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가 집에서 정국이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그 순간에 정국이가 있었던 곳은 병원이었다.
하얀 병실에 의식없이 누워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서는 흐느끼며 우는 정국이.

혹시라도 의식없이 누워있는 누군가가 자신이 우는 소리를 듣고 아파할까봐, 도저히 소리내어서 울 수가 없었다.
의식없이 누워 있는 누군가는 규모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골든타임이 지나지 않아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수술이 아무리 성공적이여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에 말씀에 정국이는 간신히 잡고 있었던 정신까지 놓칠 지경이었다.
정국이랑 같이 있었던 사람이자, 의식없는 사람의 엄마가 되는 사람은 하루만에 얼굴이 초췌해진 정국이를 살살 타일렀다.
"정국아, 이제 여기는 내가 혼자 있을 테니까, 집에 가서 쉬어"

"ㅇ..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네가 이런 모습인 걸 OO가 알면 많이 슬퍼할 거야"
"그러니까, 집에 가서 밥도 먹고 쉬어"
간절하게 목소리로 말하는 OO의 엄마에 정국이는 집에 가기로 한다. 대신 딱 한시간만.
"그럼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푹 쉬라니깐"

"여주야, 나 빨리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
여주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 정국이는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집에 들어온 정국이는 자신의 품에 안긴 여주를 보고는 잠깐의 혼란이 온다.
분명히 여주는 자신의 구하다가 차에 치여서 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으로 병원의 병실에 누워있는데,
그런데, 그런 여주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
이것은 꿈도 환상도 아니었고, 자신에게 안겨 있는 여주는 여주에 몸에서 나온 여주의 영혼이었다.
7년이랑 시간. 사귀기 전 1년, 현재진행중인 6년이란 시간을 여주랑 보낸 정국이는 여주가 귀신을 그 무엇보다 무서워한다는 잘 알았다.
그래서 7년이란 시간 동안 여주에게 철저히 숨겼던 비밀.
귀신을 본다는 것.
만약에 여주가 자신이 귀신을 보는 걸 알게 된다면 자신을 싫어할까봐, 자신을 무서워할까봐. 온힘을 다해서 7년이란 시간 동안 숨겨온 것이다.

영혼이 된 여주를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진 정국이는 여주에 어깨에 기대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병실에서 꾹꾹 참아왔던 걸 다 쏟아부었다.
속이 조금이라도 풀릴 때까지 운 정국이는 여주가 자신이 영혼이라는 것도,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의식불명 상태인 것도 모른다는 걸 알아챘다.
"정국아,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

"나중에... 나중에 말해줘도 될까?"
"말하기 좀 힘들어서 그래..."
그래서 혹시라도 여주가 충격을 받아서 사라져 버릴까봐. 두려웠던 정국이는 천천히 말하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