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입 맞춰줘

6. 내게 입 맞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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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해 줄게"

"내 말 듣고 놀라지만 말아줘"




사뭇 진지해진 정국이의 모습에 여주도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어 침을 꼴깍 삼키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정국이가 진심으로 중요한 얘기를 할 때 이렇게 진지해지고는 했는데,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지만 매번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여주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봤는데도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에 정국이는 살며시 두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는 사고를 당했고, 지금의 너는 떠돌아다니는 영혼이라고 말하는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자신의 두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침착하게 기다리는 여주에 정국이는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주야. 오늘이 몇월 몇일인지 알아?"

"어... 오늘이... 몇월 몇일이었더라...?"




곰곰히 생각하는 여주.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가 몇월 몇일 몇요일 있었던 것까지도.




"내가 그동안 스킨십 피하고, 하지도 않아서 많이 서운했지?"

"웅... 솔직히 그건 많이 서운했어. 네가 나한테 스킨십도 안하고 자꾸 피하니까. 이제 내가 지겨워진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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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 들게 해서 미안해. 절대로 네가 지겨워져서 
스킨십을 하지도 않고 피한 건 아니란 걸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할게"




자신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한다는 듯이 정국이는 여주의 눈을 피하지도 마주치면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었다. 여주는 정국이를 믿는다는 뜻으로 가슴에 얹은 정국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런 정국이는 여주의 손을 힘주어 잡은 뒤, 여주에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계속 스킨십을 하면 여주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거겠지.




"근데 지금 스킨십보다 더 중요한게 있어"

"그게 뭔데...?"

"여주야. 내가 요즘 매일 어디로 나갔다 오지? 
내가 어디로 가는지 항상 궁금하지 않았어?"




스킨십을 안 하는 건 둘째치고 매일 나가서 어디서 뭘 하지는지, 누굴 만나고 오는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그래, 이왕 얘기하는 거. 시원하게 얘기 해보자. 
도대체 매일 어디가서 뭘하고 오는 거야? 
나 말고 만나야 될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거야?"

"아니, 네가 아니면 나 다른 사람 안 만나도 돼"

"그러면 어디서 뭘하고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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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 이 말을 들은 여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자신만 있으면 된다던 정국이가 이렇게 말하니, 배신감이 느껴졌다.

이를 악물면서 여주는 최대한 침착하게 정국이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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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




"... 너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내가 여기 있는데, 뭘 나를 만나러 간다는 거ㅇ..."




그 순간 여주에게 전에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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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스친 기억은 그동안 정국이가 했던 행동이 다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국이가 자신이랑 스킨십을 피한 이유도, 매일 어디에서 누굴 만나고 오냐는 말에 자신을 만난다는 말도 다 이해가 되었다.

정국이가 매일 만나러 간다는 자신은 의식없이 누워있는 자신의 본체고, 정국이가 스킨십을 피하는 이유는 자신이 영혼이기 때문이었다.




"ㅇ,아... 그랬구나..."




여주에 눈에서는 아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영혼이었기 때문에... 네가 나랑 접촉을 피해야 해서, 
스킨십을 하지도 않고 받아주지도 않았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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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여주야... 너 어떻게 알았어...?"




"네가 전에 나한테 말했던 말이 기억 났어"

"내가 귀신 같은 거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거 잘 알아서 그동안 영혼 보는 거 숨긴 거였어?"

"내가 널 싫어할까봐...?"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정국이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렸다. 그런 정국이를 본 여주의 두눈에 눈물이 가득 채워졌다. 자신과 똑같이 눈물이 고인 정국이의 두뺨을 살며시 감싸 안은 여주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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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7년 동안 힘들었겠다. 우리 정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