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남친과 동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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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너무나 느리게 가면서 가끔은 순식간에 훅 가버리는 게 시간이었다. 김태형과 나 사이의 시간은 다른 날보다 빠르게 지나가버렸고, 동거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이다. 우리의 계약은 딱 한 달, 한 달 동안만 동거하기로 결정하고 여태 지내온 것이기에 약 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 아쉽기만 했다. 아쉬운 마음은 나도, 김태형도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태형, 그거 알아?”
“뭘?”
“우리 같이 사는 거 3일 밖에 안 남았다?”
“…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게,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버렸어. 김태형은 나보다 더 시간이 가는 줄 몰랐나 보다. 우리의 동거가 끝나는 날이 곧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한 달도 채 안 된 시간이었지만 많은 게 달라진 우리였고, 달라진 것들을 유지하는 건 아주 힘든 일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남과 동시에 회사에 복직할 예정인 나, 그리고 저번 패션 촬영으로 인해 핫한 모델에 이름을 올린 김태형. 우리는 삼일 뒤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한다. 너와 내가 자리를 찾는 순간 겨우 되찾은 우리의 관계가 다시 한 번 삐그덕 가릴까 아직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근데 왠지 모르게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이상하게 예전처럼 깨지진 않을 것 같았다.
“아쉽다, 그치? 이거 끝나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엄청 바쁠 텐데.”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지. 난 항상 일보다 네가 먼저일 거니까 언제든지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너한테 갈게.”
“풉, 저번 촬영 때처럼 다 멈추고 올 거야?”
“어, 그럴 거야.”
한 성인으로서 정말 말도 안 되고 바보 같은 김태형의 대답이었지만 왜 그렇게 안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보다도 내가 중요하다는 네가 왜 그렇게 사랑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찰나였다. 내가 발꿈치를 들어 네 입술에 쪽- 하고 입술을 맞댄 건. 김태형의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놀란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듯 했다. 왜-, 놀랐어?
“이런 짓은 또 어디서 배웠어.”
“공부 좀 했지!”

“예뻐, 예뻐도 너무 예뻐.”
김태형은 두 팔로 나를 끌어당겨 꼭 안았다. 덕분에 나는 김태형의 품속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고,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서로를 느끼는 중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3일의 시간은 너무 짧고 소중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그만큼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탐했으며 끌어당겼다.

험난할 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많이 험난했던 우리의 촬영이 드디어 막을 내린다. 촬영 마지막날 하루 전인 어제, 강주아는 촬영 시작 이후 처음으로 다시 발을 들였고, 보조적인 카메라들을 하나 둘 정리해갔다. 집안 곳곳에 존재했던 카메라들이 뜯어져가자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 허전함과 아쉬움을 달래려 어젯밤 김태형과 밤 늦게까지 떠들다 한 침대에서 잠들었고, 오늘 아침 역시 같은 곳에서 눈을 떴다.
“김여주, 잘 잤어?”
“응…”
“아침에 눈 떴을 때 네가 보이니까 좋다. 매일이 그랬으면 좋겠어.”
치…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씻지? 우리 짐정리도 해야 하잖아. 김태형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었겠지만 이번에도 김태형 한정 토마토가 되버리는 나였다. 나는 김태형보다 먼저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고, 그 덕에 침대에서 중얼거리는 김태형의 혼잣말을 듣지 못했다.
“헛소리 아니고 진심인데.”
원래 뭐든 처음이 가장 어렵고 마지막이 가장 급하고 바쁜 법이다. 그 말은 우리에게도 적용되었다. 마지막 인터뷰를 끝으로 이 모든 상황들은 정리될 것이기에, 카메라가 들어오기 전, 우리는 모든 짐을 정리해야했다. 마지막 인터뷰를 끝으로 각자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끔 말이다.
나와 김태형은 각자의 짐이 놓인 방으로 찢어졌다. 겨우 화장실 하나를 두고 나뉜 방이었지만 그래도 멀었다. 나는 방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캐리어를 열어 반듯이 갠 옷을 차곡차곡 쌓았다. 좀이따 입고 쓸 화장품과 고데기, 옷 등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정리했고, 김태형 역시 나와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것들을 정리하는 동안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집 안에 흐르는 정적이 어색하기만 하다. 김태형도 그럴까? 궁금해도 방문 밖을 슬그머니 쳐다보기만 할 뿐,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하…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한 달이 생각보다 길었나…?”
캐리어 하나를 다 채우고 또 다른 캐리어를 열어 나머지 짐들을 정리하다 지친 나의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이 말을 끝으로 몇십분동안의 정적이 깨졌다. 때마침 짐을 다 정리한 건지 캐리어를 끌고 방에서 거실로 나온 김태형을 빤히 올려다봤다. 의외로 덤덤하네. 김태형의 표정은 내가 읽을 수 없었다. 무표정인 듯 아닌 듯 오묘한 표정은 내가 백번 생각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김태형, 벌써 다 챙겼어?
“어, 나는 뭐 많이 챙겨온 게 없어서.”
“아… 뭐야, 나만 이렇게 잔뜩 챙겨온 건가 보네.”
“강주아 금방 도착이래.”
“헐, 걔는 쓸데없이 꼭 빨리 오더라.”
“그러니까. 좀 도와줘?”
“얼마 안 남아서 괜찮아!”
강주아가 곧 도착한다는 말에 손을 더 빨리 움직이는 나였다. 김태형은 본인 방으로 들어가 마지막 촬영 인터뷰를 진행할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고, 나 역시 금방 캐리어를 정리한 채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화장과 머리를 손봤다. 나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예뻐, 그것도 항상.”
다정히 소파에 앉아 손을 꼭 잡고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사건을 손꼽은 우리. 둘이서 동시에 똑같은 사건을 손꼽아 마주보며 피식- 하는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낸다. 하긴, 이 사건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걸? 김태형과 내가 탑 원으로 꼽은 사건은 바로… 우리가 가장 격한 감정을 드러냈던 같이 술을 마신 다음 날이었다. 특히 김태형이 나에게 무척 화냈던 그날.
“너 그날 되게 무서웠던 건 알아?”
“그거야 네가 자꾸 부정하니까…”
“치… 아무리 그래도 네가 뭔데 우리 추억을 짓밟냐는 말은 심했다!”
“… 미안. 그때 사과도 제대로 못했는데.”
에이, 장난이야-. 그날은 내가 입이 비뚤어져서 말했는 걸. 욕 안 박은 게 어디야, 진짜. 장난스레 헤실거리며 웃자 김태형은 두 손으로 내 양쪽 볼따구를 살며시 잡아 그대로 쭉 당긴다. 어떤 말을 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자 아등바등 놓으라고 애쓰는 나와 달리 김태형은 매우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러고선 쪽- 내 코끝에 입술을 붙였다 뗐다.
그렇게 또 김태형만의 토마토로 변신한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다 철컥, 기계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시끌시끌한 바깥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부채질을 해댔다. 보나마나 강주아가 온 게 틀림없었으니. 이 꼴을 보이면 강주아가 죽어라 놀려댈 게 분명했다. 필사적으로 두 손을 프로펠러 마냥 흔들어 재낀 나는 겨우 가라앉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는다.
“마지막 인터뷰 딸게요-.”
“슬레이트, 하나, 둘!”
딱 소리와 함께 카메라 여러대가 위잉, 우리를 찍는다. 강주아는 그 앞에 앉아 마지막 인터뷰 질문 리스트에서 이것저것 뽑아 물어보기 시작했고, 나는 강주아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한 번, 강주아의 사심이 담긴 질문에 두 번 놀랐다. 아, 어떤 질문이길래 그러냐고? 저 미친놈이 질문을 뭐…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는지, 다시 만날 건지 등 이상한 것만 뽑아온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앞에서 웃고 있는 강주아 얼굴에 차마 주먹을 꽂을 순 없으니까!
여러개의 질문과 한 달 동안 같이 지낸 소감 등을 얘기하고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 다가왔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강주아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걸 봐서, 이번 질문은 뒷목 잡고 쓰러질 수도 있는 것.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강주아의 입이 열리길 기다린다.
“마지막 질문임과 동시에 제가 궁금한 건데요. 두분, 결혼 생각은 있으신가요?”
“… 네?!”
“이제 두 분 나이가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고, 결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나이잖아요-.”
나도 김태형도 말문이 턱 막혔다. 강주아는 그 앞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짜증이 확 솟구쳤지만 진정하고 김태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태형… 이거 어떻게 답하지…? 내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나와 한 번 눈을 맞춘 뒤,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한다.

“전 여주만 좋다면 언제든 좋습니다.”
내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제대로된 청혼이나 프로포즈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건 간접적으로라도 김태형의 고백이었다. 나와 결혼할 마음이 있고, 결혼하고 싶다는 김태형의 고백.
곧 완결이 찾아올 것 같네여…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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