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혼자 집에 가라고?"
"응, 할 일이 있어서"
"내가 기다렸다가 같이 가면 되지"
오늘따라 범규가 되게.. 고집이 있네. 최대한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범규를 먼저 집에 보내려는데 내 손을 꽉 잡고 버티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쉽게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범규야 내가 볼 일 끝나고 바로 너네 집으로 갈게.. 알았지?"
"...알았어. 그럼 끝나자마자 전화해"
아쉬운지 내 손을 잡고 꼼지락 거리더니 끝나자마자 집으로 간다니까 놓아준다. 손 인사를 해주니 범규 특유의 은은하고 예쁜 미소를 보여줬다.
다치면 안될텐데.
***

"이제 어쩌게? 죽을만큼 패기라도 하게?"
"미쳤어? 나 경찰서 가기 싫어"
일단 좋게 타일러야지. 못 알아 들으면 나쁜 말로, 그것도 못 알아 들으면
"진짜 쥐어 패는 거야"
"...네 입으로 말 했다 경찰서 가기 싫다고?"
수빈이가 그렇게 말을 하며 바로 피씨방으로 들어갔다. 수빈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즈음 난 바로 핸드폰을 들어 김예림에게 전화했다.
["어쩐 일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범규랑 헤어졌어?"]
뭐야 이 새끼 진짜. 난 수소문 끝에 김예림 번호를 저장 한건데 김예림은 내 번호를 진작에 알고 있었나보다. 소름이 돋기도 잠시 범규랑 헤어졌냐는 말에 살짝 열이 받았다.
"너 나랑 얘기 좀 하자"
["또 머리채 잡아 채려고?.. 풉- "]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너가 원한다면야 뭐"
["..어디야 지금"]
걸려 들었다.
***

"걔랑 헤어지는게 그렇게 어려워?"
"얼마나 더 말해줘야 말귀를 알아 쳐먹냐고 김예림"
"하아- 너한테 말 하면 죽여버린다 했더니 그걸 못 참고 일러 바쳐서..귀찮게"
"무슨 말이야"
"그동안 범규가 내 말 잘 들어서 둘이 헤어진거잖아. 존나 보기 좋았는데.."
"범규가 그렇게 좋아 예림아?"
"좋ㅈ.."
"그럼 가지던가"
"...뭐?"
한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는 우리는 서로 쌍욕만 안 할 뿐이지 말투에선 살기가 느껴졌다. 쫑알 쫑알 잘만 나불 거리던 김예림이 최범규 가지라는 말에 눈을 치켜뜨며 날 째려봤다.
"어디 한 번 뺏어보라고- 그럴 수 있으면"
"...이게..진..짜"
"나랑 범규랑 헤어졌을 때 어땠어? 걔 너한테 시선 한 번도 안 줬어. 멀리서 봐도 너 혼자 별 지랄하는거 다 보이더라"
"야!!"
"그만 포기해. 아, 그렇게 외로우면 차라리 박태정이랑 만나라 존나 잘 어울려"
그리고 예림아 다음부턴 말로 안 하고 주먹으로 말 할 거야. 그 말을 한 뒤 카페에서 나왔다. 범규에게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큼 큼! 목을 몇 번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응 범규야-"
["..언제 와. 네 남친 기다리다 목 빠져"]
"진짜? 내 남친 목은 내가 지켜야지! 금방 가"
범규 집에 가서.. 뭐라도 시켜 먹을까. 아니면 밖에 나가서 데이트라도 하자 할까? 불편한 얼굴을 마주하다 남친 목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들었다고 벌써 기분이 풀렸다.
그 때,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 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너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핸드폰도 떨어트렸다.
내 팔을 잡아당긴 주인공은 김예림이였다. 표정이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울기라도 했나 안색이 많이 안 좋았다.
"야 김예림 손 안 놔?"
"..."
"손 놓으라ㄱ.."
짜악-!
"!!..."
후두둑- 피가 한 두 방울 떨어졌다. 김예림의 떨리는 손을 자세히 보니 조그마한 칼날을 들고 있었다. 지금.. 그걸로 내 뺨을 갈군거야?
"범규는 내 거야!!!최범규는 내 ㄱ.."
"개씨발년아!!!"
그대로 김예림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
"범규야 미안한데 나 오늘 못 갈 것 같아.."
["왜? 무슨 일 생겼어?"]
"으응.. 내가 다시 연락할게"
뚝- 전화를 끊자마자 수빈이가 내 등짝을 때렸다.
아악- 미친놈아! 손이 왜 이렇게 매운거야 미친..

"경찰서 안 간다며 미친년아"
"...아 씨, 엄마한테도 혼났는데 너까지 혼내지 말라고"
"어휴 내가 못 살아.. 내일은 어쩌게 응? 범규랑 연준이 형이 네 볼따구 보고 잘도 넘어가겠다"
뚝 뚝 흐르는 내 피를 무시하고 김예림을 존나 패려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멈추게 되었다. 경찰서에 갔다가 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 되었고 의사의 말로는 내 볼이 생각보다 깊게 베였기 때문에 흉터가 남거나 상처가 오래 남을 거라고 했다.
"나 범규한테 뭐라 말 해.."
"음..."
"..뭐 떠오르는 방법이라도 있냐?"
"내 생각에 그냥 뒤지게 혼나는 것 밖에 없어."
최수빈이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내 가방을 들었다.
무심코 거울을 봤더니 큼지막한 거즈가 내 볼을 감싸고 있었다. 이 씨발 내 소중한 볼이..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내게 가방을 건내주던 최수빈이 내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았다. 생각보다 존나 아픈 고통에 머리를 쥐어 잡았다.
"왜 때려!!"
"속상해서 그런다 속상해서"
"..얼른 집에나 가라. 어두워졌어"
"그래 나 간다"
수빈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걸 보고 나도 집 안에 들어갔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니 아까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 칼을 휘둘렀는데 이 정도여서 다행이지 더 심각했어봐.. 너무 끔찍하잖아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도 뻐근하니 따끔한 상처를 덮은 거즈를 만지작 거렸다. 어떡하냐 이거..
딩-동-
"..아 뭐야 최수빈 교복 마이 안 가져갔네"
요즘 덥다고 덥다고 여기저기 던지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 혀를 쯧쯧 차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내 허리를 끌어 안은 수빈이가 아닌 범규였다.

"또 전화 안 받지.. "
"ㅂ,범규야"
집에 들어오자마자 날 끌어 안아서 못 봤는지 아직은 다정한 말투로 내 허리를 꼭 끌어 안고 있다.
잔뜩 경직된 내 허리를 그제서야 느꼈는지 범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짐을 내팽겨 치고 조심스레 내 턱을 쥐었다.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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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죠..죄송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