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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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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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시점*


우리가 다시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애초에 이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한 이유가 김여주 때문이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김여주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그때 잡지 못했던 김여주를 1년이 지난 후에야 잡아보려는 게 웃기기도 했다. 난 그 정도로 김여주가 간절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너와 다시 맺을 관계를 기대하고 있었다.

김여주는 항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거짓말이라도 하면 온몸에 티가 났고, 설레면 설레는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다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다. 동거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랬다. 내 앞에서도 거짓말을 해댈 생각이라면 그건 김여주가 틀렸다. 내 눈에는 너의 모든 것이 보였기에 나는 네가 몇 번이고 밀어내도 다시 너에게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낸지도 어느 정도. 김여주의 여전한 거짓말로 우리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던 날 아침, 주말이 지나고 보는 네가 어색해 할 것만 같아 괜히 긴장을 했다. 하지만 김여주는 나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날 마주했고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머뭇대는 김여주를 기다렸다. 괜히 조마조마 했던 아침, 드디어 김여주는 내 앞에서 솔직했고, 우리의 불꽃은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아주 조심스럽게.





“… 사랑해.”

“나도 사랑해, 김태형.”





우리의 두 번째 시작은 어떤 것보다 조심스러웠고, 누구보다 간질였고, 어떤 날보다 아름다웠다.

2주 전부터 잡혀있던 촬영이 하필 재결합한 당일일 게 뭐였다. 마음 같아서는 파토라도 내고 싶었지만 단독 촬영이 아닌 합동 촬영이라 어쩔 수 없이 준비했고, 집에 혼자 있을 김여주가 걱정이었다. 나를 따라 가겠다고 나선 김여주에 촬영장에 도착할 때까지 손을 꼭 잡고 다닐 수 있었다.

오늘 촬영에 대해 김여주가 모르는 게 있었다면 아마 나와 함께 촬영할 상대에 대해서 였다. 오늘 나와 함께 촬영할 모델은 요즘 핫한 여자 모델 서리 씨. 2주 전에는 우리 사이가 이러지 않았으니 딱히 말할 일이 없고, 오늘 촬영장에 와서 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뭐, 조금은 질투라도 해줬음 싶었고. 기분 나빠하지 않아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김여주는 태연했다. 오히려 열심히 잘하라는 주의였다. 원래 예전에 연애할 때도 김여주는 질투를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가끔은 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말 한 마디 안 나눴을 서리 씨와 인사도 한 번씩, 포즈도 조금 더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러던 중,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서 일은 발생하고 말았다. 긴 촬영에 지칠 법도 한 김여주한테 가려는데 서리 씨가 내 팔을 툭툭 치며 귀를 가까이 해달라며 손짓했다. 혹시나 촬영에 필요한 의견일까 김여주에게 가려는 것도 멈추고 서리 씨에게 몸을 가까이 했다.





“태형 씨, 잠깐 귀 좀…”

“촬영 관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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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엄청 개인적인 건데, 혹시 저기 여자분이랑 태형 씨랑 무슨 사이에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서리 씨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서리 씨가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재빠르게 자리잡았다. 오늘에서야 겨우 다시 만나게 됐는데 이런 사소한 일로 일말의 금이라도 가는 건 원치 않는다. 여기서 나는 서리 씨에게 확실한 대답과 적당한 선을 그어야 했고, 거리를 둬야 했다.





“여자친구입니다.”

“아-, 어쩐지. 멀리서 보는데도 핑크빛이 막 보이더라… 좀 아쉽네요!”

“뭐가요?”

“여자친구 없으셨으면 제가 좀 들이댈까 했거든요. 태형 씨 얼굴이 완전 제 스타일이라.”

“아…”

“그렇다고 막 임자 있는 사람 건드릴 정도로 나쁜 년은 아니니까 걱정은 마시고요.”





내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으면서 또 어느 정도는 틀렸다. 너에게 관심은 있지만 건드리지 않겠다는 서리 씨의 마인드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서리 씨는 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서리 씨는 털털한 웃음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임자 있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며 쿨한 면모를 보이는 서리 씨에 나 역시 바짝 세웠던 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확실히 해주셔서 감사해요, 서리 씨.





“에이, 애초에 태형 씨는 제가 작정하고 꼬셔도 안 넘어오셨을 거잖아요.”

“네?”

“다 보여요, 태형 씨가 여자친구분을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아끼는지. 제가 들쑤신다고 들쑤셔질 마음이 절대 아니잖아요, 그렇죠?”





정확했다. 오늘 재결합한 우리가, 아니 내가 벌써부터 흔들릴 이유가 없었고 앞으로도 쭉 흔들리지 않을 마음이었다. 다시 한 번 가진 이 마음은 결코 작지 않은 마음이었기에. 그런 나의 마음을 꽤뚫어 본 서리 씨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애틋한 사랑 되도록 오래, 미친 듯이 해요. 둘이 엄청 잘 어울리니까.”

“여주도 같이 들었으면 좋아했을 텐데…”

“이름이 여주 씨에요? 얼굴도 예쁜데 이름까지 예쁘면 반칙 아닌가-.”

“제 여자친구가 원래 다 예뻐요.”





서리 씨는 우리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이 모든 얘기를 김여주도 함께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서리 씨가 김여주에 대해 칭찬을 몇 늘어놓자 나 역시 기분이 좋아 웃음을 보이며 김여주에 대한 것들을 늘어놓았다. 칭찬과 자랑이 섞인 행복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김여주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조차 행복이 되었을 정도로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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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서리 씨와 둘이서 했던 얘기들을 나에게 전해주는 김태형이었다. 괜히 서리 씨를 조금이나마 안 좋게 봤던 게 미안해질 정도로 서리 씨는 좋은 사람인 듯 했다. 뭐… 그래도 내가 질투한 건 변하지 않으니…… 얘기를 다 듣고 나니 유치하게 굴었던 질투 조차 쪽팔림으로 번지고 있었다. … 쪽팔려.





“왜, 내 눈에는 귀엽기만 한데.”

“그러면 뭐해… 내가 지금 당장 쪽팔려 죽겠는데!”

“앞으로도 가끔씩 질투해 줘.”

“싫어…”

“김여주 식 질투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난.”





나의 양 뺨을 두 손으로 잡아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한 김태형에 나는 꼼짝없이 김태형과 눈을 마주쳐야 했다. 아직도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할 정도로 말이다. 있잖아, 태형아.





“응?”

“나 네가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햇빛이 덥지 않게 적당히 우리를 비췄고, 바람은 머리카락을 일렁이게 할 정도로 살랑 불어오고 있다. 사람들이 몇몇 주위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 사이에 우리만 멈춰져 있는 이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이 말을 꼭 해야 될 것처럼 만들었다. 이 모든 건 괜스레 나를 감성 젖게 만든 지금의 분위기 탓이다.

내가 눈웃음을 살살 치며 웃자 김태형은 그 상태로 아주 잠깐 멈칫했다. 이내 내 양쪽 뺨을 감싸고 있던 손으로 나를 살짝 잡아당겨 쪽- 하고 입술을 맞댔다. 부끄러운 소리가 크게 퍼졌고 내 눈은 또 토끼눈이 되었지만 전혀 싫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런 게 바로 김태형한테 홀렸다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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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훨씬 더 많이 좋아해, 김여주.”





김태형에게 제대로 홀려버렸다. 하여간 김태형은 나를 시도 때도 없이 자신에게 취하게 만들어버린다. 김태형의 문제라면 문제였고,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잠시나마 확신이 든다. 앞으로 몇 년 뒤, 우리의 미래 역시 지금과 같을 거라는 그런 확신이 말이다.

이번의 확신은 백프로 빗나가지 않을 거라 감히 예상한다. 그리고 내 예상은 꼭 들어맞기 마련이었다.









*









[EPILOGUE]

Q. 만약 서로가 함께인 미래는 어떨 것 같아요?


“… 행복하겠죠,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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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예요, 마치 저희가 마음껏 사랑했던 그때처럼. 만약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 지금은 그 질문이 현재진행형이 되길 바랄 뿐이죠.”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