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멋지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에 비해 나는....
그때, 여주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 심심해?]
[그다지....?]
[배고프지는 않고? 이제 곧 저녁시간인데.]
[아, 괜찮아.]
하지만 이 배꼽시계는
눈치없게 요란하게도 울려댔다.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자
여주가 웃음을 참으려 애쓰는 소리가 들렸다.
[가자, 배 많이 고픈 것 같은데.]
[으응...]
귀가 새빨개지다 못해, 아주 터질 지경이다.
거짓말하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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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 아주 맛있는 빵집이 있어.]
[너도 먹어보면 깜짝놀랄 거야ㅎ]
[응..]
[근데 말이야.]
[어...?]
[넌 원래 그래?]
[뭐가...?]
[아니, 좀..말투가 그래서.]
[처음보는 사이에 이러는 내가 이상한 건가..?]
[아냐, 괜찮아.]
[좀...어색해서.]
누군가와 이렇게 오래 붙어있고,
이렇게 대화하고, 걷는다는 건
내가 별장 안에 있을땐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설마, 내가 친구가 생길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래서....
너무 좋다.
오늘 하루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와 헤어지기 싫다.
곧
맛있는 빵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여주가 말한 그 빵집에 거의 다다른 것 같다.
너무 기대된다.
빵이 맛있다고 해서도 있지만,
친구와 밥을 먹는 기분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분명 아주 좋을 거야.
[여기야, 들어가자.]
[어? 너 왜그래?]
여주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 앞에 호위기사들이 서있었으니까.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뛰쳐나갔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별장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도 내 발로 들어갈 거야.
[태형아!! 너 왜 그래?!]
[쟤가 왜 저러지..?]
태형이를 따라가려하자
왠 남자들이 나를 불러세웠다.
[잠시만요, 레이디.]
[혹시 방금 태형...이라고 하셨습니까?]
[네...그런데요.]
[누구시죠..?]
[저흰 호위기사입니다.]
호위기사...?
이 사람들
아까 낮에 그 사람들과 똑같는 옷을 입고 있어.
그렇다는건..
이 사람들이 태형이의 호위기사인 건가...?
근데 그럼 태형이가 도망칠 이유가 없잖아.
뭔가 사정이 있는 건가?
[아, 저..죄송하지만 제가 급하게 가야할 곳이 있어서요.]
나는 서둘러 빵 2개를 챙기고는 태형이가 뛰어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태형이가 어디로 뛰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멀리가진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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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버렸다.
여주는 어쩌지...?
이렇게 나 혼자 도망쳐 오는 게 아닌데.
아마, 날 찾고 있겠지.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뛰었더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정말 한심하다.
고작 호위기사 몇 때문에 이런 꼴이라니..
[여기 계셨군요.]
그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자,
박지민이 서있었다.

[대체 이 시간까지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지 못했다.
[일단, 별장으로 돌아가시죠.]
태형은 박지민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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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음 아침이 밝아왔다.
결국엔,
태형이를 찾지 못했다.
대체 그 사람들과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피하는 걸까.
밤새 이 생각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태형인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까.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여주야, 잠은 잘 잤니?]
[아, 어머니ㅎ]
[전 잘 잤어요. 어머니는요?]
[나도 잘 잤단다ㅎ]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단다.]
[무슨 일인데요?]
[말씀만 하세요.]
[이제 곧 성년식을 치뤄야하지 않겠느냐.]
[그렇죠...]
말만 들어도 싫다.
성년이 되는게 싫은게 아니라,
성년식을 치루려면 궁에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백작가, 공작가, 후작가에게
눈초리를 당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 곧 성년식을 치룰 자제들이 잠시 궁에 모이는
날이더구나.]
[그러면...]
[평소에 쉬지도 못했는데]
[이럴때라도 좀 쉬어야하지 않겠니.]
[어머니, 제가 다른 귀족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시면서.]
[내 이리 부탁하마.]
내 손을 잡아오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어요.]
[대신, 성년식을 치루면 다신 만나지 않을래요.]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고맙구나..]
[아니에요ㅎ]
어머니가 방을 나가시자마자
하인 두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하인들은 기다렸다는듯
미리 골라둔 드레스와 구두를 입히고
머리를 정리하고 화장을 했다.
어색하다.
지금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이
정말 나인건가..
믿기지 않는데..
[아가씨, 밖에 마차가 도착했으니]
[나가셔야 합니다.]
[그래.]
[아, 잠시만.]
나는 작은 의료가방을 챙겼다.
궁에 가는데 이런걸 왜 챙기나 싶겠지만,
안 챙기면 뭔가 허전해서.
[됐다, 이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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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가 저택을 나오자
커다란 마차 한 대가 서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굳이 저택 정문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셨다.
[여주야, 잘 다녀오거라.]
[혹여 어떤 이들이 우리 백작가를 욕하더라도]
[네가 이해해주렴.]
[그들은 진실을 모르는 불쌍한 자들이니.]
[네, 아버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마차에 올랐고
창문으로 고개를 빼 부모님을 바라봤다.
걱정된다.
그들이 나를 보고 어떻게 대할지.
아버지께서는 이해하라고 하셨지만,
절대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알려줄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은 짓이 얼마나 더러운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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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왕궁이 보였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 숨막히는 곳에서 대체 얼마나 있어야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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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가 왕궁의 정문에 도착하자
서있던 기사들과 하인들이 나를 맞았다.
나는 기사들과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래.
이왕 온거 백작가를 무시하는 것들을
확실히 해주고 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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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문이 열리고
웅장한 연회장과 그 안을 채운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화려하고 예쁘게 치장을 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수수 그 자체였다.
내가 연회장으로 한발 한발 발을 들이자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웃음 소리.
정확히 말하면, 비웃음 소리였다.
나는 듣기 싫은 비웃음 소리를 피하기 위해
얼른 자리를 잡아 앉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찻잔을 들어올리려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쪽 백작가는 돈도 없는데 아직도]
[계속 의료단을 지원하고 있다면서요ㅎ]
[혹시나 돈이 부족하면 말하세요.]
[도와드릴게요ㅎ]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친구들과 나를 비웃었다.
이에 당할 내가 아니지.
[고맙습니다, 공녀. 든든하네요ㅎ]
[헌데, 그 공작가도 돈을 구하러 다닌다는]
[소식이 있던데.]
[아무래도 돈은 다른 데에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ㅎ]
여주의 말을 들은공녀는 얼굴을 붉히며
애꿏은 마카롱만 부숴댔다.
[그리고 이거 하나 말씀 드리죠.]
[그 잘나신 돈.]
[결국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착취하신 거 아닙니까.]
[뭐요..?!]
[말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옆에 있던 공녀의 친구가 자리를 박차며 말했다.
찔리는 구석이 없는 건가..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
[영앤 정말 대단하시군요.]
왠 남자가 내 말을 끊으며
내쪽으로 걸어왔다.
[누구십니까.]
[이곳엔 영애 편이라고는 없으실텐데.]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소개가 늦었군요.]
[전 전정국 후작입니다, 영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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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나가고 싶다.
어제 그 일이 있은 이후
경비가 더 삼엄해졌다.
화장실을 가도
항상 호위기사들이 나를 따라다닌다.
[여주 보고싶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박지민이 들어왔다.
[왕자님, 검술연습을 하러 가셔야 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말없이 검을 챙겨 수련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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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탓인진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왕자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없이 검을 챙긴걸 보니
뭔가 결심한게 있는 건가.
있다해도 상관없다.
넌 이제 곧 내가 죽일 거니까.
나와 왕자는 동시에 검을 뽑았다.
왕자의 눈이 평소와는 다르게
흔들리지 않고 확고했다.
진심으로 덤비겠다는 각오다.
나도 봐주진 않을 것이다.
그때, 왕자가 입을 열었다.
[봤습니다.]
뭘 봤다는 거지..?
[몰랐습니다.]
[설마, 백성들이]
[그렇게 고통받고 있었는지..]
깜짝 놀랐다.
그래서 저랬던 건가.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군.
다행이네.
죽기 전에 깨달아서.

[들어오시죠.]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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