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빠, 오늘 이모가 맛있는거 해주신대. 끝나고 수빈이 집으로 와"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개이득. 금방 가"]
뚝,
전화를 끊자마자 우리는 분주해졌다. 급하게 공기를 주입해 빵빵해진 풍선 끈을 묶어 벽에 붙이고 있는 범규와 케이크를 셋팅하는 수빈이, 그 옆에서 잔뜩 시킨 배달 음식을 셋팅해놓는 수진이였다.
"이제 곧 올듯"
"연준이 형 감동 받아서 우는 거 아니야?"
"풉.. 그러겠냐?"
***

"아 뭐냐고오- 진짜 너희들 이것 때문에 나 부른 거야?.."
절대 안 울고 웃으며 부둥부둥 해줄 것만 같았던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서프라이즈-! 해주자마자 눈물이 터져 엉엉 울며 다 큰 우리를 끌어안는 오빠였다. 아니 왜 울어 아저씨야
등을 돌려 눈물을 닦던 오빠가 수빈이가 들고 있는 케이크에 초를 후- 하고 불었다. 수진이가 동시에 불을 켜고 나는 선물을 건냈다.
"오빠 이거 우리가 돈 모아서 산 거야. 수능 잘 봐야해"
".. 나 존나 생각지도 못했어 얘들아"
"저희도 형 울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어요"
"야이씨 최범규 놀리냐?"

"형이 진짜 공부도 다 하고..수능도 치네요"
"니들도 곧이야"
"대학 어디 쓸거에요?"
"모아대. 어떻게든 가야지"
오빠 대학교 가면 자주 못 보겠다.. 내 말에 케이크를 퍼던 포크를 내려놓고 내 머리를 헝클이는 오빠였다.
머리 망가지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오빠의 어깨를 콩주먹으로 때리긴 했지만 기분이 좋은 듯 실실 거렸다.
"너네가 더 바쁠 걸. 이제 고3이잖아 너네"
"항상 같이 다녔는데 이제 그러지도 못 하겠네"
"뭔 소리야- 아니라니까"
연준 오빠가 헤실 거리며 나를 안심 시켰다. 물론 그런 오빠를 아니꼽게 쳐다보는 범규를 내가 모를리가 없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연준 오빠 성격으로는 대학 가면 친구가 엄청 많을게 분명하다. 오빠가 우리를 아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냥, 지금 같은 행복은 마지막 일 것 같았다.

"김여주 혼날래? 너 지금 무슨 생각해. 안 좋은 생각하지"
"...아 아니거든?"
"내가 널 모르냐.. 으이그"
연준 오빠가 나를 안아주려 하자마자 범규가 나를 끌어 당겼다. 덕분에 중심을 잃어 범규의 품에 폭 안기고 말았다.
그걸 본 오빠는 ..독한 놈. 이라며 범규를 흘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범규는 나를 소중한 인형처럼 꼭 끌어 안고 있었다. 하여간 최범규 질투는 심해..

"그래서 다들 자고 갈 거야?"
수진이가 나를 바라봤다. 뭔데 저렇게 초롱초롱하게 쳐다보냐고. 그럼 나는 범규를 바라봤다. 범규는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최범규 너가 허락해야 여주랑 나랑 같이 잘 수 있단말야!"
"너랑 최수빈이랑 단 둘이 자도 되잖아"
"그게 말이냐고 병신아!"
"..여주야. 자고 가고 싶어?"
..끄덕-. 범규야 미안 난 놀고 싶다.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잠깐 입술을 꾹 다물고 고민하던 범규는 수빈이에게 말 했다.
야, 갈아입을 옷 좀 주라.
***

"어때 내 잠옷?"
"야 넌 애초에 자고 갈 생각으로 짐 싸온거네"
"아니... 혹시 모르는 거니까-"
못 말려 서수진.. 나는 수빈이의 반팔과 반바지를 입었고
범규는 오버핏인 긴팔과 검정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다.
나만 왜 반팔 반바지냐면.. 최수빈 옷이 조온나 커서 어쩔 수 없었다. 연준 오빠와 범규는 담ㅂ ㅐ, 수빈이는 씻는 중이라 오랜만에 수진이랑 단 둘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진짜 수빈이 어떤데"
"아 또 또 그 소리. 네 인생에 연애 얘기밖에 없냐?"
"아 최수빈은 진짜 관심 있어 보인단 말이야!"
"...뭐, ㅁ뭐! 그러던지 말던지"
"너 얼굴 빨개졌어"
너네 또 내 얘기 하지.
마침 수빈이가 머리를 탈탈 털며 나왔다. 수진이는 화들짝 놀라더니 곧 아무렇지 않은 척 티비만 보고 있었다. 그게 귀여워 수진이의 볼을 잡아당기니 아야-! 거리며 징징 거린다. 아기 고양이냐고요 무슨...
밖에서 돌아온 오빠와 범규가 오자마자 손부터 씻었다. 범규는 샤워를 하겠다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런 범규를 기다리며 수진이와 합세해 티비를 보았다. 아까부터 범규의 폰을 만지작 거리며 소파에 홀라당 누워 뒹구는 오빠가 보였다. 그러더니 곧 벌떡 일어나 하는 말은 가관이였다.
"야, 우리 술은 안 마시냐?"
"..미쳤어? 또 무슨 사고를 칠려고"
"너는 무슨 내가 술만 마시면 사고 칠 애로 보여?"
..어엉. 그렇게 보여. 내 대답에 깔깔 거리던 수진이가 연준 오빠 손에 들린 폰을 가져가더니 가지런히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말 했다. 이제 폰 만지기 금지

"오빠 편의점 같이 가자"
"왜? 그냥 여기 있지"
"가자"
"고집은.. 오키. 여주야 우리 갔다 올게"
연준 오빠가 주머니에 지갑을 구겨 넣으며 말 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니 서둘러 나가는 수진이와 오빠였다. 뭐 저렇게 급하게 나가냐..
10분 정도 더 지났을 때 범규가 나왔고, 수빈이도 방에서 잘 준비를 다 하고 나왔는지 뽀송뽀송 한 모습이였다. 범규는 나오자마자 자연스레 핸드폰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한 손으론 머리를 털고 남은 손으로 화면 스크롤을 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범규는 표정도 빠르게 굳어갔다.

"...서수진 최연준 나갔어?"
"응 나간지 한 10분 정도.. 근데 왜?"
범규가 말 없이 보여준 화면을 보자 괜히 식은땀이 났다.
김예림 진짜 미쳤구나.. 라고 생각할 쯤에 범규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거 내가 답장 한 거 아니야."

...좆됐다 최연준이 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