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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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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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 맥주잔을 들어 벌컥벌컥 원샷을 때려마신 나는 잔에서 입술을 떼자마자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예전부터 자주 다녔던 단골 술집에서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퍼마신지도 벌써 한 시간, 알딸딸하니 코끝이 새빨개진게 조금은 취했음이 틀림없다. 그런 내 앞에 어느샌가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한 명이 있었으니. 고등학생 때부터 친해 자주 한 잔씩 걸치는 절친 강주아였다.





“작작 마셔, 미친년아. 그러다 개 돼서 집에 들어간다?”

“으어… 니가 뭔데 작작 마시라 마라야……”

“에휴… 말을 말아야지.”





강주아는 이미 개가 된 듯한 나를 보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취기가 올라 거의 주량의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술을 들이켰고, 풀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오늘따라 유달리 남녀 한쌍 커플들이 많아 기분이 팍 상했다.





“우씨… 왜 저렇게 커플들이 많냐?! 술집에서도 꽁냥거리겠다는 거냐ㄱ,”

“좀 닥쳐! 취할 거면 곱게 취하라고, 알겠냐?”

“치… 나만 또 솔로야? 정말 나만??”

“그런 듯.”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대체 왜 데이트를 술집에서 하는 거지? 술집은 나 같은 솔로들끼리 모여서 위로의 맥주 한 잔 마시는 곳 아니었나? 표정을 구긴 나는 불만을 토로했다. 강주아는 내 짜증을 더 오르게 하려는 듯 낄낄 비웃었고, 그 웃음에 발끈해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연애가 다 무슨 소용이야-.





“난 앞으로 연애 같은 거 절대 안 해.”

“흐음… 김여주 마지막 연애가 언제더라?”

“닥쳐라.”





마지막 연애가 벌써 약 1년이 다 되어가는 나였고, 강주아는 그런 나에게 연애 좀 하라며 잔소리를 잔뜩 늘어놨다. 도저히 다시 연애가 안 되는 걸 나 보고 어떡하라고… 나의 마지막 연애는 아직까지 잊히지 않았다. 강주아는 뭣도 모르는 게 자꾸 내 마지막 연애에 대해 나불거렸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아직도 걔한테 미련 같은 거 있어?”

“뭐…? 허, 참나.”





미련? 미려언?! 그딴 거 전혀 없거든? 마지막 연애의 주인공인 전 남친에게 미련이 남았냐는 강주아의 말에 눈이 점점 커졌다. 취기가 한 번에 달아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목소리 역시 점점 커졌고 손사래까지 치며 부인했다. 목이 타는 느낌에 앞에 놓인 잔 한가득 채워진 맥주를 그대로 원샷했다. 달아난 듯 했던 취기가 다시 한 번 열을 올렸다.





“야, 그럼 너 전 남친들 중에 아무나랑 리얼리티 프로그램 찍으라고 하면 찍을 수 있겠네?”

“당연하지! 내가 쫄릴 게 뭐 있다고… 다 데려와 봐, 얼마든지 찍어줄 테니까……”





아, 내가 말했었나. 강주아 얘 머리는 더럽게 좋아서 나랑 같은 나이인데도 벌써 방송국 피디라고. 강주아는 한 건 잡았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려 변태처럼 실실 웃었다. 강주아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듯 했고 한껏 올라간 강주아의 입꼬리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여기에 당하면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걸 고등학생 때부터 뼈저리게 느꼈지만 술까지 이기긴 힘들었던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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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너 딴 말하기 없기다? 이번 프로그램 일반인 출연자 한 명 섭외 완료했고, 그 다음은…”





강주아는 폰을 들더니 신명나게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댔다. 미세하게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신이난 강주아의 콧노래를 참으로 오랜만에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아무리 술에 취해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어도 강주아의 사악한 눈빛과 미소만은 읽었어야 했다. 강주아가 꾸밀 무시무시한 일을 막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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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머리 아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떴다. 얼굴을 찡그리며 바깥을 바라보니 햇빛이 찬란하게 비춰오는 게 딱 봐도 아침은 아닌 것 같았다. 옆에 얌전히 놓여진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쌓인 알림들과 연락을 미룬 채 내 마지막 기억인 강주아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 이제 일어났냐?

“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 음… 개가 될 때까지?

“아… 넌 어딘데.”

- 좀 전에 새 프로그램 출연자 섭외 끝나서 너네 집 바로 앞이니까 문이나 열어라. 할 말 있어.





전화 연결과 동시에 강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주아는 내가 늦게 일어날 줄 알았던 건지 자연스럽게 물었고, 집 앞이라는 강주아의 말에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문을 열었다. 할 말이 뭐길래?





“너 내가 맡은 새 프로그램 찍겠다고 한 건 기억나?”

“… 뭐? 내가 그딴 말을 했다고??”

“어제 술 진탕 마시더니 얼마든지 찍어주겠다고 했잖아-. 설마 이제와서 내빼는 건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었다. 강주아가 내뱉고 있는 말들은 다 무엇이며, 내가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인상을 찌푸리며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어젯밤 일의 한 부분이었고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잡았다. 와, 나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굳이 반박하지 않을게.”

“눈치 좀 챙겨.”

“출연료 500.”





강주아는 꽤 쏠쏠한 출연료를 제안했다. 요즘 회사도 잠깐 휴직 중이고 출연료 500이면 한 달 월급 정도는 됐으니 손해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강주아는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지 빠르게 할 거냐, 말 거냐 물었다.





“거래 성사?”

“… 콜.”





이렇게 출연료 500에 어떤 프로그램인지, 누가 나오는지 들어보지도 않고 거래를 성사시킨 나였다. 나는 강주아의 의심쩍은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걸 알아챘어야 했다. 강주아의 머릿속에서 어떤 괴상한 아이디어가 나왔을지, 아니, 적어도 누가 나오는지 들어보고 결정했어야 했다.














고딩 경호원에 이어 신작도 잘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