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있으면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귀신을 그렇게 무서워 하는 여주 곁에 정국이가 있으니, 전혀 무서워 하지 않았다. 정국을 통해서 귀신이랑 대화까지 했다지.

"그래서 이제 여주씨는 괜찮아진 거야?
네가 귀신 보는 것도 다 알게 된 거고?"

"응. 이제 괜찮아졌대. 내가 귀신 보는 거 알게 됐어"
"정국아, 누구랑 대화하는 거야?"
그동안 여주가 곁에 있을 때 귀신이 나타나면 항상 모른 척 하거나, 겨우겨우 대화를 나눴던 정국이지만. 이제는 힘들게 고생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 우리가 같이 동거하기 시작한 이유로 알게 된 귀신인데, 박지민이라고 해"
아. 남자 분이셔? 정국은 지민이 앉아있는 의자를 보면서 대답했다. 그걸로 여주는 정국이 바라보는 의자에 귀신이 앉아있구나 라는 걸 알았지. 이 세상에 귀신을 제일 무서워하는 여주에게는 큰 발전이다.
"음, 보이지는 않지만 안녕하세요? 저랑 정국이를 꽤
오랫동안 보셨겠네요"
오랫동안 봤다는 문뜩 이상한 생각이 든 여주다. 설마 샤워할 때랑 불타는 밤을 보낼 때 본 건 아닌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도 반가워요. 여주씨랑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본지 오래 돼긴 했죠. 근데 오해는 하지 말아요. 이상한 건 본 적이 없으니깐요"
"내 말 하나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여주씨한테 전해라"
"여주야, 지민이가 자기도 반갑고, 너랑 대화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대. 우릴 보긴 오래 됐는데,
오해는 하지 말라네. 이상한 건 본 적 없다고"
자신이 한 생각을 알아챘다는 사실에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근데 이상한 건 본 적이 없단 건 무슨 말이냐?"
지민이의 대답에 '이상한 것' 이 이해가 되지 않은 정국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지민에게 물었다. 정국에게 그런 질문을 받은 지민은 말 없이 피식 웃었다.
"왜 웃냐고"
"이상한 것의 대한 답은 여주씨한테 직접 들어. 나 간다. 여주씨한테는 다음에 또 보자고 해줘. 둘이서 대화 잘해라"
정국의 질문에는 답을 주지 않은 지민은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지민이 사라진 후 정국은 어디가냐고 듣지도 않을 질문을 할 뿐이었다.
"정국아, 여기 계셨던 지민씨 가셨어?"
어. 갔어. 내 대답에는 답도 안 해주고. 지민이가 나중에 또 보자네. 똥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축쳐져서 대답하는 정국이 마냥 귀엽기만 한 여주다.
"ㅎㅎ 왜 이렇게 시무룩해"
"여주야, 지민이가 너한테 물어보라던데. 그 이상한 것이란게 도대체 뭐야?"
이상한 것이라면 샤워랑 너랑 내가 사랑을 나누는 뜨밤...
생각을 하자마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라 빨개진 여주.
"ㄴ,나도 몰라...!"
자신과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은 정국을 살짝 밀어낸 여주는 도망치듯이 방으로 들어가 침대의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자신을 밀친 여주에 충격을 받은 정국을 이상한 것의 뜻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드디어 그것이 뜨밤이란 걸 알아차린다.
얼굴까지 빨개지고 도망가버린 여주가 뜻을 다 알고 그랬다는 걸 알게 되니, 귀여워서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다.
가볍게 방문을 두드린 정국이 조심스럽게 이불 속에 들어간 여주의 곁에 살며시 앉았다.

"여주야, 나 안 볼 거야? 나 지금 나갈 수도 있는데..."
간절하고도 내려앉은 목소리로 여주를 부르는 정국이. 애가 더 타게 일부러 말을 덧붙인다.
"친구가 클럽 같이 가자고 전화 왔는데, 네가 나 안 보면
나 진짜로 간다?"
클럽이라는 한마디에 벌떡 일어난 여주가 정국을 위압감이 하나도 없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클럽은 안 돼. 가도 나랑 같이 가"
"아냐, 그냥 내가 클럽 안 갈게. 너는 절대로 클럽 가면 안 돼"
"내 마음 이해 되지? 너를 다른 여자들이 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싫어. 그런데 클럽에서는 아예 작업을 걸 텐데. 생각만 해도 빡치네"
"미안해. 친구가 클럽 가자고 전화한 거 거짓말이야.
안 그러면 네가 날 봐주지를 않잖아"
"아... 진짜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눈 돌아가는 거
보고 싶어서 그런 거짓말을 해?"
조금 화가 난 듯한 여주를 살며시 끌어앉은 정국은 뒷머리를 살살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다시는 이런 거짓말 안 할게. 네가 이상한 것이라는 뜻이 뭔 줄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
아... 쪽팔려... 부끄러워 죽겠는지. 여주는 정국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혔다. 안 그래도 자꾸 생각나서 죽을 것 같았는데...

"너만 그런 생각한 거 아니야. 나도 생각했어.
강요는 안 할게. 너만 괜찮으면 하고 싶은데..."
흥... 그런 걸 왜 물어봐... 네가 병원에서 나온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전정국, 바보. 나 괜찮다고 몇번이나 말해. 그럼... 아프지 않게 살살 할게. 아프면 말해줘.
[작가의 사담]
음... 네. 제대로 망한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슬픈 일 밖에 없었어서 달달한 걸 보여주려고 썼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최대한 선을 넘지 않게 썼는데, 불편하신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지 댓글에 알려주세요! 제가 글을 수정하겠습니다😊🙆♀️💜 연재주기가 좀 걸리게 되었는데, 기다려주시는 여러분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