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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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확하고 직관적으로 김태형의 밑에 깔린 나는 얼굴이 새빨개져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김태형은 기다렸다는 듯 여유롭게 구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아, 설마 김태형은 우리가 다시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될 걸 예상했던 걸까? 그런 게 아니라면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다.
“… 억울해.”
“뭐가.”
“너 이미 다 알고 있었지?”
“뭘.”
“우리가 다시 사귀게 될 거라는 거.”
나도 모르게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분명 질 줄도 안다고 말한지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나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게 꽤 심통이 난 모양이다. 김태형은 피식- 웃으며 소파에 눕혀져 있던 나를 끌어당겼다. ㅇ, 어?!
“솔직히 조금은?”
“치… 그게 뭐야……”
김태형과 나의 거리 약 10센치. 둘 중 한 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입술을 부딪히고도 남을 법한 거리였다. 뭐, 이런 와중에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김태형이 얄미울 뿐이다. 누구는 마주보기만 해도 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옴짝달싹 못하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또 왜.”
“우씨, 김태형 너… 뭐가 이렇게 태연해? 나는 너랑 이렇게 있으면 막 얼굴도 빨개지고 심장도 터질 것 같은데!”
“푸흡-, 지금까지 그게 문제였던 거야?”
역시 이래서 연애가 위험하다고 하는 거다. 다 큰 성인을 어린애 마냥 유치하게 만들어버리는 게. 내 앞에 앉아있는 놈은 특유의 네모 입술을 보이며 크게 웃어 재끼고 있다. 이거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고…
한참을 눈이 휘어져 웃던 김태형이 웃음을 겨우 멈췄다. 그 다음, 자신을 노려보고 있던 나와 눈을 맞추며 내 손을 잡아 그대로 자신의 심장 부근에 갖다 대었다. 어…? 김태형 네 심장 엄청 빨리 뛰어… 놀랍게도 김태형의 심장이 내 심장과 비슷한 속도로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태연한 게 아니라 태연한 척하는 거다, 바보야. 나도 너처럼 심장 터질 것 같다고.”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김태형 밑에 깔려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란히 앉아 마주하니 새빨개진 김태형의 귀와 미세하게 떨리는 몸이 나와 퍽 비슷했다. 너도 나랑 똑같이 설레고, 똑같이 부끄러워하고 있구나. 직접 느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새어나온다.
“여주야.”
“응?”
“… 사랑해.”
나와 다른 점 한 가지, 김태형은 나보다 나를 아끼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마저 조심스러울 정도로. 내 손을 덮고 있는 김태형의 손이 조금씩 움찔거리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무언가 꽂혔다. 이제는 내가 먼저 김태형을 당길 차례였다. 나는 김태형의 멱살을 조심스레 잡아 두 눈을 질끈 감고서 그대로 김태형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댔다.
마지막으로 본 건 김태형의 놀란 표정이었다. 그 뒤로는 내가 먼저 눈을 감고 입을 맞췄으니, 김태형이 지금 어떤 표정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짧은 입맞춤을 끝으로 입술을 떼려고 하는데, 그 순간 김태형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허리와 뒷목을 감쌌다. 동시에 꾹 다물었던 입이 벌어지며 우리의 혀가 얽히기 시작했다.
조금은 야릇한 소리가 둘만 있는 집안에 울린다. 서로가 서로를 미치게 원하고 있었다는 걸 키스 한 번에 깨달았다. 우리의 농도가 점점 짙어짐에도 이런 걸 원했다는 듯 더 당기고 있었으니. 김태형과 나의 입술이 떨어진 건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김태형은 내 입술에 묻은 번들거리는 것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준 뒤, 쪽- 하고 짧게 입을 맞췄다.
“나도 사랑해, 김태형.”
마음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려움에 휩싸였던 내가 왜 그랬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날의 우리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기 바빠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한 것이었고, 지금의 우리는 그때와 다르다는 걸 확실히 깨닫는다. 서로를 꼭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전하는 우리는, 다시 한 번 뜨겁게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얼마나 서로를 껴안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김태형도 몸에 진득한 껌이 붙은 것 마냥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와있는 것도 모르고. 우리의 몸이 떨어진 건 김태형의 일 때문이었다. 곧 있을 패션 촬영을 위해 김태형은 빠르게 준비를 해야했고 나는 멀뚱멀뚱 소파에 앉아있었다.
“나만 여유로운 것 같아.”
“나도 오랜만에 일 나가는데?”
“프리랜서 모델 일은 어때?”
“나름 재밌어, 대신 너처럼 안정적이진 못하지.”
“안정적이긴… 나도 쉬고 있는데, 뭐.”
김태형은 빠르게 움직여 옷을 갈아입고 나갈 때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일을 쉬고 있는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다 나 혼자 여유로운 것 같아 한숨을 푹 쉬었다. 너 나가면 나 혼자 있어야하잖아… 심심해.
“그럼 같이 가던가.”
“헐, 진짜?”
“갈래?”
“응! 얼른 준비하고 나올게!!”
내가 원하던 답이 나왔다. 사실 헤어진 뒤로 김태형의 소식이라고는 전혀 듣지 않았기에 김태형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좀 궁금하기도 하고… 뭐, 김태형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고 싶었던 내 사심도 약간 있긴 하다.
빠르게 방으로 들어가 후드티를 집어들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그래도 김태형이 일 하는 곳인데… 여자친구인 내가 이렇게 후줄근할 수야 없지! 후드티를 그대로 두고서 그 옆에 검정색 오프숄더 블라우스와 청바지를 집었다. 오케이, 이 정도면 완벽해. 쿠션을 두드려 바르고 연한색 립스틱을 입술에 톡톡 두드려 바른 뒤, 김태형을 부르며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김태혀엉-.”
“천천히 나ㅇ, 뭐야… 너무 예쁘게 하고 나온 것 같은데?”
“명색에 김태형 여친인데 괜찮아?”

“괜찮기는 무슨, 너무 예뻐.”
내가 김태형을 올려다보며 헤실헤실 웃어보이자 자연스럽게 내 손에 깍지를 낀 김태형이었다. 그의 손길에 두 뺨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나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설레어하며 김태형을 따랐다.
운전면허는 또 언제 딴 건지. 근처에 세워진 김태형의 차를 타고 얼마 안 가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 여러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대충 보아하니 저 안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고, 걸을 시간도 없어 종종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참 바빠보였다.
“여주야, 여기 엄청 헷갈리니까 내 손 절대 놓으면 안 돼.”
“응!”
김태형의 손에 아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또 괜스레 설렌 나는 두근두근한 심장을 최대한 모르는 척하며 김태형의 뒤를 좇았다. 우와… 여기 온통 다 회색 컨테이너 박스네…… 감탄도 잠시, 한 컨테이너 문을 열고 김태형이 들어가자 사진 작가처럼 보이는 남자가 밝은 미소로 손을 뻗으며 김태형을 맞았다.
“어, 왔어?”
“안녕하셨죠, 작가님?”
“나야 잘 지냈지-. 곧 촬영 시작이니까 얼른 가서 준비해. 서리 씨도 진작 와서 대기 중이야.”
잠깐만, 서리 씨…? 설마 내가 아는 그 서리? 서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미간을 구겼다. 아니, 구길 수밖에 없었다. 오늘 누군가와 같이 찍는다고 하긴 했지만 그게 여자 모델이라고는 안 했으니까. 솔직히 패션 촬영인데 남자들끼리 찍겠냐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김태형이 여자 모델이랑 촬영한다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때, 또각또각 따가운 구두 소리가 귀에 번졌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오늘 김태형과 같이 촬영한다는 모델 서리 씨가 분명했다. 서리 씨는 눈웃음을 치며 다가와 김태형의 앞에 서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괜히 말꼬리를 늘인다던가, 뭐 그런 거.

“태형 씨-, 왔어요? 오늘 잘해봐요-!”
“아, 네.”
잘해보긴 개뿔. 잘해보긴 뭘 잘해봐. 쓸데없이 예쁘긴 엄청 예뻐서… 서리 씨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지금 내 눈과 귀에는 서리 씨의 모든 것들이 예민하게 다가온다. 김태형과 서리 씨의 이 촬영, 정말 괜찮을까? 나는 무사히 끝나진 않을 거라 감히 예상한다.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