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2

내로남불 2 ; 04 | 령삠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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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그때 그곳을
헤매지 않았더라면
그날 네가 마음 아픈
이별을 안 했었더라면

헤이즈 – 헤픈 우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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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진 듯이 살았던 윤기는 어느 날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양복을 챙겨 입었다.

“윤기야, 어디 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어디 가는 지는 알려줘야지...”
“그냥 잠깐 회사 외근.”
“아, 잘 다녀와. 갔다 오면 우리 오랜만에 외식이나 한 번 하자.”
“미안. 늦게 올 것 같아.”
“아... 할 수 없지 뭐. 알겠어. 조심해서 다녀와.”


윤기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연우는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야 민준우. 넌 너희 아빠 왜 저러는지 아니?”
“내가 알기나 하겠어요?”


준우는 이 말을 끝으로 옷을 챙겨입고 기분 좋은 듯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야! 민준우! 어디 가!”
“아줌마는 신경 꺼요.”
“저게 진짜...”

준우는 아무 말 없이 윤기의 차에 탔다.

“준우야, 엄마 얼굴 기억 나?”
“... 사실 기억이 잘 안 났었는데 어젯밤에 엄마가 꿈에 나왔어.”
“아빠는 5년 전부터 엄마가 꿈에 나왔단다.”
“아빠, 나한테는 솔직해져도 돼.”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엄마 아직 사랑하잖아.”
“준우야,”
“배연우 아줌마, 그냥 아빠가 이용하려는거잖아.”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거 하나 모를 것 같아? 엄마랑 갈등 생겨서 그런거잖아. 엄청 심각한 갈등이던 뭐던 서로 화해하고 그냥 나 5살 때처럼 살면 안되는거야?”
“... 아빠가 미안해. 아빠 잘못이야.”
“그건 엄마랑 얘기해봐.”

윤기는 피식 웃으면서 준우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언제 다 큰거야.”
“아, 아빠! 나 엄마 보려고 머리 열심히 만졌는데...”

윤기는 조수석에 앉은 준우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운전을 했다.

“아빠, 여기 우리 집 아니야?”
“5년이나 지났는데도 잘 기억하네.”
“여긴 갑자기 왜 ㅇ,”
“... 준우야, 윤기야.”

복층으로 된 집 계단엔 여주가 있었다.

“…”
“... 엄마.”
“응 우리 아들.”
“엄마...”
“엄마가 미안해 준우야...”

어리지만 감정 표현을 안했던 준우도 결국 엄마가 그리웠던 애였을 뿐이다.
준우는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여주에게 안겼다.
윤기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민윤기, 실질적으론 오랜만이라고 해야되나.”
“1주일 전에도 봤잖아.”
“그럼 뭐해. 이것도 못했는데.”

그 말을 끝으로 여주는 윤기에게 입을 맞췄다.

“... 5년만이다.”
“... 내가 널 떠나지만 않았으면, 우리 지금과는 다를까?”

돌아오기엔 너무 먼 거리를 지났을 셋은 서로를 껴안고 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