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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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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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라지만 김태형의 잘 지냈냐는 그 인사가 심장 한 부근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아, 이제는 우리가 이런 인사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구나. 코끝이 찡해졌다. 아니지, 애초에 나는 더이상 이런 이상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다행히 곧바로 현실을 깨달은 나는 입꼬리를 당겨 힘겹게 웃어보였다.





“응, 나는 잘 지냈지.”





내 대답에는 거짓말이 섞여있었다. 김태형과 헤어지고 마냥 잘 지냈냐고? 그랬을 리가 없다. 우리가 만난 시간이 자그마치 몇 년이었는데… 몇 년이 한 순간의 이별로 다 잊을 수 있는 거였다면, 우리가 1년간 서로 연락 한 번 못하진 않았겠지. 김태형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조금 씁쓸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김태형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 잘 지냈다니 다행이네.”

“너는 잘 지냈어?”





너를 만나면 진부하더라도 꼭 묻고 싶던 말이다. 나는 고개를 떨군 김태형을 계속해 바라봤고, 내 질문에 한참 대답이 없는 김태형이었다.





“아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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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못 지냈어.”





잘 지내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그 말이 김태형에게서 나오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기대를 할 자격도 없을 텐데 말이다. 잘 지내지 못했다는 김태형의 말에 아주 조금 흠칫했던 것도 잠시,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이 감정은 대체 뭘까? 조금의 울렁임과 조금의 두근거림, 어디서 오는지 모를 울컥함까지. 혼란스러워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혹 김태형에게, 그리고 저 카메라에 나의 미련이 미세하게라도 비춰질까 황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ㅈ,저기 제 짐은 어디에 있어요? 나를 찍고 있던 피디님께 묻자 거실 바로 옆방을 가리켰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쿵 닫았다.





“하… 김태형이랑 한 달 동안 괜찮을까?”





문을 닫자마자 한숨이 푹 나왔다. 첫 만남이 이리도 어색한데 앞으로 한 달은 어떻게 지내야할지, 어쨌든 계속 마주칠 텐데 그때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흐어-, 난 망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나는 짐 정리와 함께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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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짐을 이렇게 많이 싸온 건지 캐리어 두 개에 가득 채워져있던 짐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정리하다보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은 채 방문을 슬쩍 열었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밖에 김태형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다. 휴, 다행이다.





“어디 잠깐 나간 건가…”





컵에 물을 따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물이 절반 이상 찬 컵을 들어 한 모금 천천히 들이켰고 아침부터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답답했던 속이 이제야 좀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방 옆 화장실을 넘어 그 옆방 문이 열리고 하얀 반팔티에 검은색 추리닝 바지를 입은 김태형이 보였다. 거기다 운도 지지리 없어 눈까지 딱 마주쳤다.





“짐 정리는 다 했어?”

“아, 응… 너는?”

“방금 막.”

“음… 난 먼저 들어갈ㄱ,”

“여주야.”





어색하다. 어색한 분위기와 어색한 말투 등 모든 게 어색한 이 상황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김태형 역시 나와 같을 거라고 예상한다. 나는 자리를 피하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행동으로 옮기려던 때, 김태형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와 같이 퍽 다정하게 말이다.

김태형의 앞을 모른 척 지나가던 나는 내 이름이 불리우는 순간 그 자리에 멈칫하고 말았다. 그때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었다. 김태형이 나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는 것. 그리고 그때의 김태형은 나를 만날 때마다 매번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줬었다.





“… 그렇게 부르지 마.”

“여주ㅇ,”

“부르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려던 것이 절대 아니었다. 내가 김태형과 헤어지고 가장 잊기 힘들었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다정히 내 이름을 불러주는 김태형의 목소리였기에, 그의 목소리는 나를 눈물짓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부탁이야, 제발…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라…”

“……”

“네가 그때랑 똑같이 굴면, 내가 너무 힘들어.”





나는 습관적으로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는 분명 1년 전 끝을 맺은 사이인데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어느 한쪽이라도 예전 관계에 미련 따위가 남았다면 더욱 그러면 안 됐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진심인가 봐, 주먹까지 꽉 쥔 걸 보면. 너 예전부터 말하기 힘든 것들은 주먹 쥐고 말했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몰라.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자그마치 3년인데.”

“… 알아도 모르는 척해. 우리 관계는 그래야만 편해질 수 있으니까.”





미련하게도 김태형은 내 습관 하나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김태형이 내 습관을 짚어줬을 때에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나 역시 나에게 이런 습관이 있다는 걸 늦어서야 알았으니, 김태형이 알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알았어도 여태 기억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어쩌면 너무한 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당연한 말일 수 있는 걸 직접 전했다. 서로에 대한 모든 걸 알아도 모르는 척 잊으라는 건 정말 끝을 내겠다는 소리와 다름 없으니. 사실 이 말은 1년 전 그날 했어야했다. 내가 너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던 그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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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잔인해졌네. 근데 어떡하냐, 너에 대한 건 잊고 싶다고 잊혀지는 것들이 아니라서 나도 어떻게 못하겠다.”





김태형이 쓰디쓴 표정을 짓는다. 대체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의아함에 약간 인상을 썼다. 김태형은 나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김태형에게 뭔가 크게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온몸에 번졌다.









*









[발문]

Q. 헤어진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시나요?


“… 아주 선명하게 기억해요.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중 하나로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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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죠,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잊겠어요. 인생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간 날인데.”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