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이 밝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등교했다.
연준은 어제 배구부 부장 선배들에게 혼이 나 아침 댓바람부터 연습을 하러 나갔기에, 여주는 시연, 정혁과 함께 학교에 도착했다.
“최연준 연습 언제 끝남?”
정혁이 여주에게 물었다.
여주는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음… 모르겠어.”
“종 치기 전에는 오겠지?”
“임여주 이제 최연준이랑 당분간 데이트 못 하겠네~”
“아…몰라.”
“하루 같이 등교 안 했다고 지금 너무 보고싶어.”
“아침부터 지@랄이야;”
”이정혁 너는 나 안 보고 싶었냐?“
“어제 봤잖아.”
“어제 봤으면 안 보고 싶은거임?”
“어제 봤는데 왜 보고싶어?”
“지금도 보고있잖아.”
“야, 어제 봤어도 떨어져있는 동안에 보고싶어야지!”
“왜 안보고싶어?”
“너 요즘따라 이상해…!”
“뭐가 또.”
“또, 또라고 했어 방금?”
여주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급하게 시연을 말리기 시작했다.
“야야 그만그만.”
“곧있음 쌤 오셔.”
“이정혁 너도 빨리 니 자리로 가.”
“야, 이정혁.”
“또라고 했냐고 방금.”
“내가 언제 또 그랬어?”
“너는 항상 그랬잖아.”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거 있으면 맨날 티 내고.”
”너 성격 아는데, 받아주기 힘들어 이제.“
“…..”
”그럼 헤어지던가!!!“
시연이 크게 소리치자 반 애들이 다 그 쪽을 쳐다보았다.
”야 다 쳐다보잖아…!“
”이제 그만 싸워…“
”빨리 앉아, 종쳤어.!“
여주는 소곤소곤하게 말했다.
시연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정혁을 째려보며 씨익댔다.
”이정혁 진짜…“
담임쌤이 교실에 들어오시고, 아침 조회가 시작됐지만 최연준이 자리에 없었다.
시연과 정혁의 갑작스런 다툼으로 인해 여주는 그 사실을 잠시 잊고있었다.
그 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오늘 연준이는 배구 전국대회가 얼마 안 남았다고 수업 빠지고 쭉 연습한댄다.”
“얘는 곧 있으면 기말고사인데 수업을 빠져도 될랑가몰라~“
”와 개부럽다.“
“나도 배구부나 들어갈걸.”
“이건 아니지-”
“이럴거면 나도 운동부 들어갔다.”
교실 곳곳이서 아이들의 부러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여주는 연준을 학교에서 못 본다는 사실에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쉬는시간, 여주는 시연과 정혁을 화해시키기 위해 한 자리에 앉혔다.
“화해 해.”
“싫어.”
“ㅇㄴㅅㅂ 왜싸운거임?“
”이해를 할 수가 없어 니넨.“
”요즘 이정혁 진-짜 이상해진 거 알아?“
”옛날에는 막 자기야 여보야 이렇게 불러주면서 나한테 스킨십도 엄~청 했는데 요즘은 존나 무뚝뚝하다니까?“
”스킨십도 안 하고, 맨날 야. 아니면 이시연. 이러잖아!!?“
”내가 언제.“
”이거 봐 말투 딱딱한거.“
”이게 어딜봐서 여자친구를 대하는 남자친구의 말투야 응?“
”임여주 ㅇㅈ?“
”야 근데 이정혁 니는 좀 너무했다.“
”뭐가.“
”이시연이 안 보고 싶었냐고 물어봤으면, 안 보고 싶었을지라도 빈말이라도 보고싶었다 해주면 어디 덧 나냐.“
”넌 연애하지 마라 그럴거면.“
”여자 마음을 몰라?“
”아니 안 보고싶었는데 어떻게 보고싶다고 거짓말을 해?“
”난 그런식으로 연애 못 해.“
”구라를 치면서 연애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래도~ 안 보고싶었다고 솔직하게 말 하면 시연이가 속상한게 당연한거지.“
”너 그런식이면 나중에 사회나가서 좆망해.“
”그렇게 연애하다보면 나중에 하는 말이 다 거짓말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연애냐 비즈니스 관계지.”
“그렇게 연애 할 거면 안 하는게 맞다고 본다.”
“하…... 야, 그럼 나중에 너 회사다닐때 어떤 상사가 너한테 와서 ‘정혁씨~ 저 새 옷 샀는데 어때요~?ㅎㅎ‘ 이랬는데 딱 보니까 진짜ㅈㄴ별로면 어쩔거야?”
“아 ㅆㅂ그거 진짜 개안어울려요 지금 당장 저기 밖에있는 수거함에 처 버리시는 게 나아요.”
“이럴 거야?”
“그건 다르지.”
“그걸 니 여자친구한테 적용을 하라니까?!“
”와 개 답답해. 지금 고구마 오억개 먹었다.“
”사회생활이랑 연애랑 같냐.“
”사회생활은 솔직하게 말 하면 나한테 피해가 돌아오지만, 연애는 솔직하게 말 한다고 나한테 피해가 오지는 않잖아.“
”연애할때 그지랄로 말하면 니 여자친구한테 피해가 ㅈㄴ가요~“
”정혁아 시연이 좀 생각 해.“
”너 이정도면 이시연 사랑하는 거 아니야.“
”사랑 안 하면 나중에 헤어지겠지.“
”원래 안 맞는 사람들은 늦더라도 언젠간 헤어지게 돼있어.“
여주는 속으로,
’이거 좆됐다.’
라고 생각하며 시연의 눈치를 스윽 보았다.
아까부터 눈치는 챘다. 시연은 정혁이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지금 표정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야. 너,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런 서슴없….”
시연은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헤어져 그럼!!”
그러고서 교실 밖을 나갔다.
여주는 정혁의 등짝을 착 때렸다.
”ㅁㅊ놈아 그따위로 처 말하면 어떡해!!!“
”진짜 쓰레기냐?“
”아니 맞는 말 했는데 왜;“
”ㅆㅂ걍 뒤져라 넌.“
”어떻게 지 여자친구 앞에서 그딴 말을 하냐?“
”니가 남친이냐?“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래, 그딴식으로 계속 행동할거면 이시연이랑 헤어져.“
”이시연한테 계속 상처만 주는데 계속 만나봤자 뭐하냐.“
여주는 그렇게 정혁에게 말 한 뒤 시연을 따라 교실 밖으로 나갔다.
왠지 시연이 있을 것 같은 여자화장실 문을 열자 모든 애들이 여주를 쳐다보았다.
“오 ㅁㅊ 최연준 여친이다.”
“임여주 하이~”
“여주 오랜만-”
“아,안녕..”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여자애들이 북적했다.
그 중 시연은 없는 것 같았다.
“잠깐만…”
여자애들 간의 좁은 틈 사이를 지나 화장실 칸쪽을 살펴보았다.
맨 끝 한 칸이 잠겨있었다.
여주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이시연이야?”
한 3초정도 아무 반응 없더니,
“…응.”
“나와봐.”
“안돼.”
“빨리.”
“울고있어?“
”어, 그래서 화장 다 지워졌어.“
“못 나가 이대로-”
”얼른 나와.“
”내 파우치 빌려줄게.“
시연은 그 말을 듣곤 문을 열고 나왔다.
시연의 얼굴을 보니 많이 운 것 같았다.
눈이 빨갰고 부어있었다.
”임여주가 웬일로 파우치를 다 빌려줘..~?“
”맘껏 써라.“
”고맙다.“
점심시간이 되고, 여주와 시연은 같이 밥을 먹고 있었고, 정혁은 자기 친구들이랑 먹는 것 같았다.
“진짜 이정혁 존나싫어.”
“왜그러는거야?”
“근데 진짜 그 얘기는 좀 선 넘었다.”
“쉴드를 쳐주려고 해도 못 쳐주겠네.”
“너네 둘 사이에 권태기가 온 건가..”
“아무리 권태기가 왔어도!”
“어떻게 여자친구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나한텐 맨날 좋은 말만 해줬다고.”
“최연준이 너한테 하는 것처럼-”
“최연준도 요즘에는 안 그래~”
“옛날에는 자기, 여보 이러면서 엄청 애교도 부리고 스킨십도 많았는데 요즘은 안 그러더라구…”
“그래서 서운해?”
“서운하긴 하지-”
“나한테 정 떨어진 것 같고…”
“시간 지나면 이러는 게 모든 남자들 공통인가?“
그런데 그 때 누군가 여주의 어깨의 손을 올렸다.
“우리 여보가 많이 서운했구나?"
여주는 깜짝 놀라 옆을 쳐다보았다.
“…최연준 뭐야.??”
“연습은?”
“나더러 밥도 먹지 말고 연습만 하라고-?”
“나도 우리 여보 얼굴 보면서 밥좀 먹자, 응~?“
”아, 그래…?“
”근데 이정혁은 어따두고 너네끼리만 밥 먹어?“
”니네 이정혁 왕따 시키지?ㅋㅋ“
”아,아니 그게 아니….”
“헤어졌다.”
시연은 근엄하게 말 했다.
연준은 당황했는지 그 상태로 얼었다.
”쓰읍….“
“원래 만우절이 겨울에 있던가..?”
“구라치는 거 아니고, 진짜야.”
“….”
“임여주 오늘 무슨 날이야?”
“내 생일이라서 깜짝파티 이런건가?”
“니 생일은 뭔 생일이야 ㅋㅋㅋ”
“생일 지났으면서.”
“얘네 헤어진 거 맞아.”
“아까 심하게 싸우는거 내가 겨우 말렸다.”
“아니, 왜?”
“이렇게 갑자기?”
“아니 그, 야 최연준 들어봐.”
“최연준 너 나 보고싶었어?”
“ㅈㄴ보고싶었지.”
“뒤지는 줄 알았어.”
“그래, 원래 이 대답이 정상이잖아.”
“근데 아까 이시연이 이정혁한테 이렇게 물었는데 안 보고싶었대!!”
“미친놈이네. 미친놈이야.”
가만히 듣고있던 시연이 분개했다.
“그치!!!! 쌉미친놈이지?!!!!”
“잘 헤어졌네, 응.”
“그 새끼가 심지어 뭐라는 지 알아?”
“어제 봤는데 왜 보고싶냬!”
“와 생각하니까 또 짜증나.”
“ㅋㅋ내가 이정혁한테 말좀 해볼게 진정 해.”
“아니 그리고 또….”
“잠깐, 나 연습 가야돼.”
“이따 다시 얘기 ㄱㄱ.”
“뭐야 벌써?”
여주는 서운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따 저녁때 부를테니까 나와.“
연준은 여주에게 말하면서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시연은 그런 둘을 보며 더 화가 났다.
"…."
”ㅈㄴ부럽네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