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작 동아리: txt [단편]

첫사랑의 첫사랑(2)

(수빈 시점)





그 애랑 헤어지고 
차갑게 직어버린 방에 혼자 앉아 있는데,
이별은 생각보다 너무 시리고 허무하더라.




지독하게도 성격이 안 맞는 연애였어.

내가 음악을 틀면 시끄럽다고 인상을 썼고,
매운걸 먹으러 가면 매번 짜증을 내서 내 굼을 막히게 했거든.


늘 내가 참아야 하는 연애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끝이었지.




"너는 왜 항상 네 생각만 해?"




그 애가 마지막으로 던지고 간 날카로운 말이
송곳처럼 귓가를 찌르는데 솔직히 엄청 억울했어.

나도 내 나름대로 맞춰주려고
내 전부를 깎아냈단 말이야.



근데 그 순간,
거짓말처럼 머릿속을 강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더라.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름,
한여주.




내가 무슨 음악을 틀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듣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들어주던 너.


매운 걸 먹으면서 남몰래 연신 물을 들이키면서도
내 앞에서는 맛있다고 웃어주던 너.


내가 농구할 때 그 추운 체육관 스텐드를 묵묵히
지키며 나보다 더 기뻐해주던 너.




'우린 진짜 취향도, 성격도 잘 맞는다. 그치?'




과거의 내가 너한테 해맑게 뱉었던
그 잔인하고 이기적인 문장이 부메랑이 되어서
내 가슴을 짓깨뜨리는 것만 같았어.






여주야, 이제서야 알아서 미안해.


네가 나와 성격이 잘 맞았던 게 아니었어.
넌 나를 너무나 아껴서, 네 모든 세상을 죽여가며
나한테 전부 맞춰주고 있었던 거였어.



철없던 나는 너의 그 눈물겨운 다정함이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어.



진짜 많이 늦긴 했지만,
너만큼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엇다는 걸.

뒤늦게 밀려오는 미안함과 후회에 숨이 턱 막히는데,
몇 년 동안 연락조차 안 했던 여주 네 얼굴이
미치도록 그리웠어.




정신 차려보니까 손이 먼저 떨리고 있더라.

몇 년 동안 먼지만 쌓여있던 너와의 대화창을 켜고,
멀어진 세월만큼이나 낯설어진 네 프로필 사진을 멍하니 바라봤어.




'잘 지내?' '미안해, 여주야.' '갑자기 생각나서.'
몇 번을 쓰고 지우며 밤을 새웠는지 몰라.



여주야.

 이 새벽에 연락하는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염치 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아는데도,
네가 주던 조건 없는 그 다사함이 너무 그리워서
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어.



긴 침묵을 깨고 날아간, 내 지독한 후회.




여주야 혹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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