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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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금방 지나가길 바란 건 참 오랜만이었다. 학생 시절에도, 직장인이 되어도 주말이 오래 지속되길 바랐지 지나가길 바란 적은 없었다. 그랬던 내가 김태형을 빨리 만나야한다는 이유 하나로 주말의 시간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금요일 밤, 강주아와 기분 좋게 취하며 모든 결정을 끝낸 덕분이겠지.
“후… 뭔데 떨리냐……”
나는 김태형과 동거할 집 앞에 도착해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몇 번이고 했다. 강주아 말로는 김태형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데… 주말동안은 자신감이 넘쳐흘렀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마냥 그렇진 않은가 보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모든 것들을 정리했다. 오늘 내가 해야할 것은 김태형의 얼굴을 마주하고, 겁에 못 이겨 상처를 줬던 것에 대한 사과,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기. 나 잘할 수 있겠지…? 제발 김태형 앞에서 이상한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띡띡, 띠리릭-. 현관 비번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유 모를 긴장감이 가득 퍼진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거실과 가까워졌고, 시야에 거실이 다 보일 때쯤,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어… 안녕…… 오랜만…?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뭘.”
“하하, 그런가…?”
김태형은 역시나 덤덤했다. 울고 언성을 높였던 우리의 금요일이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하긴, 김태형이 신경쓸 건 아니었으니까. 이제는 나만 잘하면 된다. 얼굴도 마주했고, 인사 아닌 인사도 전했으니 더이상 미룰 수 없던 나는 긴장되는 듯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후… 저기…!
“할 말이 뭐길래 그렇게 긴장해.”
“ㅇ, 어… 그러니까……”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상황이다. 애초에 김태형 앞에서 입이 쉽게 떨어질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으니. 내가 우물쭈물하며 쉽게 입을 열지 못하자 김태형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한테 말하기 어려운 거냐?”
“아니! 어려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안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게 뭐야. 천천히 얘기해, 어디 안 가.”
김태형 특유의 다정함이랄까?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이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내가 이래서 김태형을 좋아했지… 괜스레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드디어 오늘에서야 인정할 내 마음에 대한 벅참인 듯했다. … 김태형, 네가 맞았어.
“뭐가?”
“그날 네가 말했던 가능성, 그거 아직도 유효해?”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듯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점점 커지는 것 같은 심장소리가 혹여나 김태형 귀에도 들어갈까 걱정됐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꽤나 설레는 것 같다. 두 뺨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간다. 내 앞에 선 김태형은 내 물음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김태형의 미간이 잠깐 구겨졌다 이내 다시 펴졌다. 모든 걸 이해했다는 그의 신호다.

“… 유효해. 네가 마음을 돌리는 그날까지 쭉 유효할 거야.”
나의 입꼬리가 씨익 점점 올라갔다. 엉키고 또 엉킨 우리의 실타래가 풀리고 있다는 증조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올려다보며 눈을 맞췄다.
“아무래도 나 너 없이는 안 되나 봐.”
“……”
“난 네가 필요해, 김태형.”
이게 맞는 거다. 여태 아니라고 부정했던 김태형에 대한 나의 마음은 모두 다 틀린 것이었다. 너에게 전했던 모든 게 거짓이었으니, 거짓을 바로잡아야하는 것 역시 나의 몫이다. 김태형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고, 나의 마음 역시 변하지 않는다. 더이상 무르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김태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난 뒤의 정적 안에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섞였다. 누구의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내 심장도, 김태형의 심장도 격하게 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계속 밀어내서 미안… 여전히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또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널 원망한 것도, 우리의 추억을 부정한 것도 전부 사과할게. 내가 다 잘못했ㅇ,”
김태형이 단숨에 나를 끌어안았다. 나를 끌어안은 김태형의 팔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나를 꽉 끌어안은 김태형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걸 보아 김태형이 나를 얼마나 원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김태형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과하지 마.”
“그치만…!”
“말했잖아, 무슨 일이든 내가 지겠다고. 미안한 쪽은 언제나 나일 테니까 너는 미안하다고 하지 마.”
나는 그때와 달리 굽힐 줄도 알았고, 먼저 사과할 줄도 알았다. 자존심 부리는 게 덜해졌다고 해야 될까? 아마 김태형은 이런 나를 알면서도 이번에도 자신이 지겠다고 했을 거다. 김태형은 항상 내 알량한 자존심 따위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니까. 나에게 있어서 자신의 자존심은 중요치 않다는 것처럼.
“치… 이젠 나도 굽힐 줄 알거든?”
“김여주, 어른 다 됐네?”
“진작부터 어른이었어!”
“푸흡-, 그래. 다 컸어, 너.”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무슨 말을 할 수록 상처받고,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을 뚝뚝 흘렸던 우리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김태형이 내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애틋한 눈빛을 보였다. 그 눈빛이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웠던 것도 잠시, 이내 부끄러워져 눈을 피했다.
“왜 피해?”
“부끄러워…”
“눈 마주치는 걸로 부끄러워하면 다른 건 어떻게 하려고.”
능글맞은 김태형의 말에 놀람과 동시에 당황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다른 거…? 다른 게 어떤 건데…?! 머릿속에 다양한 스킨십들이 스쳐갔다. 괜히 내가 김태형을 앞에 두고 이상한 생각이라도 한 듯 얼굴이 새빨개졌다.
“풉… 아, 김여주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
“… 너 나 놀리는 거지.”
“아닌데? 난 진심이었는데?
“허, 진심이었으면 다른 게 뭐 어떤 건데!”
누가 봐도 나를 놀리고 있는 김태형에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입술을 내밀며 김태형을 살짝 노려보는데, 자기는 진심이었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김태형이었다. 어쭈? 김태형 너 지금도 나 놀리는 거지! 기가차 헛웃음을 보이며 다른 게 어떤 건지 당차게 물었고 그러자 김태형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내가 괜히 물었구나.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하고, 김태형의 몸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에 따라 몸을 뒤로 내뺐지만 결국 내 몸은 소파에 뉘여져있었다. 물론 김태형은 한 손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ㅇ, 야… 김태형……

“알려줘? 다른 게 어떤 건지.”
위험하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김태형의 모든 게 위험하게 느껴졌다. 김태형의 풀린 눈도, 살짝 올라간 입꼬리도 모든 게 야했다. 비상이었다.
*
[발문]
Q. 서로가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서로를 다시 만날 것 같나요?
“아뇨, 한 번은 친구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네, 제 심장이 김여주한테만 반응해서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요즘 바빠서 업로드가 점점 느려지네여…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