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가 없는 일상은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지나갔다
처음엔 지루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가끔 민호가 좋아하는 것들을 앞에 둘 때면
잠시 친했던 날들의 추억이 스쳐갈 정도였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 민호 썸녀 생긴 것 같던데, 알고 있었어? ”
“ … 어? ”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친구는 휴대폰을 들이밀며
어떤 여자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 예쁘지? 이 자식이 여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
말을 뱉은 그 주둥이를 노려봤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카운터에서 귀엽게 생깅 손님에게 번호를 따였던 그날과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었다
친구의 휴대폰을 휙 뺏어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 민호가 원래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었던가? ”
“ 얘 고양이상 좋아하잖아~ ”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 손에 빼앗았던 휴대폰을 도로 쥐어주었다
조금 남은 초코라테를 들이키곤 입소리를 쩝 냈다
“ 슬슬 일어날까? ”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도중
익숙한 실루엣에 잠시 발길이 멈췄다
“ 어? 야, 쟤 이민호 아니야? ”
시선 끝에 닿은 것은 다름 아닌 민호였다
옆에 선 여자는 아까 본 여자와 같은 얼굴이었다
평소와 다른 옷차림과 활짝 지은 웃음을 보니
알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와 같은 느낌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단정한 니트에 슬랙스, 신경 쓴 듯한 머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걸음을 떼야 하는 걸 알면서도
발이 바닥에 붙은 듯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꾸미지 않던 사람이 꾸민 모습을 본다는 게
기분 나쁠 만한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 너 표정이 왜 그래? 설마 민호 좋아해? “
“ 아니야 ㅋㅋㅋㅋㅋ ”
애써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 쟤가 안 꾸며서 그렇지, 보다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 “
“ 어? ”
“ 민호 잘생겼잖아 ㅋㅋ ”
웃어넘기지 말 걸 그랬나
가슴이 따가울 만큼 아린 느낌이 들었다
늘 곁을 지킬 줄 알았던 민호에게
다른 여자가 접근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제서야 처음으로 느꼈다
평소 바보같이 보이기만 했던 민호가
의외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도
이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자꾸만 사무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조용히 입술만 뜯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