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그냥 그렇게 죽고싶어.

암막커튼 때문에 밖이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는 작은 방 안, 흩어진 수면제들과 마약 그리고 침대 맡에 쓰러지듯 기대어 있는 바짝마른 윤기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옆에 널부러져 있던 피로 얼룩 진 커터칼을 집어 들었다.

윤기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칼날을 빼 이미 상처로 가득덮힌 제 손목을 그었다 칼날이 지나가고난 자리는 검붉은 피들이 따라 흐르며 길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윤기는 칼을 내려놓지 않고 계속 손목을 그어댔다 손목과 칼날 그리고 칼날을 잡은 손이 피로 물들다 못해 범벅이 되는 지경이 왔음에도 칼은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피를 많이 흘려 쓰러지고 나서야 칼을 놓았다.

그자리 그대로 쓰러진 윤기는 시야가 멀어지는 그때서야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아픔은 느껴지지도 않는것처럼 그렇게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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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죽을 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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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 삐뽀-

병동을 돌다 급하게 호출을 받고 응급실로 내려오자 
익숙한듯 식염수 여러병과 드레싱 세트를 두고 응급처치를 하고있는 헤드쌤이 보였다.

커튼을 재끼고 들어서서 상태를 살피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다 자해 환자라고 듣긴했지만 팔은 거의 걸레와 가까운 수준에다 얼마나 그어댄건지 지혈이 안돼 피가 배드 밑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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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쌤 수술방 RNG 해주세요, 상태 심각해서 수술하면서 봐야될거 같아요."

"네 김쌤."

수술방이 차려지는 동안 수혈을 하며 계속 지혈했다.
고작해야 18살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해서 죽으려고 했던걸까.

수술은 거의 10시간이 걸렸다.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던건지 혈관들은 물론 힘줄까지 다 망가져서 진짜로 큰일날뻔 했다 일단 살리기는 했지만 아마 손이 많이 불편해질 거 같다.

대체 얜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
바짝 마른 몸으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체 겨우 숨만 쉬며 수술실을 나온 아이를 병실로 옮겨주고 링거를 조절해 준 뒤 숙직실에 녹초가 된 몸을 눕혔다.

대체 그 아인 정체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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