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이 옷은 어떤 것 같아?"
"잘 어울리는데?"
"그럼 사야지"
여주야 그럼 이 옷은? 태현이와 학교를 마치고 근처 옷 가게에 들어왔다. 태현이는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키도 커서 진짜로 무슨 옷을 가져와도 잘 어울렸다..근데..
"그것도 어울리네.."
"그럼 이것도 사야겠다"
아니 무슨 대답만 하면 산다고 하냐고. 마치 내 말이 다 정답인 것 마냥 행동하는 태현이에 내가 뜯어 말렸다.
"태현아!..그만 그만"
"어? 왜그래?"
"무슨 고민도 안 하고 사!"
"너가 잘 어울린다며"
태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옷에 택들을 뜯었다. 이런 애는 처음봤네.. 계산하고 오겠다며 다정하게 말해주는 태현이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폰을 봤다.
['강태현 어때? 괜찮지']
최수빈이였다. 그간 궁금하긴 했었나보다.
'ㅇㅇ'
'근데 아직은 별 생각 없음'
정말이다. 태현이가 괜찮은 사람인거 알겠는데 난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 헤어진지도 얼마 안지났고..
..갑자기 우울해졌다. 최범규는 헤어진지 하루만에 갈아타던데 나는 바보같이 잊지도 못하고..
"이제 어디갈래?"
"어... 카페?"
다행이다. 태현이가 조금 더 늦게 왔으면 더 깊게 생각하다가 눈물이라도 흘릴 뻔했다.
***
"태현아 넌 집이 어디야? 나 이번에 오는 버스 타야해서"
"아..아쉽다. 나는 저 반대편으로 가야돼"
"오늘 재밌었어"
"여주야"
"응?"

"너가 아직 최범규한테 마음 있다는거 알아"
"...그건"
"천천히 정리해도 되니까. 그냥...나 밀어내지는 말아주라"
태현이의 말에 머리가 띵 해졌다. 나는 이 상황에서 뭐라 대답 해야할까..다행히 버스가 빨리 와줬다.
"나, 나 가야겠다. 잘 가 태현아"
대답을 피했다. 태현이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버스에 타니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아 오늘 뭐이리 긴장을 많이 했냐.. 힘들어 죽겠네. 버스에서 졸다가 내리는 곳을 지나칠 뻔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재미있게 놀았어?"
"..최범규 너.."
"그런 스타일 안 좋아하지 않나. 눈 존나 낮아졌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떡하니 우리 집 문 앞에 자리 잡고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 드는지 팔짱을 끼며 날 내려다보는 최범규였다.
"최연준에..강태현에.. 난리났네?"
"야"
"솔직히 내가 제일 낫지 않나"
"..하지말라고"
최범규는 화가 난거다. 마음에 안 들면 항상 저렇게 비꼰다. 그치만 이번 상황에선 나도 이해가 안 갔다. 너는..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최범규 너 왜이래"
"너야말로 시발!..."
너야말로 왜 그래 김여주. 갑자기 울컥하며 말 하는 최범규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눈물이 고여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말 똑바로 해 범규야.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왜? 나는 잘못한거 하나 없어"

"나 너무 힘들어"
"뭐?"
우는건가 싶었던 내 예상은 맞았다. 아까 보았던 그 무서운 표정은 어디가고 울먹이며 내 품에 안기려하는 범규를 있는 힘껏 밀었다.
"하지마"
"..여주야"
"범규야. 다 너가 자초한 일이야"
다시는 찾아오지마. 범규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갔다. 무표정으로 신발을 벗고 내 방에 들어가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
범규를 밀어내는게 너무 힘들다. 나는 범규를..아직까지 좋아하니까. 그 생각을 마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혹여나 밖에서 범규가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한참을 울었다.
***
어렸을 때부터 연준오빠를 봐왔지만 오늘처럼 예민한 날은 없었다. 하루종일 수빈이도 나도, 연준오빠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침에 등교를 하다가 연준오빠한테 퉁퉁 부은 내 눈을 들켰던게 시초였다. 아 씨 붓기를 뺀다고 지랄한거긴 한데... 그걸 바로 들켜버리냐

"내가 준 거 먹었어?"
"어?..아니 아직.."
"먹어"
아까 아침에 내 상태를 보고 놀란 오빠가 급하게 초코에몽과 각종 달달한 간식을 내 손에 쥐어줬었다. 이거 먹고 기분 풀으라는 건가. 나 그렇게 애새끼는 아닌데..
주머니에 넣어놓고 아직까지 안 먹었는데 그게 또 마음에 안드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입 맛이 없어.."
"..나 속상하게 하지말고 얼른. 조금만이라도 먹어봐"

"야 근데.. 너 어제 왜 운거야. 혹시 강태현이.."
"그런거 아니야"
연준오빠도 내 말에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뭐야 이제까지 다들 강태현이 나 울린걸로 착각한거야?
"태현이 착하더라"
"..뭐 착하니까 너 소개 시켜준거ㅈ, 헙!..."

"...뭐? 네가 소개 시켜준거냐?"
"아 형! 그게 그러니까!!.."
"이 새끼가 여주 더 고생하는 꼴 보고싶나"
"아니 강태현 걔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래서 해준거죠!"
어우.. 살벌하다 살벌해. 그래도 그 모습이 나를 웃음을 짓게 했다. 조용히 웃으니 그제서야 둘 다 나를 쳐다봤다.
"뭘 봐? 싸우던거 마저 해"
덕분에 웃네
.
.
체육시간이라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던 도중 저 멀리서 최범규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마주칠텐데..
점점 가까워질수록 나는 어떻게 최범규를 바라봐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까? 아니면 못 본 척 할ㄲ...
"...?"
열심히 고심하던 내 노력을 무시당한 기분이였다. 최범규는 나를 보지도 않고 그냥 비켜갔다. 솔직히 기분은 나빴다.
"..뭐야. 어제 우리집까지 와서 간섭한게 누군데"
왜 이제와서 쌩 깐데? 괜히 어이가 없어 뒤를 훽 돌아보니 최범규 옆에 언제 왔는지 모를 김예림이 붙어 있었다. 둘이 걸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했다.
"최범규 쟤.. 왜 절뚝거려"
어디 다친걸까...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닌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