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둘 미련이 생길리도 없었지만, 죽어도 미련을 만들고싶지 않았다 미련이 있으면 죽을 수 없을거 같아서 그렇게 애를 썼는데 대체 왜 당신이 뭐길래....

"가세요, 쉬고싶어요."
"윤기야, 밥 꼭 챙겨."
나가는 순간까지도 나를 걱정하는 선생님이 너무 밉다 왜 날 걱정하는거야 왜 내 삶에 미련이 생기게 하는거냐고.. 뒤돌아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머릿속이 폭탄이라도 집어넣은 것 마냥 복잡했다.
여태껏 이런 적 없었는데 미련이 생겨 죽음을 망설이게 될 내 자신이 너무 무서웠다.
침대에서 내려와 링거줄을 뽑고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무작정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와 난간에 올라섰다 그러자 바람이 나를 데려갈듯 시원스레 불어왔다.

"..여기서 떨어지면 아프려나."
뒤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여러개 들려왔다.
내가 없어진 걸 알고 간호사님들이 찾으러 온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지만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끼이익-
"환자분!!!!"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여러명의 발소리가 이어지고 간호사님이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건 간호사님이 아니었다.
없겠지 있을리가 없어 환자가 나 하나도 아닌데 어떻게 오겠어, 눈을 감고 몸을 천천히 돌려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느리게 눈을 뜨자....
말도..안돼....

"윤기야!!!!"
*
*
*
*
"김선생님 302호 자해환자 병실에서 없어졌어요!!!!"
다급하게 달려온 김 간호사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대체 그 몸으로 어디를 갔단말인가
남은 진료를 남준이에게 부탁하고 윤기를 찾아 달렸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윤기는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대도 없다 하지만 찾지 않은 곳이 한 곳 남아있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그곳, 이 병원의 옥상.
지체 할 시간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아까부터 올라올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석진은 미친듯이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을 열자, 난간 위에 위태롭게 서서 감고 있었는지 슬며시 눈을 뜨는 윤기가 보였다 바로 달려가며 소리를 쳤다 윤기야..민윤기!!
저 사고뭉치 진짜!
내가 다가가자 나를 발견한 윤기의 눈이 요동쳤다 마치 내가 올거라곤 생각하지 못 한 것 같았다 얼른 윤기를 안아 난간에서 내렸다.
난간에서 바닥에 내려 온 윤기는 내 가운 자락을 꽉 쥐며 괴로운듯 아까처럼 울먹였다.

"선생님때문에....내가..죽는게 무서워져 버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