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입 맞춰줘

5. 내게 입 맞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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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정국이의 속을 모르는 시간은 멈추는 법을 모른채 흘러만 갔다.


정국이는 어김없이 병원을 매일 찾았고, 예전처럼 따뜻하지 않은 여주의 손을 잡고서 간절히 온 마음을 다해서 기도했다.

빨리 깨어난다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여주는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여주의 영혼이 떠돌고 있는 것 때문이겠지.

물론 정국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혼을 보는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여주의 영혼을 잘 타이르는 것 밖에는.

그렇게 여주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려고 했었는데,




결국에는 그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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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아 라고 부르는 여주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왜 여주야?"

"너 요즘 왜 나한테 스킨십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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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내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여주가 속상해 하고 있는 건 어느 정고 알아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잖아. 나랑 스킨십도 안하고, 
내가 하려고 하면 은근슬쩍 피하고"

"너 나 싫어졌어? 그런 거야?"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나는 네가 싫은게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네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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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그러면 내게 입 맞쳐줘"

"네 마음을 내가 의심하지 않게"




요즘 스킨십을 잘 피했으니까, 짧은 입맞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는 고개를 꺾어 천천히 여주에게 다가갔다. 내 입맞춤을 받아 드린다는 답으로 여주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서로의 옅은 숨소리가 들리는 그 거리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떠돌아다니는 영혼은 자신이 사람인 줄 알기에 그 영혼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짧지만 부드러운 입맞춤 뒤, 여주에게서 서서히 떨어졌다. 여주에게서 떨어짐과 동시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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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난 너 없이는 못 살아..."




"정국아...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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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돌아와..."




돌아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정국이에 여주는 당황스러웠다. 정국아, 나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하겠어. 나 여기 있어. 어디 안 가. 정국이의 눈물을 검지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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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있어...?"
"아니. 놀라지 않겠다고 약속해"




내 곁에서 사라지지 않겠다고, 약속해. 약속의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웃으면서 새끼손가락을 걸은 여주.




"놀라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리고 네가 사라지긴 어디로 사라져"

"평생 네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을 건데?"




나중에 질린다고 도망 가기만 해봐, 가만 안 둘 거야.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눈빛을 보내는 여주에 피식거리면서 웃는 정국이다.




"어어,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왜 이렇게 뜸을 들여"




큰 심호흡을 내쉰 정국이는 드디어 마음을 다 잡은 듯 여주를 보면서 말했다.




"여주야. 요즘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

"어. 머리도 자주 아픈 거 같아"





자동으로 기억이 자꾸 지워지니, 머리가 아픈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 네가 네 앞에서 울었던 날은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나 보자마자 울어서 
얼마나 걱정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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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해 줄게"
"내 말 듣고 놀라지만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