걘 아니야

너에게 닿는 순간

“ㅈ...조아해”

은호는 플리의 말이 들리지 않아,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뭐라고?”

“좋아해…"

귀에 선명히 들린 ‘좋아해’

라는 말에 은호는 놀라

뒤로 쿵 넘어졌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손으로 급히 막았다.

“계란말이… 좋아…Zzz”

“…?”

알고 보니 플리의 잠꼬대였다.

 

 

은호는 헛웃음이 터졌다.

그 한마디에 설렜던

자신이 조금은 민망했다.

머쓱한 채로 거실로 나왔다.

식탁 위 플리표 계란말이를 보고

한 번 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플리를 향해 점점 더 커지는

마음이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플리를 좋아한 지 11년.

그동안 왜 은호는 고백을 안 했을까?

실은 은호에게 고백의 기회가 있었다.

중학교 졸업식, 고2 크리스마스

은호의 10대엔 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고백 직전 항상 포기했다.

플리를 영영 잃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고백했다가 친구 관계까지

어색해질까 봐

사귀다 헤어지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까 봐

두려웠다.

플리와 그런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은호는 플리 근처에서

머문 거로 만족했다.

아니, 만족한 줄 알았다.

플리와 노아가 헤어지기 전까지

“후…”

은호는 계란말이는

입에 욱여넣곤

소파에 털썩 앉았다.

[ TV 영화 속 대사: 여주 친구 ]

[ “그래서 고백 안 하게?” ]

어디선가 들린 말소리에

은호는 고개를 들었다.

플리가 보던 영화가

눈에 보였다.

소파에 앉을 때 리모컨이

눌려 다시 재생된 듯했다.

[ “걔 이제 여친도 없는데

진짜 고백 안 해?” ]

영화 속 여주의 상황은

얼추 은호의 상황과 비슷했다.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할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다.

{ TV 영화 속 대사: 여주 }

{ “그러다 차여서 친구도 못 하면…?” }

{ “괜히 어색해지기 싫어…” }

은호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여주에게 점점 몰입했다.

[ “ 그래서 안 한다고? ” ]

 [ “ 평생 친구로 지낼 거야?? ”]

여주 친구의 날카로운 일침에

은호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여주와 은호가 동시에 말했다.

 

“아니. 싫어.”

 

여주와 여주 친구를 비추던 앵글이

천천히 친구 정면으로 옮겨갔다.

[“그럼 해. 후회하지 말고” ]

그 말은 정확히 은호의 심장에 꽂혔다.

은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작업실로 향했다.

그날 밤,

은호의 작업실 불은

밤새 빛났다.


# 다음 날

플리가 깨어났을 때,

침대맡에 쪽지가 있었다.

오늘 깁스 풀지? 데리러 갈게

짧지만 다정함이 묻어나는 쪽지였다.

* * *

오후 3시.

플리는 깁스를 풀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두 달 만에 다리에 감긴

족쇄를 풀고 나니 시원했다.


“히히”

플리는 기분이 좋아

괜히 운동화 속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때 바지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다름 아닌 은호의 전화였다.


“응! 은호야!”

“깁스 풀었어?”

“응 방금!”

“어디쯤이야?”

 

 

“나 학교에서 이제 막 출발해서”

“한 10분 걸릴 거 같아”

“그리고… 나 할 말 있어”

 

마지막 은호의 말 때문인지

플리는 더 빨리 은호가

보고 싶어졌다.

* * *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금방 온다던 은호는

30분,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불길한 기운이 플리의 온몸을 감돌았다.

전화를 몇 번을 걸어도

신호만 이어질 뿐

은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은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도은호 너 어디..."

"구급대원 000입니다."

"지금 환자 교통사고로..."

은호가 아닌 다른 목소리에,

교통사고 이야기에,

플리는 놀라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점점 앰뷸런스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응급실로 구급차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플리의 시선은 구급차에서

실려 내려오는 환자에게 집중되었다.

설마 하는 순간,

피 묻은 은색 머리,

익숙한 옷과 액세서리… 

 

 

“도은호…?”

 

 


플리는 의료진을 따라 무작정 뛰었다.

다리에 욱신거리는 감각을 무시한 채

은호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다 사람과 부딪혀

휴대폰을 줍는 사이

은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플리는 무릎에 피가 난 지도 모른 채

응급실을 돌아다니며

은호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피 묻은 붕대를

얼굴부터 온몸에 감고 누워있는

은발의 남자를 찾았다…

 

“은호야…”

 

플리는 충격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플리의 손등에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피로 물든 은호의 손을 잡았다.

“나 데리러 온다며…”

“근데 왜 여기 누워있어…”

플리는 소매 끝으로

은호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이게 뭐야…”

“너 좋아하는 거 이제 알았는데”

“고백도 아직 못했는데…”

“일어나ㅠㅠㅠ 도은호!!!”

플리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울부짖었다.

“진짜??”

그때,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응, 진짜라고 그러니까…”

“응?”

플리는 울먹이다

이상함에 뒤를 돌아봤다.

 

 

“플리야, 진짜 나 좋아해?”

 

오른팔에 반깁스,

이마엔 반창고를 붙인

은호가 서 있었다.

당황한 플리는 누워있는 환자와

은호를 번갈아 보다

꼭 쥐고 있던 손을 후다닥 뺐다.

“아... 악…!”

그러곤 아무렇지 않은 척

벌떡 일어나 빠르게

응급실을 빠져갔다.

“얔ㅋㅋㅋ 김플리 같이갘ㅋㅋㅋ”

은호는 누구 속도 모르고

웃으며 플리를 뒤따라갔다.


# 응급실 밖

“김플리!!”

은호는 도망가는 플리를

겨우 붙잡았다.

플리는 얼굴을 푹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은호는 바로 옆 벤치에 앉더니

옆자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앉아봐 해줄 말이 있어”

플리가 머뭇거리다가 앉자

은호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오늘 일어난 사고에 대해 말했다.

“내가 왜 사고 났는지 말해줄게”

“네 말대로 해리가 학교에 다시 왔어”

해리는 그날 이후 연기처럼 사라졌다.

은호는 해리의 인스타를 염탐해

자주 가는 장소나 수업 시간에 맞춰

강의실 앞에서도 기다렸지만,

해리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다.

경찰과 함께 해리의 집에도 찾아갔지만,

월세도 밀린 채 방치되어있었다.

이걸 들은 플리는 해리는 성적에 민감하니

반드시 학교에 올 거라고 말했었다.

“학교에서 해리를 봤다고

경찰에 누가 신고했대”

“그래서 경찰이랑 학교를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해리가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 너의 연구실까지 갔고”

“서랍에서 USB를 찾았어”

플리의 연구실은 공학관에서도

구석진 곳이라 CCTV 사각지대였고,

그나마 있던 근처 CCTV는

해리가 사건 당일 부숴버렸다.

해리의 행방 묘연과

결정적인 증거 CCTV 부재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플리는 한가지 떠올렸다.

그날 웹캠으로 AI 학습시킬

식물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거기에 해리의 모습이

찍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호에게 웹캠 데이터가

들어있는 USB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도서관 컴퓨터에 USB 연결해서

영상 확인했어”

“흐리지만, 해리의 얼굴과

너를 밀친 것도 찍혔더라”

은호는 증거를 확인한 후,

경찰에게 영상을 전송했다.

그런 뒤 곧바로 플리에게 향했다.

학교 정문을 빠져나갈 때쯤

누군가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으악!!!@#!?!?$#@”

은호는 피하려 핸들을 꺾다

도로변 나무와 충돌했다.

에어백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던 은호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바로 해리였다.

해리는 운전석 문을 열고

은호가 의식이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차를 뒤지며 증거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홍해리, 멈춰!!!”

바로 뒤 은호를 뒤따라오던

경찰이 해리를 향해

테이저건을 겨누었다.

해리가 살짝 멈칫한 틈을 타

여경이 해리를 단번에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자신을 붙잡은 여경에게서

해리는 몸부림쳤다.

 

“도은호씨!!!”

 

 

기절한 은호를 본 경찰은

바로 119를 불렀고,

그렇게 은호는 병원에 올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사고까지야”

“이후엔 형사님에게 들었어”

담담히 말하는 은호를

플리는 글썽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은호야… 미안해…”

“괜히 나 때문…”

플리는 자신을 도와주려다

크게 다친 은호에게

너무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괜찮아, 나 진짜 괜찮아”

은호는 플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근데 그것보다…”

“아까 한 말은 뭐야?”

플리는 훌쩍이며 은호를 바라봤다.

“무슨… 말?”

은호의 표정이 곧

장난스러운 표정을 바뀌었다.

“아까 나 좋아한다는 말”

플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응? 다시 말해봐?”

“그거 진짜야? 응?”

플리는 벌떡 일어나

은호를 살짝 째려본 뒤

아 몰라 몰라 라고 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다.

“야, 김플리 같이 가!!”


# 은호의 집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플리는 재빨리 침실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은호는 플리의 손목을 다급히 잡았다

"너 무릎 왜 그래?”

플리는 자기 무릎을 내려다 보았다.

넘어졌을 때 다쳤는지 피가 묻어있었다.

약을 발라주는 은호의 손길이

플리의 무릎을 간지럽게 했다.

고작 작은 상처에도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은호를 바라보며 플리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까 너 좋아하는 거 진짜냐고 물었지?”

“응 진짜야”

“나 너 좋아해 은호야”

반창고를 붙이던

은호는 멈칫하더니

“들려줄 게 있어”

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곤 가방에서 무선이어폰을 꺼냈다.

데구루루...

설레는 마음 때문일까?

서툰 마음 때문일까?

이어폰을 그만 떨구고 말았다.

서로 떨어진 이어폰을 주우려다

얼굴이 꽤 가까워져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은호가 먼저 살짝 웃으며

플리의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둘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했다.

플리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다.

사랑스럽고, 포근한 음악이라고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들 때쯤

은호가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 피아노에

멜로디를 남겼더라고”

“그거 디벨롭해봤는데 어때?”

은호의 물음에 플리는 멈칫했다.

( ( ‘ 피아노…? ’ ) )

플리는 며칠 전 은호의 작업실에서

피아노 쳤던 기억이 났다.

플리가 천천히 은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순간

 

플리야

“나도 좋아해 많이

은호의 고백이

플리의 심장에 꽂혔다.

놀라서 멈춘 것 같던

심장이 이내 두근거렸다.

 

“너… 진짜야…?”

“응, 훨씬 오래전부터”

예상치 못한 은호의 고백에

 

“아…어…”

 

플리는 완전 고장이 나버렸다.

그 모습에 은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귀여워”

은호는 플리의 볼을 살짝 꼬집더니

곧바로 와락 안았다.

플리는 그대로 은호에게

포옥 안겼다.

은호는 플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해”

 

 

 

 

 

 

 

 

 

💙💜🩷❤️🖤🤍

기다리고 기다리던

늑댕이 은호의 고백! 어떠셨나요?

 

 

은호 반창고 합성한 사진 자연스럽나요? 👉👈

​티가 나도 봐주실 거죠?♥️

 

구독자 70명 감사드리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