을 돌렸다. 이런 사소한 행동에 고마웠다. 내가 먼저 들어가고 정국이 나를 따라 들어왔다.
“ 김여주 내 모자 너 책상에다가 잠깐 둔다. ”
“ 엉 맘대로 하셔~ ”
정국은 모자를 바로 벗었고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사실 내 집은 크지 않다. 방과 화장실 하나 에다가 거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좁은 거실과 부엌도 좁았다.
“ 야 전정국! 저녁 먹고싶은 거 있어? ”
“ 요리할 줄은 아냐? “
“ 야!! 나도 간단한 거는 하거든!! “
” ㅋㅋㅋ 알았어 알았어. “
하지만 막상 요리를 하려니 만사가 귀찮고 하기 싫어졌다. 아직 많이 부족한 요리 실력을 정국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오직 정국에게는 완벽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 .. 야 그냥 라면이나 끓일까? ”
“ ㅋㅋㅋㅋㅋㅋ 거 봐. ”
“ 우씨.. 뒤진다?! “

“ 라면은 내가 끓일게. 넌 옷이나 갈아입어라. ”
“ 아, 아니 내가 끓일게..! 너가 어떻게 보면 손님이잖아. ”
“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람이 손님은 무슨. 나 라면 존나 잘 끓임. ”
“ .. 그럼 한 번만 부탁 좀 하겠습니다..! ”
라면 끓이는 일은 정국에게 맞기고 나는 방으로 들어와 교복을 벗어 던졌다. 답답한 교복을 벗으니 살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큰 오버핏 핑크색 후드티와 긴바지까지 따뜻하게 입어주고 머리는 위로 질끈 묶었다. 교복을 옷걸이에 이쁘게 걸어두고 어디 어지럽혀 있는지 확인 후 방을 나왔다. 부엌에는 정국이가 열심히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은근 멋있었다..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 탓인가 내 시선이 느껴진 거 같은 정국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 뭐야 그 핑크색은? ”
“ 아 이거 친오빠 건데 내가 뺏어 입은거임. 우리 오빠가 핑크색 옷을 너~무 좋아해서. ”
“ 친오빠가 있었어? “
“ 응. 원래 같이 살았는데 출장때문에 잠시 집 비운거야. “
“ 외로웠겠네. ”
“……………….. ”
정국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순간 슬픈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이 떨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정국도 내 얼굴을 보고 눈치 챘는지 다시 시선을 냄비에게로 향했다. 후드티 소매로 새어나온 눈물을 벅벅 닦고 식탁을 정리했다. 얼마나 지나지 않고 정국이 자신의 소매를 손으로 감싸고 냄비 손잡이를 잡아 냄비를 들어올렸다. 나는 정국이 잡아 올림과 동시에 냄비 받침대를 정가운데에 두었고 냄비를 그 위에 올렸다. 젓가락은 어디서 잘 찾았는지 내게 건넸다.
“ 땡큐.. 야 뭐야~ 라면 완전 잘 끓였는데? ㅋㅋㅋ 비주얼 합격! ”
“ 뭐래 ㅋㅋ 배고플텐데 얼른 먹자. ”
“ 물 줄까? 필요한 거는 없고? ”
“ 앞접시 꺼내야하, ”
“ 꺼내줄게!! 다 말해! ”

“ 됐어 내가 가까운데 내가 꺼내줄게 앉아있어. ”
“ .. 저기요 이 집의 주인은 나인걸 잊지 마세요? ”
“ 안 잊어. “
” 응.. “
정국은 자연스럽게 선반에서 2개의 앞접시를 꺼내고는 내 앞에 하나 자기 옆에 하나 두었다. 정국도 꽤 배가 많이 고팠는지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나도 배가 고팠기 때문에 빠르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냄비를 보니 2개를 끓였다기에는 다소 많은 양에 옆에 차곡히 쌓여져있는 라면 봉지를 세어봤다. 3개는 끓인 것 같았다. 그렇게 서로 먹기에 바빴다. 혼자가 아닌 정국과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았다.

“ 벌써 9시가 넘었다 전정국? ”
“ 왜 뭐. ”
“ 집 안 갈거냐고..^^ ”
“ 안 갈건데? ”
“ 미친놈인가? ”
나도 모르게 놀라서 욕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나는 당황했지만 정국은 아무렇지 않다는듯 좁은 거실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나는 그저 정국의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정국이 웃더니 알았다며 누워있던 몸을 힘들게 일으키고 내 방에 들어가 모자를 가져왔다.
“ 근데 모자는 왜 가져온거야? ”
“ 그냥 멋이랄까. ”
“ .. 그게 뭐야.. ”
“ ㅋㅋㅋㅋ 나 간다. 라면 잘 먹었어. ”
“ 나야말로 고마웠다! 조심히 들어가. ”
” 응. “
정국이 대답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 방금 전까지도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집이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핸드폰을 하고 있던 중 정국에게 카톡이 왔다.

“………………. ”
답장을 바로 보내고 핸드폰을 꺼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 눈을 꼭 감고 잠에 들려 애썼다. 양이 몇 마리인지 세보고 숫자를 1부터 세는 것도 시도했지만 잠에 들지 않았다.
“ 하긴.. 그렇게 자놓고도 지금 잠이 오는 게 신기하다.. ㅋㅋㅋ ”
결국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집어서 정국과 나눴던 짧은 카톡 내용만 계속 봤다. 아직 내 답장을 읽지 않았다. 약간 서운했다. 정말 정국의 말대로 심심하면 불러도 되는지 고민도 했다. 괜시리 침대 머리맡에 있던 작은 토끼 인형을 잡아 내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곤 잠에 들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들 즐겁고 안전하게 설 연휴 보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