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오브 문

4.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멋지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에 비해 나는....




그때, 여주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 심심해?]




[그다지....?]





[배고프지는 않고? 이제 곧 저녁시간인데.]





[아, 괜찮아.]





하지만 이 배꼽시계는

눈치없게 요란하게도 울려댔다.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자

여주가 웃음을 참으려 애쓰는 소리가 들렸다.




[가자, 배 많이 고픈 것 같은데.]




[으응...]





귀가 새빨개지다 못해, 아주 터질 지경이다.

거짓말하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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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 아주 맛있는 빵집이 있어.]

[너도 먹어보면 깜짝놀랄 거야ㅎ]




[응..]





[근데 말이야.]





[어...?]





[넌 원래 그래?]





[뭐가...?]






[아니, 좀..말투가 그래서.]

[처음보는 사이에 이러는 내가 이상한 건가..?]





[아냐, 괜찮아.]

[좀...어색해서.]




누군가와 이렇게 오래 붙어있고,

이렇게 대화하고, 걷는다는 건

내가 별장 안에 있을땐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설마, 내가 친구가 생길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래서....

너무 좋다.

오늘 하루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와 헤어지기 싫다.









맛있는 빵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여주가 말한 그 빵집에 거의 다다른 것 같다.


너무 기대된다.

빵이 맛있다고 해서도 있지만,

친구와 밥을 먹는 기분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분명 아주 좋을 거야.





[여기야, 들어가자.]

[어? 너 왜그래?]




여주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 앞에 호위기사들이 서있었으니까.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뛰쳐나갔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별장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도 내 발로 들어갈 거야.





[태형아!! 너 왜 그래?!]

[쟤가 왜 저러지..?]




태형이를 따라가려하자

왠 남자들이 나를 불러세웠다.



[잠시만요, 레이디.]

[혹시 방금 태형...이라고 하셨습니까?]





[네...그런데요.]

[누구시죠..?]




[저흰 호위기사입니다.]





호위기사...?

이 사람들

아까 낮에 그 사람들과 똑같는 옷을 입고 있어.

그렇다는건..

이 사람들이 태형이의 호위기사인 건가...?

근데 그럼 태형이가 도망칠 이유가 없잖아.

뭔가 사정이 있는 건가?




[아, 저..죄송하지만 제가 급하게 가야할 곳이 있어서요.]




나는 서둘러 빵 2개를 챙기고는 태형이가 뛰어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태형이가 어디로 뛰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멀리가진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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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버렸다.

여주는 어쩌지...?

이렇게 나 혼자 도망쳐 오는 게 아닌데.

아마, 날 찾고 있겠지.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뛰었더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정말 한심하다.

고작 호위기사 몇 때문에 이런 꼴이라니..




[여기 계셨군요.]




그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자,

박지민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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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시간까지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지 못했다.




[일단, 별장으로 돌아가시죠.]




태형은 박지민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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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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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음 아침이 밝아왔다.


결국엔,

태형이를 찾지 못했다.


대체 그 사람들과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피하는 걸까.



밤새 이 생각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태형인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까.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여주야, 잠은 잘 잤니?]





[아, 어머니ㅎ]

[전 잘 잤어요. 어머니는요?]





[나도 잘 잤단다ㅎ]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단다.]





[무슨 일인데요?]

[말씀만 하세요.]





[이제 곧 성년식을 치뤄야하지 않겠느냐.]




[그렇죠...]





말만 들어도 싫다.

성년이 되는게 싫은게 아니라,

성년식을 치루려면 궁에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백작가, 공작가, 후작가에게

눈초리를 당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 곧 성년식을 치룰 자제들이 잠시 궁에 모이는
날이더구나.]





[그러면...]





[평소에 쉬지도 못했는데]

[이럴때라도 좀 쉬어야하지 않겠니.]





[어머니, 제가 다른 귀족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시면서.]





[내 이리 부탁하마.]




내 손을 잡아오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어요.]

[대신, 성년식을 치루면 다신 만나지 않을래요.]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고맙구나..]





[아니에요ㅎ]





어머니가 방을 나가시자마자

하인 두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하인들은 기다렸다는듯

미리 골라둔 드레스와 구두를 입히고

머리를 정리하고 화장을 했다.




어색하다.

지금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이

정말 나인건가..


믿기지 않는데..




[아가씨, 밖에 마차가 도착했으니]

[나가셔야 합니다.]





[그래.]

[아, 잠시만.]





나는 작은 의료가방을 챙겼다.

궁에 가는데 이런걸 왜 챙기나 싶겠지만,

안 챙기면 뭔가 허전해서.





[됐다, 이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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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가 저택을 나오자

커다란 마차 한 대가 서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굳이 저택 정문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셨다.





[여주야, 잘 다녀오거라.]

[혹여 어떤 이들이 우리 백작가를 욕하더라도]

[네가 이해해주렴.]

[그들은 진실을 모르는 불쌍한 자들이니.]





[네, 아버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마차에 올랐고

창문으로 고개를 빼 부모님을 바라봤다.


걱정된다.


그들이 나를 보고 어떻게 대할지.


아버지께서는 이해하라고 하셨지만,

절대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알려줄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은 짓이 얼마나 더러운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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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왕궁이 보였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 숨막히는 곳에서 대체 얼마나 있어야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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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가 왕궁의 정문에 도착하자

서있던 기사들과 하인들이 나를 맞았다.

나는 기사들과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래.

이왕 온거  백작가를 무시하는 것들을

확실히 해주고 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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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문이 열리고

웅장한 연회장과 그 안을 채운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화려하고 예쁘게 치장을 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수수 그 자체였다.

내가 연회장으로 한발 한발 발을 들이자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웃음 소리.

정확히 말하면, 비웃음 소리였다.



나는 듣기 싫은 비웃음 소리를 피하기 위해

얼른 자리를 잡아 앉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찻잔을 들어올리려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쪽 백작가는 돈도 없는데 아직도]

[계속 의료단을 지원하고 있다면서요ㅎ]

[혹시나 돈이 부족하면 말하세요.]

[도와드릴게요ㅎ]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친구들과 나를 비웃었다.


이에 당할 내가 아니지.





[고맙습니다, 공녀. 든든하네요ㅎ]

[헌데, 그 공작가도 돈을 구하러 다닌다는]

[소식이 있던데.]

[아무래도 돈은 다른 데에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ㅎ]





여주의 말을 들은공녀는 얼굴을 붉히며

애꿏은 마카롱만 부숴댔다.





[그리고 이거 하나 말씀 드리죠.]

[그 잘나신 돈.]

[결국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착취하신 거 아닙니까.]





[뭐요..?!]

[말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옆에 있던 공녀의 친구가 자리를 박차며 말했다.

찔리는 구석이 없는 건가..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





[영앤 정말 대단하시군요.]





왠 남자가 내 말을 끊으며

내쪽으로 걸어왔다.





[누구십니까.]





[이곳엔 영애 편이라고는 없으실텐데.]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소개가 늦었군요.]

[전 전정국 후작입니다, 영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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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나가고 싶다.

어제 그 일이 있은 이후

경비가 더 삼엄해졌다.

화장실을 가도

항상 호위기사들이 나를 따라다닌다.





[여주 보고싶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박지민이 들어왔다.





[왕자님, 검술연습을 하러 가셔야 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말없이 검을 챙겨 수련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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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탓인진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왕자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없이 검을 챙긴걸 보니

뭔가 결심한게 있는 건가.


있다해도 상관없다.

넌 이제 곧 내가 죽일 거니까.


나와 왕자는 동시에 검을 뽑았다.

왕자의 눈이 평소와는 다르게

흔들리지 않고 확고했다.


진심으로 덤비겠다는 각오다.

나도 봐주진 않을 것이다.


그때, 왕자가 입을 열었다.





[봤습니다.]






뭘 봤다는 거지..?





[몰랐습니다.]

[설마, 백성들이]

[그렇게 고통받고 있었는지..]





깜짝 놀랐다.

그래서 저랬던 건가.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군.

다행이네.

죽기 전에 깨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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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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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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