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로

Love maze - 잡은 두 손이 지도가 되어

photo
Love maze. 잡은 두 손이 지도가 되어



우리는 한참을 달려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그 마을에도 역시 사람은 없었다.

그는 수레에서 짐을 꺼내 아무 집에나 들어갔다.

그래도 되는 건가 의아하긴 했지만 나는 그를 도와 나귀를 말뚝에 묶어놓았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아무 집에나 이렇게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그는 나의 물음에 당황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 여긴 집 주인이 아직 없을 거예요. 아직 론씨의 꿈에 저희 이외의 사람은 몇 없을 테니까요.”

photo

“우리가 길을 잘 찾아서 가고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많아져 있을 거예요. 아마 지금쯤 이 마을에 사람이 있긴 할 거예요. 우리가 맞는 길을 걸어왔다면요. 제가 이걸 먼저 설명해 드렸어야 했는데..”

그의 말에 나는 안심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뭐, 그나저나 저희 어서 짐 풀어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짐은 아주 간단했다. 이불과 세면도구, 약간의 식량과 풀 향의 찻잎.

짐을 다 풀고 우리는 마을을 둘러보러 나갔다.

이곳도 벚꽃이 만개하여 온통 분홍빛이었다.

그 사이로 어린아이가 뛰어왔다. 그 아이는 내 앞에서 멈춰 서더니 나를 보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문뜩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길을 잘 찾았나 보다.’라고.

그 사이 아이는 뒤를 돌아 뛰어갔다.

아이가 가는 곳에는 어른 두 명과 아이 한 명이 있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참 예쁘지 않나요?”

그는 그 가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photo

나는 잠시 그런 그를 눈에 담았다가 곧 그를 따라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이웃이네요. 저희 집에서 같이 밥 안 드실래요?”

갑작스러웠지만 그와 나는 긍정했다.

우리의 긍정에 그들은 웃으며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

밥시간이 많이 남아있던 지라 우리는 같이 수다를 떨었다. “아가씨랑 총각은 어디서 왔어요?”

잔다고 어디로 가는 지도 몰랐던 나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기 남서쪽에서 왔습니다.”

“둘 다 같은 곳에서 온 거예요?” 이번엔 내가 대답했다. “네, 같은 곳에서 왔어요.”

이 대답 뒤로도 한참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다 저녁시간이 되었다.

두 분 우리에게 쉬라고 하시며 밥을 준비하러 가셨다.

우리는 아이들을 놀아주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누나, 이 마을에선 언제쯤 떠날 생각이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 아이에게 대답했다. “그러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아이는 나의 대답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왜 몰라?”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나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서 그래. 궁금하면 저기 형아한테 물어보자”

아이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져서 그에게 달려갔다. “형, 형은 여기에 얼마나 있을 거야?”

그는 우리가 하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던 것인지 아이를 놀리 듯이 대답했다. “그러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photo

아이는 다시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게 와 한탄하듯이 말했다. “형도 모른다 그러네..”

아이가 너무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도 나와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에 얼마나 머무를 생각이세요?”

그는 잠시 고뇌하더니 대답했다. “짧으면 하루에서 길면 이 주일 정도요. 이동시간이 꽤 기니까요.”

“여기까지 오는 데 이동시간이 얼마나 걸렸죠?”

“이번엔 좀 많이 짧은 편이었어요. 하루도 안 걸렸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 더 물었다. “길면 얼마 정도 걸리죠?”

“웬만한 곳은 한 달이면 도착하지만, 길면 여섯 달도 걸리고 그래요.”

나는 놀라서 그에게 되물었다. “여섯 달이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음 마을까지는 이 주일이면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여섯 달 동안 이동하는 거 별로 안 힘들어요. 의외로 되게 재밌어요.”

곧, 그가 말을 마치자 아이가 끼어들어 말했다. “그래서, 얼마나 머무를 생각이냐고요!”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둘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화났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도 나와 같았나 보다. 그는 웃음을 끅끅 참다가 웃음 참기가 도를 넘어 정색을 하기까지 하고 있는 게 너무 웃겼다.

photo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에게 말했다. “한 일주일 정도 어때요?”

그는 이를  꽉 물었는지 새나가는 발음으로 말했다. “좋아요.”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들었지? 한 일주일 정도 머무를 것 같네?”

아이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밝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럼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

나는 그에게 묻듯이 그를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나는 아이에게 그러자고 대답했다.

옆에서 조용히 놀고 있던 아이도 볼이 붉어졌다.

역시 그도 그 모습을 봤는지 고개를 숙이고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