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5년 12월 30일
운명이었던걸까.
너와 난 한 날, 한 시에 함께 태어났다.
마치, 우리 두사람이
얽혀질 운명이라는 걸 암시하기 위한 것처럼.
[수고했소, 아이가 너무 예쁘군.]
[하지만, 사내아이가..]
[됐소, 그런 건 필요없소.]
[이 나이에 아이를 가진 것에 감사할 따름이오.]
[우리 딸아이의 이름은 어찌 하실 건가요..?]
[여주, 여주라 할 것이오.]
[여주..예쁜 이름이네요ㅎ]
나는 늙은 백작 부부의 장녀로 태어났다.
모두가 그들에게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결국엔, 내가 태어났다.
그러니, 그들에게 있어서
난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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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감축드리옵니다. 건강한 왕자님이십니다.]
왕은, 그러니까 태형의 아빠는
자신의 첫 후사가 아들이라는 사실에 놀라
한 걸음에 왕비와 왕자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왕비는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행복해했다.
[수고 많았소 왕비. 이제 편히 푹 쉬구려.]
[왕자의 이름은..]
[태형, 김태형이라 지을 걸세.]
[내 아바마마께서 생전에 참으로 가지고 싶어
하셨던 이름이었지.]
[예쁜 이름이네요..ㅎ]
[태형왕자, 부디 건강히 커줘요.]
왕비는 곤히 자고 있던 태형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왕은 신하를 부르더니,
곧장 기사단들과 백작가, 공작가로
편지를 보내라고 명령했다.
그 편지는 다름 아닌,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고자 여는 파티의 초대장이었다.
[내 이 소식을 온 왕국에 전해 모두의 축하를 받게 할걸세.]
[그래요.]
이때까지 왕은 몰랐다.
설마, 자신이 돌린 이 파티 초대장 하나 때문에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을 불러드리리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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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 왕궁에서 전갈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이리 내게.]
백작은 왕궁에서 온 편지를 모두 읽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가 이리 어수선한데, 파티라니.]
[무슨 일이에요?]
[어허, 어서 가서 누우시오.]
[아이를 낳은 지 얼마나 됐다고.]
[잠깐은 괜찮을 거예요.]
[왕실에서 전갈이 왔나보죠?]
[하아...그렇소.]
[겨울이라 먹을 것도 궁한 이 시국에 파티라니.]
[파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왕자가 태어났다고 하오.]
[첫 후사니 기쁜 마음은 이해한다만,
백성들은 밖에서 쫄쫄 굶고 있는데.]
[어쩔 수 없죠.]
[저희라도 힘을 보태는 수밖에요.]
나라가 혼란스러운 지금,
나의 부모님이신 백작 부부는
자신들의 재산으로 굶주린 백성들을 구제하고 있다.
식량을 구입해 나누어준다던가,
의료품들을 구해 치료해준다거나.
그 덕분에, 우리 백작가는
다른 백작가와 공작가,
심지어는 왕궁에서도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왕실에서 전갈이 온 이유라면 이유는 뻔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란듯이,
두 백작부부에게 창피를 주려는 거겠지.
백작부부는 단 한 번도 왕실의 초대에 응한 적이 없다.
단 한 번,
그들이 왕궁에 간 일이 있다면,
그들이 섬겼던 선왕의 장례식 뿐이었다.
그만큼, 나의 부모님은 왕실과는 친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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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0년 후_
[자객이다!!! 자객이 나타났다!!!]
여느때와 같이 평화로웠던,
정확히 말하자면 왕실만이 그러했다.
아무튼, 평화로운 왕실 안에 자객이 들이닥쳤다.
올해들어 벌써 3번째다.
그것도 왕자의 궁에만.
[어서 왕자를 뫼셔 오거라!! 어서!!]
왕비는 물론, 왕까지도 흥분해 어쩔 줄을 몰랐다.
당연했다.
이제 고작 11살된 사내아이의 방에
칼과 총으로 무장한 건장한 남자들이 찾아왔으니,
흥분할 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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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박지민.
이 나라의 왕자인 김태형의
호위대장이다.
남들은 나를 천재라 부른다.
최연소로 왕자의 호위기사단을 이끄는
호위대장이 되었으니까.
왕자의 침실로 들어가니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왕자와 칼을 든 자객들이 보였다.
어린 왕자를 상대로
자객이 몇명이나 필요할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자객들의 목표는 오직 왕자를 죽이는 것일테니,
그딴건 상관없겠지.

나는 왕자를 등지고
자객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멈춰라.]
자객을 그런 나를 비웃었다.
아마도 내가 어리기 때문일 것이다.
기분 나쁘게.
챙! 챙!!
나와 자객의 검이 부딪혔다.
[날 비웃은걸 후회하게 해주마.]
[후회는 네가 할 것 같은데?]

자객이 다시 비웃자,
지민은 눈을 부릅떴다.
지민이 아주 많이 화가 났다는 증거지.
챙!!
지민이 자객의 칼을 받아치자,
자객의 칼이 저 멀리로 날아갔다.
이에 자객은
자신의 패배를 직감한듯 무릎을 꿇었다.
[말도 안돼...내가..]
그런 자객을 무시한 후,
왕자에게로 달려갔다.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으응...]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너희들은 저 자객 놈들을 끌고 가도록.]
[네!]
나는 왕자를 안아 들어,
왕의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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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침실에서 왕과 왕비는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로 안절부절해 하며
주변을 왔다갔다 했다.
그때, 침실의 문이 열리고
곤히 잠든 태형을 안은 호위대장이 들어왔다.
[왕자!! 왕자는 무사한게냐?!!]
[예, 무사하십니다.]
왕비는 태형을 받아들어
침대에 뉘였다.
[자객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습니다.]
[뭣이라...?!]
[정녕 그 말이 사실이더냐...?!!]
왕비는 놀라, 태형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왕은 검을 뽑아 호위대장의 목을 겨누었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네 목이 제일 먼저 날아갈 것이다.]

[예.]
[폐하, 왕자가 심히 걱정됩니다.]
[왕실의 사유지에 있는 별장에 보내]
[왕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머물게하심이
어떠하실런지요.]
왕은 턱을 몇 번 쓸더니,
왕비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호위대장.]
[예, 폐하.]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맏기도록 하지.]
[왕실의 별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게.]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믿겠어요. 호위대장.]
[나나 폐하께, 실망을 안기지 말아줘요.]
[예.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지민은
왕과 왕비에게 인사를 한 후,
침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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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별이 참 밝군.]
지민이 잠시 왕실을 빠져나와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렇게 평화로운데,
왕실밖에는
흉년과 기근으로 허덕이는 백성들이 허다하니..
참으로 슬프구나.

[여기계셨군요, 단장님.]
[아, 윤기왔구나.]
[말 편히 해.]
[그래, 근데 왜 불렀어.]
[드디어, 왕이 왕자의 거처를 별장으로 옮겼어.]
[그게 사실이야?!]
[그래, 이제 우리의 계획을 시작할 때가 됐어.]
[알았어, 다른 단원들에게도 전할게.]
[머지않아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이 올 거야.]
[왕가를 처단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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