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뭐야,설렜어?
━ 응,설렜어.내 가슴 책임져.
━ 뭐래ㅋㅋㅋ 나 이제 다 먹었어.잠깐만 기다려,설거지 빨리할게.
━ 아니야,내가 할게.
━ 내가 먹은 건 내가 해.
지민이가 해버리기 전에 난 빨리 일어나 그릇을 치웠다.설거지하다가 지민이가 조용하길래 뒤를 돌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지민이가 백허그를 했다.진짜 이게 맞는 건가?싶었는데 그 순간 너무 떨려서 꼼짝도 못 하고 얼었다.
━ ㅇ,야 뭐해···.

━ 누가 그렇게 예쁘게 설거지하래.
━ 느끼한 말 그만하고 빨리 떨어지기나 해···.
━ 싫은데.따뜻하고 좋은데.
━ 아 진짜 얼른 가.
내 떨림과 심장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몸을 흔들어 지민이를 떼어놓으려고 했지만,껌딱지처럼 나에게 붙어 있었다.내 마음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었다.
━ 이렇게 붙어 있으니까 네 떨림이 나한테 다 느껴지는데 어떡해?
━ 야 그걸 꼭 입 밖으로 말해야 하냐···.
“지민아~”
주방으로 들려오는 호석 오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그제야 지민이는 빠르게 나에게서 떨어졌다.나도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표정 관리가 안 됐고 빠르게 설거지를 마쳤다.
━ 여기 있었네.여주는?
━ 어어··· 오빠 나 여기 있어.이제 내려가려고 했지.
━ 맞아.지금 막 내려가려고 했지.

━ 근데 둘 다 손을 가만히 못 놔둬.죄지은 사람처럼.
━ 어···?아니야.우리가 뭘.
━ 아니,난 화장실 때문에 올라왔다가 일어났으면 같이 내려가려고 했지.밑에 어마어마한 우승 상품 적혀 있어.먼저 둘이 내려가.
━ 아,진짜?빨리 가자.
━ 그래,그래···.
우리는 누가 봐도 수상하고 어색한 모습으로 럽춤로 갔고,가자마자 나머지 멤버들도 카드를 보여주며 상품 얘기를 해서 얼른 합세했다.
‘두 번째1등 우승 상품:카메라 없이 원하는 사람과24시간 데이트권'
━ 와··· 이건 진짜 대박인데.
━ 그럼24시간 다 채울 때까지는 카메라가 안 붙는 거예요?
박지민이 카메라 뒤 감독님을 보며 물었고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그럼 외박이라는 소리인데.이게 진짜 대박인 우승 상품이라고 생각한다.외박은 한 번 해봐서 괜찮았는데,카메라가 있는 거와 없는 거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더 기대됐다.어떻게 됐든 두 커플은 상품을 얻을 수 있을 테고 확률은 나쁘지 않다.카메라 없이 본연의 지민이 모습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꼭 우승하고 싶었다.
━ 이건 진짜 미쳤다···.
━ 태형아,빨리 연습하자.
━ 그래ㅋㅋㅋ
다들 우리의 말을 끝으로 각자 방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음악을 틀었더니 계속 내가 아는 정국의 목소리와 얼굴이 매치되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안무에 집중하여 얼른 잊혔다.그런데 같이 잊힌 게 있다.이 방은 그림자가 서로에게 보인다는 거.집중하고 싶어도 옆방은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이런 것이 보이니까 게다가 옆은 지민이라 더욱 집중이 안 됐다.

━ 집중 안 되지?
━ 그렇지,아무래도ㅋㅋㅋ 너무 적나라하네.
━ 얼른 해버리자.계속 이러면 못 하니까.스트레칭부터 하자.음악 들으면서 어제 안무 짜본 거 기억하면 점점 집중될 거야.
━ 그래.
계속 집중 못 하면 파트너 태형에게 민폐인 것을 알기에 얼른 정신을 되찾고,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칭했다.어제 안무를 기억하며 몸을 하나둘 푸니까 답답한 마음도 좀 씻겨 내려갔다.
━ 오~ 되게 유연하다.
━ 이건 기본이지.
다리 하나 찢었다고 감탄하는 태형에 좀 웃겼다.하긴 나 몸 푸는 거는 처음 보는 거니까.나도 모르게 거만한 말을 하며 긴장을 풀었다.
━ 근데 너도 유연한데?
━ 이 정도는 기본이지.
━ 뭐야ㅋㅋㅋ 왜 따라 해.
━ ㅋㅋㅋ 이제 시작해 볼까?편하게 프로답게 실전처럼 연습하자.
━ 응,그러자.
태형의 리드에 따라 주위 신경 안 쓰고 연습을 시작했다.사실 무용이란 게 작은 스킨십이라도 아예 없을 수는 없고 노래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안무를 완성해야 하므로 우리가 짠 안무도 스킨십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여긴 일반 댄싱 프로그램이 아니고 댄싱 연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킨십은 필수가 되어버린 셈이다.서로 마음이 없으니까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아직 커플 된 것도 아니고 러브 댄스를 준비하면서 지민을 제외한 다른 댄서와 조그만 설렘이라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지민이를 제칠 만큼의 설렘은 아직 느낀 적이 없다.
━ 차라리 처음부터 스킨십 찬스를 확 써버리는 게 오히려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을 거 같다.구간도 짧으니까.
━ 그런 거 같아.가사도 맞으니까 처음부터 넣어도 될 거 같아.
━ 비보잉 배웠을 때 생각 난 거 하나 있기는 한데··· 해볼래?
━ 해보자,뭐든.
내 대답을 끝으로 태형이가 누워보라고 해서 누웠더니 지렁이 댄스라며 나의 바로 눈 위에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지렁이처럼 팔 힘과 코어 힘으로 웨이브를 하며 내 눈앞까지 내려오는 그러한 안무였다.해보긴 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어색함이 맴돌았다.되게 멋진데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었으니 어느 누구가 아무렇지 않을까.
━ 어···.
━ 그··· 괜찮긴 한데···.

━ 아··· 좀 그렇지?
━ 아냐,괜찮아.가사랑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괜찮아,하자!
말로는 괜찮다고,하자고 내뱉었지만,나중에 지민에게 보일 것을 상상하면 감당이 되지 않는다.생각보다 난이도 상중하 중에서 상인 스킨십이 아니었나 싶다.

[ 지민 시점]
━ 오빠!

━ 어···?응,예리야···.
━ 뭘 그렇게 넋 놓고 있어.
━ 아,아니야.시작할까?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오해하고 싶지도 않았다.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까 표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왜 하필 저런 안무를 할 때 나는 봐서···.생각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이 와중에 내가 한 생각은 어른스럽지 못했다. 혼자 힘들어하면서 지고 싶지 않았다.
━ 예리야,‘그때 날 안아줘.’ 부분은 그냥 안아도 예쁘겠는데?
━ 음··· 그렇긴 한데.그래,뭐 하자!
━ 서로 달려오면서 안는 건 어때?
━ 좋아!그러자.
원래 예리가 밝고 귀여운 스타일인 건 알았는데 내가 권유하는 안무에 대해 다 좋다며 웃으며 얘기해 주는 게 정말 고마웠다.귀여웠는데··· 여주를 향한 마음을 이긴 거는 아니다.여주랑 함께한 시간만 많아서 그런지 몰랐는데 그때 알았다.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직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열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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