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그만마셔 많이 먹는게 뭐가 좋다고"
"왜? 기분 좋을때 많이 마셔야지"
"...내일 고생하지 말고"
"신경 끄세요.."
"...."
"아, 맞다 신경 쓴다고 했지?"
냉장고 문을 막아선 태산씨는 지금 여주씨의 상태가 걱정되긴 합니다. 사실 태산씨도 다 알고있었고든요. 여주씨가 잠적해서 연락도, 밖에 나오지도 않는다는걸요 근데 4일만에 밤마다 술, 새벽까지 놀고 그런데 살은 더 빠진것 같거든요
걱정하는 태산씨를 또 삐뚤게 받아들이는 찌질이 김여주씨, 솔직히 여주씨 지금 기분 좋지 않습니다. 왜냐면요.. 사실 태산씨가 아까까지는 여주씨에게 다 해줄것 마냥 굴었는데 방금전에는 지예씨랑 조연씨랑 성호씨랑 얘기하는걸 봤거든요. 또 속았나 싶긴 했습니다.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여서
"야, 일관성을 좀 가져봐"
"...무슨 일관성? 나 되게 일관적이야"
"여러명 찌르지 말라고, 저주하라고 판을까네 아주"
엇..또 독하게 말을 내뱉습니다. 좀전에 잠시 한태산씨를 믿을뻔한 그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항상 인기많던 태산씨가 두려웠던 것도 사귈적에도 느끼고 지금도 느끼고 있다는게 여주씨를 저 혼란스럽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얼른 자리를 피해서 다시 지현씨 옆으로 갑니다. 지현씨는 성호씨랑 수다중, 음..심심하네요 싶은 순간, 재현씨가 쇼퍼에 기대서 여주씨를 돌아봅니다

"오늘 재밌었어요?"
"나쁘지 않았다? 재현씨는?"
"저도요"
"바꿔달라고 하실 정도였는데 괜찮았나봐요"
"생각보다는요"
"...."
"힘들거나 그런거 있어요?"
"...안힘든 사람이 있나?"
"없죠..ㅋㅋ 미친거죠 안힘들면"
"솔직히 아, 이거 여기서 말하면 안되는데"
"잠깐 노가리 까러 갈래요?"
술기운인가? 다른 사람과는 달리 여주씨나 재현씨나 둘다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한것 같습니다. 자신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 성호씨나 재현씨가 편한데 성호씨한테는 좀 실례니까, 재현씨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여주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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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약간 그런거 있지 않아요? X가 신경 쓰이는건 아닌데, 아 약간 눈길은 가고 생각은 나는데 그게 좋은 생각은 아니고 그런거요"
"아, 이건 진짜 저도 그래요. 근데 저는 X랑 좋게 해어지지도 않았어서 진짜 둘다 서로 거의 증오 정도로 생각한단 말이에요"
"...저는 둘다 싫어하는건 아닌것 같아요 X는 절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나마 괜찮은 소식이네"
"...좋은가...? 근데 전과 현재가 너무 다르니까.."
"놀리는거 같죠"
"
"근데 놀리는건 아닐것 같긴해요. 그 사람을 알거 아니에요 그동안의 시간동안 그런 악질을 저지를 사람인지 아닌지 그건 알수있잖아요"
"...진심인건가...?"
"대화 해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너무 쉽게 용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싶네요"
"재현씨는 X 용서가 가능해요? 난 너무 바보같은 행동 같은데"
"....가끔 미치면 바보같은 행동도 똑똑하다고 착각할때가 있긴 하죠, 근데 전 이미 그걸 겪어본 사람이라 죽어도 같은 짓은 않하죠"
"....그쵸,...음..."
"솔직히..! 이번 데이트 괜찮지는 않았거든요? 아니 나는 왜이렇게 X눈치를 보는지.."
"...대놓고 별로였다하면 들릴수도 있으니까 재현씨 되게 세심한 사람이었네"
"이게 세심인건가?"
"당연하죠, 일종의 배려니까"
재현씨와 대화는 여주씨에게 어느정도 도움이 됐을까요? 여주씨는 여기서 X생각과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건 진심으로 그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쏟아냈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게 괜찮아지는 사람에겐 예외가 될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대에게서 자신이 마음조각을 발견했을때, 그 감정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현씨나 자신이나 당연한 감정이라고 여기는게 맞다고는 생각합니다. 근데 태산씨는 여주씨에게 재회를 열어놓고 다가오는데 이건 여주씨의 숙제나 마찬가지인듯 싶습니다.
"근데 저는 만약에 X가 재회가능성을 제시한다면, 안그럴것 같긴한데 ...저는 좀 흔들릴수도 있을것 같긴해요, 물론 전 재회하지 않을거지만 깨진그릇을 새로 사지 않는이상 완벽 복구는 안되니까 적어도 두 사람이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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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가겠다는 재현씨에게 그러라며 고맙다며 보냈습니다. 아직 발코니에 앉아 재현씨의 말을 곱씹어 봅니다 두 사람이 변화할때 그때 관계가 새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태산씨와 자신이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 뭘까 생각이 듭니다. 여주씨는 모르겠습니다. 5년을 사귀며 서로 기분 나쁜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태산씨가 어느순간 자신을 홀로 둘때, 이건 서로의 감정이 사라졌던 건데 이걸 어떡해 바꾸라는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숙제만 늘어나는 여주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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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멍때리기 왜?"
"아니, 오늘 또 김여주를 못봤네"
"오빠 나 너무 좋아하네"

"그걸 아는놈이..."
"아 지금 봤잖아..!"
"인기가 너무 많으신것 같네요"
"감사할게요"
"ㅋㅋㅋㅋ어이없네"
"재현씨랑은 고민상담, 태산씨랑은 데이트..? 뭐 그거 하튼 나도 하루종일 불려다녔어"
"일단 바닥에 앉지 마시고 의자에 앉아"
어머 생각해보니 지금 구도가 좀 웃기긴 했네요. 여주씨가 바닥에 쪼그려앉고 성호씨가 약간 밑으로 내려보는 좀 무서운 구도네요. 우리 여주씨 의자에 앉으면 성호씨도 마주 앉습니다. 성호씨는 뭐 어제 했던 얘기로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여주씨는 멈칫하다가도 신경을 안쓰기는 어려운데 그걸로 우리 사이가 어색해지진 않을거라며 조금 성호씨 입장에선 애매한 답을 남깁니다. 그 이후론 좀 일상적인 대화였던것 같습니다. 이 근처 어디어디 맛집이 있다는 둥 오늘 갔던 카페가 예뻤다는 둥.

"에이, 김여주랑 가야 더 재밌는데"
"에이, 오빠랑 가야 더 재밌는데 아깝게됐다"
"담에 가자 진짜 사심없이, 불편하지 않게"
"오빠, 여기서 너무 배려하지마 너무 착하네 보니까"
"ㅋㅋㅋㅋㅋ아 좀 이기적이고 싶네"
말은 그렇게 해도 어쨌든 내일, 아니 1초뒤에도 여전히 자신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성호씨를 압니다. 여주씨는 확실히 성호씨가 편하기는 합니다. 자신이 좋다던 성호씨를 그 당시엔 조금 불편했더라도 지금 성호씨와는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그건 남을 배려해주는 성호씨로 인해 그렇다는것을 알기에 여주씨는 정말 좋은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듭니다. 대체 누가 이렇게 배려 가득한 사람과 해어져서 여길 나왔을까? 뭐,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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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씨와 다음을 기약하고 방으로 들어온 여주씨입니다. 방에는 아무도 없군요. 빠르게 씻고 취침합니다. 새벽2시, 얼마전까지 폐인같이 언지 밤이고 낮인지 밤과 낮이 있었던건 지도 모르던 그 시절이 이젠 먼 과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여주씨입니다. 어느순간은 몸의 과부하가 오기도 하고, 지쳐 버릴때도 있습니다. 근데 여기에 나온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좋은인연, 그리고 한태산씨의 진심같은 진심들을 알았으니까요.
"여주 뭐해?"
"잘려고 언니도 자게?"
"어어, 아니 테라스 갈려고 했는데 지예씨랑 태산씨 얘기중이서 걍 잘려고"
"...아 둘이 얘기중이야?"
"아니, 지예씨 태산씨 진짜 좋아하나봐"
"..그럴수도 있지"
"자기는 X생각이 안났데"
"지예씨 되게 건강한 사람이네"
"그러니까 좀 부럽기도 해"
X생각따윈 않하고 태산씨를 좋아하는 지예씨, X생각을 하며 여주씨에게 다가오는 태산씨, 그걸 알면서도 아직도 숙제 가득한 여주씨,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예씨 같이 밝고 좋은 사람이 다가오면 저주만 받을 자신보다도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입니다. 곧 지칠지도 모릅니다. 그게 뭐 여주씨가 바란다고 하는 것이기는 합니다.
"근데 태산씨도 지예씨 괜찮아 하더라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주씨는 태산씨의 새출발을 응원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신과 재출발하기를 원하는것도 아닙니다. 저주일뿐입니다. 지예씨가 마음에 든다면 태산씨가 말한 진심은 더이상 진심이 아닙니다. 안과 밖이 다른것 같은 태산씨를 어떡할까 이대로 자신에게 지치기를 바라는건 아닌데 바라나? 재현씨와의 고민상담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군요. 성호씨와의 대화는 여주씨에게 평온을 가져오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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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씨는 태산씨가 어떠나요?"
"진짜 아 이런말 하면 안되나? 저는 저에게 딱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좋은사람!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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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씨는 지예씨가 어떠나요?"
"X제외 가장 가까워진 여성분이죠 재밌고 편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