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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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가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부엌에 혼자 남은 가온이는 쪼그려 앉아서 온갖 생각을 다 하기 시작했다. 만약 정국이가 지금처럼 자신을 피한다면 예전처럼 지낼수도, 아예 자신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건지도.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미 가온이의 옷소매는 눈물범벅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소리없이 운 경과 앞에는 정국이가 자신과 똑같이 쪼그려앉아 가온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 왜. "
" 왜 울어. "
" 몰라ᆢ "
한순간에 눈물범벅이 되버린 가온이를 쳐다보던 정국이가 휴지를 내밀었다. " 눈물 좀 닦아. " 라며 한마디 던져주던 정국이는 자신이 휴지를 조심스럽게 받아 눈물을 닦으며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가온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런 정국이의 행동에 뭐랄까, 그 품에 가만히 안겨있던 가온이도 많이 놀랬는지 울음소리도 조금 더 커졌다.
" 너 오늘ᆢ 진짜 나한테 왜 그래ᆢ. "
" 혹시 그 악감정 같은거ᆢ 히극ᆢ. "
" 그런거 아니니까 이만 그쳐, 뚝. "
" 내가 아는 전동글이 아니니까ᆢ내가 얼마나 놀랐는데ᆢ. "
" 미안해, 내가 다. "

" 정말ᆢ 나 아무 잘못도 없는거지. "
" 응. 내가 괜히 실증냈어. 미안. "
" 알았어ᆢ. "
" 응, 얼른. "
" 그나저나 나 진짜 그 사람 보자마자 너무 내 스타일이여서 욕 나와버렸다니까. "
그렇게 훌쩍이고도 아까 일에 대해선 마무리를 지을 생각인지 꾹 닫고있던 입을 열어 다시금 첫사랑님 이야기를 조잘되기 시작한 가온이, 근데 가온이 얘는 눈치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자신이 정국의 품에 폭 안겨있으면서도 첫사랑님 이야기를 구지 꺼냈어야 했을건가보다. 가온이가 첫사랑님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마자 얼굴에 아무 표정이 없는 정국이의 얼굴에도 사뭇 불편한 표정이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지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것이였다.
" ᆢ응. "
" 아니, 시선 피하지 말고 잘 들어봐. "
" 나 이번에 울 웬수가 참 고마워지는 날이 생겨버렸어. 근데 그 분 여자친구 있으시려나ᆢ. "
정국이는 가온이가 지금 입이 닮도록 말하는 얼굴도 모르는 첫사랑님이 여자친구가 있길 제발 바랬다. 그리고 가온이가 빨리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자신과 나 사이에 대한 이야기나 아니 사소한 일상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 띠리링. 띠리링.
그렇게 정국이의 바람이 이루어졌을까. 거실 탁장에서 집전화가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집전화가 울리는 것을 듣고 나서야 가온이도 첫사랑님 이야기를 멈추고 전화를 받기위해 정국의 품을 벗어났다.
" 뭐야, 누구야. "
" 야 돼지. "
" ᆢ너 집에 오면 뒤졌어. 아까 덜 쳐맞았지. "
" 죄송합니다. "
" 용건 없으면 끊어. "
" 아니, 집에 아무도 없지? "
" 멍충아. 집에 사람이 있으니까 집전화를 받을수 있지 않았을까. "
" 내가 말하는건 부모님이야, 이년아. "
" 없는거 뻔히 알면서 또 저런다. "
" 저 똥같은 기억력 대체 어디가서 쓸래? "
" 와ᆢ 김가온, 어째 지 오빠한테 그런 소리를 할수가 있냐. "
" 맞는 말을 한거야, 난. "
" 니 실체를 내 옆에 있는 사람한테 다 말해주어야겠어. "
" 어쩌라고. "
" 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나대지? "
" 누군데 누군데~ "
" 김태형, 얘가 너 부른다~ "
" 가온이? 안녕~ "
" ᆢ네, 안녕하ᆢ! "
" 암튼 한시간 뒤에 얘랑 같이 집 갈거니까 깨끗히 치워놔. "
" 태형오빠도 온다고? "
" 아마도. "
" 아! 그걸 왜 이제 말해?!! "
" 그거 말할려고 전화 건거ᆢ "
" 동글아!! 전동글!!! 나 도와줘. "
" 정국이도 같이 있ᆢ. "
- 뚝.
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던 가온이는 서둘러 조금 뒤 집으로 온다는 자신의 오빠의 통고에 따라 집을 요란스럽게 돌아다니며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준비 시작했다. 물론 가온이의 옆에 붙어있던 정국도 아무이유없이 집안정리에 동원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온이 곁을 맴돌며 아무말도 하지않고 굳굳히 거실을 치우던 정국은 마침내 정리를 끝낸 가온이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화장품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들고 앉은 가온이의 무릅에 눕는다. 이젠 너무 익숙해져버린건지 가온이는 정국이 자신의 무릎에 눕는데도 아무 미동도 없다. 이내 낑낑거리며 눈썹을 그리다가 자신의 무릅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있는 정국에게 도움을 요청할뿐이였다.
" 동글? 나 도와줘. "
" 싫어. "
" 아니ᆢ나 눈썹 그리는거 어렵단 말이야ᆢ. "
" 지랄을 한다;; "

" 줘봐. "
말로는 아무리 싫다고는 하지만 정국이는 이내 가온이의 손에서 아이브로우를 건네받아 가온이와 얼굴을 맞이한다. 정국이가 자신의 눈썹을 그려주는 동안에도 가온이는 눈을 꼭 감고는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정국이 눈썹을 그리는 동안 입술을 꾹 닫고는 자꾸만 달아오려는 귀를 숨기려 애 쓸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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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국만 위험해보였던 눈썹 그리기 과정이 지나가고 거울로 정국이 그려준 눈썹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가온이가 살짝 웃는다. 그래서 정국도 살짝 웃어주었다. 가온이 너 때문에 자신이 혼자 설렜던건 아직으로썬 절대 들키면 안되니까.
" 야, 동글. "
" ᆢ왜. "
" 사람은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대. "
" ᆢ그래서. "
" 그래서 나도 오빠한테 잘 보일려면 첫인상이 중요하다는거지. "
" 그럼 우리의 첫인상은? "
" 별로였어? "

" 갑자기ᆢ? "
갑자기 첫인상이라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가온이에 정국이는 그때 그 시절의 가온이와 자신과의 첫인상을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잊혀지질 않을 기억, 이제는 추억이 아닌 첫인상이 되어버린 그때의 다시는 잊을수 없던 기억을 정국이에겐 참 고맙고도 따뜻했고 용감했던 그런 기억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