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녀왔습니다 ”
“ 어, 왔어? ”
주방에서 분주하게 야채 써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서는 소파 위에 앉아 뉴스를 보던 아빠가
오늘따라 일찍 왔다며 짧은 인삿말을 건넸다
방에 들어가 의자에 가방을 걸어두고 거실로 나와
아빠 옆자리에 앉았다
피곤한 탄성을 내뱉으니 아빠는
뉴스가 틀어져 있는 티비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요즘 저 회사가 여기저기 자주 나오네
이번에 짓는 건물도 꽤 큰가봐 “
아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호응하는 콧소리를 냈다
“ 국내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한성그룹이
또 한 번 대규모 투자에 나섰습니다 “
기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티비를 바라보니
한성그룹 회장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에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쭉 내밀었다
“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봤는데..? ”
“ 아 이 사람아, 요즘 건설 하면 한성그룹이 1등이라잖아
대기업인데 당연히 얼굴이 익숙하겠지 “
“ 그런가? ”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소파에 눕듯 앉았다
“ 아가~ 나가서 두부 좀 사와 ”
“ 아까 얘기하지, 나 벌써 옷 다 갈아입었는데 ”
엄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밖으로 나섰다
헐렁한 반팔티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마트로 가는 도중
저 멀리 번쩍번쩍한 카니발이 보였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한 명이 내렸다
남자는 빙 돌아 뒷좌석 문을 열었고
카니발 뒷좌석 안에서는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가 보였다
황현진이었다
믿기지 않아 두 손으로 마른 눈을 벅벅 비벼대곤
다시 한 번 카니발을 자세히 주시했다
“ 아.. 진짜 귀찮게 ”
황현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정장 입은 남자가 황현진에게 작게 무언가를 얘기해주자
곤란한 듯 일그러진 얼굴 위로 마른 세수를 해댔다
남자와 황현진이 들어간 건물은
고개를 치켜들어야 끝이 보일 정도로 높았다
“ 4000원입니다 ”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두부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아까 본 정장 입은 남자와 황현진의 관계가
갑작스레 궁금해졌다
혹시라도 그 남자가
황현진의 보디가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며 혼잣말을 삼킨 채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