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김영훈 _설
W. 이론
▪︎약간의 짭근친 소재주의 ▪︎
"설아. 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다?"
"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예요 오빠. 사람 유전자가 어떻게 돌연변이에요. 아니 돌연변이라고 해도 오빠 너무 멀쩡한 거 알아요? 세상이 미치니까 같이 미친 거야 뭐야."
"설아 너 래퍼 할래? 딕션이 좋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래퍼해서 뭐하게요? 세상이 다 망해가는데, 랩 해서 얻는 게 뭐 있다고."
남자는 옆에서 설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요동 없었다. '설'이라고 불리는 여자의 말에는 높낮이가 있었고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일정한 톤이었다. 마치 기계 같았다. 감정 없는 그런 버석한 목소리였다. 파도 치지 않는 고요한 바다 같있다. 설은 요동 없는 남자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더니 아무 반응이 없자 그저 시선을 치웠다.
사실 설에게는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상한 말을 던지는 남자, 그러니까 김영훈이 익숙했다. 그리고 그 말들이 매일 반복됨에도 차분하게 대꾸하지 못하고 아닌 흥분하면 말을 던지는 자신도 하나의 루틴이었다.
김영훈은 이런 이상한 말을 하루에도 열댓 번은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 된 이후로부터는 말이다. 어느날은 설에게 설아 나는 돌연변이 식물이야. 난 변형된 감자야. 고구마야. 죽임당할 거야 이런 운수 좋지 않은 말들을 턱턱 내뱉었다.
그럴 때마다 설의 반응은 오늘처럼 미쳤냐며 말을 와다다 내뱉었다. 사실 설은 김영훈이 그런 말을 하면 조금 무서웠다. 장난처럼 웃으며 하는 말이 아니라 차분한 모습으로 사실처럼 말하는 그 모습이 두려워 일부로 과민반응을 내보였다. 그런 반응을 하면 김영훈은 다시 웃으면 장난인 말을 꺼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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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3살이고 감영훈이 7살이던 때였다. 설은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버려진 지 2년이 넘은 해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딸이 필요했던, 김영훈의 부모님이 데려와 키우게 된 것이 설과 김영훈의 첫 만남이었다. 설은 사실 성씨를 몰랐다. 근데 그건 당연했다. 한 살 겨우 되었을 때 버려졌으니. 그래서 김영훈 아버지의 성씨인 '김'을 사용했다. 김설. 그게 그녀의 진짜도 아닌 그렇다고 가짜도 아닌 그런 이름이었다.
김영훈은 그 점을 알고 설에게 성씨를 붙여 부르지 않았다. 늘 설이라고 불렀다. 설아. 늘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주었다. 그리고 설은 그 목소리를 좋아했다. 설은 행복했다. 17살, 고등학교 1학년까지 말이었다.
설은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잘 졸업하고 잘 다니고 있었다. 적당히 친구도 잘 사귀며 꽤 괜찮은 성적을 내며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설이 고등학교에 막 입학해 다니고 있던, 벚꽃이 예쁘게 피어나던 어느 봄날 말이다. 설은 알람 소리가 아닌 제3의 엄청난 소음에 잠에서 깼다. 설은 바로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밖에서 보이는 풍경은 너무 뿌옜다. 설은 봄이라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하구나 하고 말았다. 하지만, 거실로 나갔을 때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더 이상했다
집안은 어질러져 있었다. 몇몇 가구와 물건들은 없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소파가 사라져 소파가 아닌 거실 바닥에 앉아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는 영훈이 있었다. 영훈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를 보는 영훈은 눈은 비어있었다. 설은 당황해 이게 무슨일인지 영훈에게 질문을 쏟았다.
"오빠, 이게 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가구들은 다 어디 갔어? 엄마는? 아빠는?"
"설아. 나는… 우리는… 다 돌연변이야 알아?"
그때부터였다 영훈이 이상한 말을 내뱉기 시작한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