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공강을 어떻게 보낼지
민호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샤워는 방금 다 끝냈지만
나나 민호나 그닥 꾸밀 컨디션은 아니니
일단 후줄근한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 앉아 있어, 내가 가져올게 “
민호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노래를 불러 대는 바람에
결국 카페로 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과일주스 한 잔을 시킨 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혼자 메뉴판을 올려다 보며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는 민호를
몰래 사진으로 남겼다
“ 저기.. “
누군가 대뜸 말을 걸어왔다
동그래진 눈으로 올려다 보자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쭈뼛거리고 있었다
“ 너 태희 맞지? 나 민우야 “
이름을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자는 다름 아닌
한때 친하게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 민우? 내가 아는 그 민우야? ”
나보다 한참 작았던 민우는
못 알아볼 정도로 훌쩍 커진 모습을 하고
내게 인사를 건넸다
“ 야 너 키 진짜 많이 컸다..! 잘 지냈어? “
” 나야 잘 지냈지~ “

두 손에 음료를 들고 오던 민호는 꽤나 당황했는지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태희와 낯선 남자 사이에서 느껴지는 화목한 분위기에
왠지 모를 거북함이 느껴졌지만
애써 표정을 숨기려 입술을 앙 다물었다
바닥에 본드를 발라 놓은 것처럼
모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뎌 테이블로 향했다
“ 엇, 남자친구분이신가? 안녕하세요~ “
” ㅋㅋㅋ 아니~ 학교 친구야 “

“ … 안녕하세요 ”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얼굴도 꽤나 훈훈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투박한 말이 먼저 나왔다
“ 누구야? “
” 초등학교 동창인데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ㅋㅋ ”
“ 친해? ”
“ 예전엔 친했었지 ”
처음 보는 태희의 표정이 묘하게 거슬렸다
부스스한 머리를 괜히 만지작거리며 툴툴댔다
“ 오늘 좀.. 꾸미고 나올걸 그랬나? ”
“ 갑자기? ”
서로 휴대폰 주고 받던데
번호라도 교환했냐 물으면 불편하겠지
카페에 머무는 내내 표정관리가 되질 않았다
태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저 남자 때문인지
모든 대화 내용이 블러 처리가 된 듯 흐리게 흘렸다
한참을 조잘거리던 태희가
테이블을 쿵 내리치더니 말했다
“ 내 말 듣고 있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