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꿈(RE)

밤은 깊고 짙다







새벽 밤하늘은 깊고 짙다
보라빛이 맴도는 밤 사이의 시간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인생의 낙은 사라진지 오래
감옥같은 집, 기분이 나빠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살았다.
활기가 잊혀진지 오래인 그 집에서는 공허만이 가득했다.

분명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쓸데없는 취미라며 비웃을만한 취미.
밤을 지새며 하늘을 보는 일이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루의 마무리이자, 유일한 숨.

"아. 북두칠성."
교과서에서 볼 법한 별이 머리 위를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하늘, 내가 존재하는 공간 속 저 하늘만큼은 나의 공간이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북극성이 나올까
또 다시 새벽이었다.

"안녕하세요.."

기척도 없이 다가온 그 사람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인사를 하고서는 나처럼 옥상 벽에 기대앉았다.
나에게 그 사람은 그저 내 구역에 들어온 침범자일 뿐이었다.

"누구.."
나는 이어서 말하려다 숨을 멈추듯 말을 멈췄다.
피투성이로 된 그 사람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너.."

안녕하지 않은 사람이 눈 앞에서 휘청이고 있었다.

"괜찮은데."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그 말을 무시하고, 그 사람의 손목을 잡아 이끌어 별 보던 하늘을 등지고서 집으로 내려갔다.
젠장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누군가 버린 강아지가 눈에 밟혀 결국 데리고 오고 마는 그런 일들처럼
이러지 말자고 다짐했잖아 멍청아.








"..저 왜 도와주시는거에요"

"그럼 피투성이인 사람 보고 그냥 죽어라 냅둬요?"

"
뻘쭘하게 가만히 앉아있는 그 모습이 마치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어디서 맞았는지 살짝 부어있는 한쪽 뺨과, 멍들어있고 상처난 팔이 성한데가 없어보였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다친게 아니었음에도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아오, 병원 안가고 여기서 뭐하는거에요."
약을 발라주면서 내뱉은 말에 그 사람이 피식 웃었다.

"괜찮아요. 진짜."

듣고 있는데 어이가 없었다.





















"아야..살살 좀"

"어라, 아까는 괜찮으시다면서. 꾀병부리지 마시죠."

"아픈데요."

".......그래서 이름은?"

"갑자기 말을 회피하시네, 민윤기입니다."

"나이는요?"

"와, 이렇게 나이도 물어보고, 곧 번호도 따는거에요?"

"아프면 헛소리가 다 나오시나.."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회색빛 같던 이 집이 초라해보였다. 항상 그랬었지만 이 사람이 오니까 더.

"이름은?"

"갑자기요?"

"그쪽이 먼저 이렇게 물어봤잖아요."

"남..호연"

"나이는?"

"18"

"와 똑같네."
그 사람, 아니 민윤기라는 그 애는 피곤해보이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어디 고등학교?"

"송주제일고."

"내가 거기 다니는데?....아 하긴 학교 잘 안가서 못봤을수도 있겠다."
서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상처에 밴드를 붙였다. 

"대충은 끝났어. 밤 늦었다. 어서 집에 돌아가."
그 순간 민윤기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스쳤다. 돌아가기 싫은 표정이었기도 했다.
그리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래 슬 가야지. 고마웠어."

민윤기는 가볍게 웃어보이며 현관문을 나섰다. 싫어하는 공간 속에서 나 홀로 남았다. 째깍거리는 시계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몇분이 되지 않아 그 어두운 얼굴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한참동안 나간 문을 쳐다보았다. 그 슬픈 얼굴이 왜 기억에 남나 곰곰히 생각했다.
비슷해보여서 그랬던가. 내 처지와

"....쓸데없다 남호연. 미쳤지 미쳤어."
선의를 왜 베풀어, 쓸모없는 일이야.











난 그 답답함을 결국 이기지 못했다.
당연히 이미 없을 민윤기의 뒤를 쫓아 밖으로 나섰다. 새벽은 차가웠다.
끼익거리는 놀이터 그네소리에 난 고개를 돌렸다.

"어라, 너네."

"..안가?"
민윤기가 그 곳에 있었다. 툭 치면 쓰러질 것만 같은 그 모습이었다.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은 채로 노래를 듣고 있어보였다. 
민윤기는 안가냐고 묻는 나에게 대답했다.
"갈 곳이 없어."

..동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연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슬픈 표정이 왜 눈에 걸릴까.
알고있다. 닮아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러지 말고 들어와."
나는 처음만난 그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와 버렸다.

"오늘은 이거 입고, 사람 없으니까 저쪽 방 써."

"너 진심 겁나 착하네."

"밖에서 갈 곳 없다고 하시던 분은 누구시더라."

"와 이렇게 정곡을...마음이 아프다 진짜"
민윤기는 중얼거리며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든 것처럼 보였다.

갑작스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회색 빛 집에 사람이 들어왔다. 이 넓은 집에 사람이 있다.





















잿빛 세상에서 살고 싶어
영원 따윈 없는 걸 알고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