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 전, 미리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은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므로 다소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표현이 포함될 수 있으니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따로 잔인한 사진 자료는 없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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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06.19_
학생 때는 그저 친구들과 웃으며 상상만으로 마무리지었던 그 상황이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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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8일_
한창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던 때, 바이러스의 변이가 끊이지 않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말이 비일비재했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기다보면 좀비 바이러스도 어느 순간 나와 인간을 다 없애버릴지도 모른다고.
"너 어제 글 봤냐?ㅋㅋㅋ"
"좀비 바이러스래~ "
"솔직히 그거 누가 믿어"
"곧 이 상황도 끝나겠지"
"근데 우리가 커서 진짜로 좀비가 생기면 어떡해"
"내 달콤한 신혼여행은 없는 건가••• "
"닥치고 공부나 해, 우리 고3이야"
난 언제나 닥치고 공부나 해 쪽.
극현실주의적 사람이라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
다들 좀비가 생기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대처를 할 때 난 쥐뿔도 관심을 안 줬다는 말이다.
다들 나보고 장난식으로라도 후회할 거라고 했지만 대체 왜 그런 게 일어나겠는가.
다 픽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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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06.19_
픽션이라 생각했다. 그저 한 사람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그럼 내 눈 앞에서 보여지는 건 뭔가.
30분 전까지만 해도 나와 같이 회진을 돌던 펠로우 쌤이 좀비가 되어 날 쳐다본다.
팔을 물린 석진 쌤의 흰 가운은 피가 스며들어 붉은 색으로 번져나갔고 눈이 뒤집힌 채로 날 쳐다보며 조용히 다가왔다.
예전에 친구들이 말하는 걸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좀비는 소리에 반응한다고.
순간 머리에 친구의 그 한마디가 스쳐지나갔고, 난 숨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입을 막았다.
좀비 아니, 좀비가 된 석진 쌤이 내 눈 앞에까지 왔다가CS의국을 빠져나갔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음과 동시에 다리에 힘도 풀렸다.
*CS(심장흉부외과)의 약자) - 흉부외과
의국-병원에 각 과별로 있는 의료진들이 쉴 수 있는 공간
풀썩 주저앉아버린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앞으로 난 뭘 해야할지, 이제 나도 죽는 건지, 내 친구들은 괜찮은지.
일단 당분간 병원에서 지내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파악되어CS의국에 있는 식량을 다 털어 한곳에 모아두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비상가방도만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집어드니 배터리는14%.
얼른CS의국에 있는 모든 충전 케이블을 찾아보지만 내 폰과 맞는 게 없었다.
사실 내 짐을 챙기려면 당직실로 가야하긴 했었다.
그러나 굳게 잠궈둔 의국 문을 열기에는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했고 아직 난 그럴 용기가 충분하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 좀비는 대가리가 비었으니까 노크까지 할 수는 없을 테고, 사람인가?
괜히 불안한 마음에 중얼거렸는데 마침 사람 목소리도 들린다.
스윽 다가가서 문에 달린 유리창으로 보니 이게 누구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우리과 동기 민윤기가 서있는 거 아닌가.
"에이 씨... 민윤기 뭐야"
"야 윤여주, 문 열어"
문에 대고 속닥이는 민윤기. 그래도 지금은 내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니.
문을 열어주고 나니 민윤기는 빠르게 들어와 문을 조심스레 잠궜다.
" 야 바보냐? 내가 좀비일 수도 있는데 문을 왜 열어줘"

" ? 니가 열라며, 새끼야 "
" 눈빛 봐라, 화났냐? 화났어? "
" 지X 말고, 먹을 건 좀 있냐? "
사람 말 무시하는 건 여전하다. 재수없게. 얼굴만 드럽게 잘생겨서 난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