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입 맞춰줘

11. 내게 입 맞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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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치인 범인이 만약에 정국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면 정국은 그 놈 인생을 지옥으로 빠뜨려 버릴 것이다. 자신을 건드리는 건 상관없는데, 정국에겐 삶에 이유인 여주를 건드렸으니까.







"근데 너 진짜로 아버지 회사로 안 들어갈 거냐?"

".....어. 안 들어갈 거야"

"하여튼 너도 참 이상한 놈이야. 내가 너였다면 넙죽하고 회사 물려받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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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따위 회사 필요 없어. 나한테는 여주만 있으면 돼"






집에서 나오기 전 분명히 여주랑 취업 얘기를 하던 정국이었는데, 갑자기 뭔 아버지 회사 소리인지. 상황 정리를 간단하게 해보자면 정국은 한국에서 대기업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К기업의 막내아들이다. 정국에게 2살 차이 나는 형 전하명이 있지만, 형이랑은 사이가 좋지 않다. 친형이 아닌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이복형이기 때문이지. 이복형이라고 그냥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차별 없이 대하는 것 같지만, 은근히 친아들만 신경쓰는 아버지에 하명은 정국을 증오해 왔다. 아버지 앞과 뒤에서 저신에게 대하는 행동이 180도 달라지는 형에 정국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너 네 형한테 회사 뺏긴다고"

"그 새끼가 가지든 말든 상관없어. 그리고 형은 누가 형이야. 난 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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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전정국 고집만 더럽게 세요. 네 그 성격 받아주는 여주가 보살이지"






정국이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새엄마 때문이었다. 챙겨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게 싫었다. 그래서 정국은 집에서 나와 독립했다. 여주를 만나는 걸 반대하지 않은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이런 개 같은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회사에 다니고 싶진 않았다.






"알아, 나도. 내가 얼마나 답답한 놈인 거"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은 무슨 결심을 한 듯 깊은 숨을 내뱉었다.

"너 가서 유자차 마시고, 나 갈때까지 여주랑 잠깐 같이 있어라"

"넌 어디 가게"

"이버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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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K 기업. 하지만 그런 곳에도 어두컴컴하고 싸늘한 냉기가 느껴지는 공간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부사장실이었다.

정국을 증오하는 이복형 정하명이 K 기업에 부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 부사장실 바로 위층 텅 비어있는 사장실. 정국의 아버지가 언젠간 회사로 들어올 정국을 위해 준비해둔 공간이었다.

텅 비어있는 사장실을 쓱 둘러보다가 부사장실로 내려온 하명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의자에 걸터앉았다.
자신은 5년 동안을 아버지 밑에서 열심히 일해왔는데, 정작 아버지는 정국을 사장 자리에 앉힐 생각을 한다는 게.






"전정국... 그때 끝냈어야 했는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누군가를 들어가면 안 된다는 비서의 말소리 뒤로 문이 열리고 정국이 들어왔다.

"부사장님, 죄송합니다.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됐어. 나가 봐"






나가라는 손짓을 본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잠깐의 적막함이 흐르고, 하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시는 안 올 것 같게 굴더니.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너지? 교통사고 사주한 사람"

"ㅎ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무리 싫어해도 하명에 대해서 잘 아는 정국이는 두 손을 모아 꽉 마주 잡은 하명을 발견한다. 거짓말을 할때 나오는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전이나 지금이나 찌질한 건 그대로네"






살살 웃어 보이던 정국의 표정이 싹 굳어갔다.






"왜 그랬냐. 그렇게 내가 부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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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고 싶은 만큼이나 싫었던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