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야"
“나도 좋아해 많이"
나는 플리를 안은 채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플리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플리와 나는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플리 입술에 내 입술이 닿을 것만 같았다.
플리도 나만큼 떨리는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서로 닿지 않았는데도
이미 숨이 엉켜있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띵동―
초인종이 우리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플리도 놀랐는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서
현관으로 다가갔다.
나는 지나쳐가는 플리를
잡으려 했지만, 공기만 잡힐 뿐이었다.
“아…”
나는 아쉬움에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은호야, 칼국수 먹을래?”
플리는 배달 봉지를 좌우로 흔들면서
방긋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칼…국수?”
(( ' 지금 이 상황에 칼국수를 어떻게 먹어
방금 어? 뽀뽀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으아아아 왜 하필 이때 온 거야 으아아아 ’ ) )
라고 속으로 소리칠 때
플리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달래는 목소리로 한 번 더 내게 말했다.
“너 단골집인데? 응?”
플리의 애교에 나는 넘어가고 말았다.
절대 단골집 바지락 칼국수라서
삐짐을 푼 게 아니다 절대루
“여기 배달 잘 안 받는데”
“어떻게 시켰어?”
나는 빠르게 칼국수를 세팅하며
플리에게 물었다.
“오늘은 배달로 주문받으셔서
얼른 시켰징ㅎㅎ”
“그리고…이번엔 너가 병원 갔다 왔으니까?”
“물론! 퇴원한 건 아니지만, 고맙기도 하고 또…”
플리는 말하다 부끄러웠는지
횡설수설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 플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볼이 발그레 상기되어
쫑알거리는 플리를 바라보며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아서,
플리 옆에 머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같이 외치며
맛있게 칼국수를 먹었다.
“은호야, 팔 괜찮아?”
깁스한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곧 잘하는 나를 보며 플리는 물었다.
“아 반깁스라 손가락은 안 감아서 괜찮아!”
“아~ 그래? 다행이다”
그리고 살짝 뜸 들이더니
덧붙여 말했다.
“많이 힘들어 보이면
며칠 더 있으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이제 나 집 가도 되겠다!”
“집을 너무 비워서 슬슬 가봐야…”
플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야… 너무 무리했나?”
“나 아파ㅠㅠ”
“야, 너 거짓말이지?”
“진짜야ㅠ 팔도 아프고, 갈비뼈도 아프고”
“혼자 먹기 힘들어ㅠㅠ”
나는 젓가락 들 힘도 없다는 듯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플리를 바라봤다.
“나…먹여주면 안 돼?”
플리는 한숨을 쉬다가,
결국 젓가락을 들었다.
“아 알았어!”
“며칠 더 있을게”
“좋아! 야호!”
플리가 집에 더 있는다는 말에
나는 플리가 주는 칼국수를
얌전히 받아먹었다.
플리의 표정이 나를 꽤 귀여워하는 것 같았다.
히히 기분 좋다.
플리랑 매일 이러고 싶당ㅎㅎ
# 은호집 거실 소파 오후 10시
“뭐 보려고?”
설거지를 마친 플리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음…”
나는 한참 고민하다
플리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틀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플리가 영화에 집중한 사이
나는 다른 것에 집중했다.
플리와 다른 연인처럼
손도 잡고, 서로한테 기대어
영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린 ‘연인’이니까!
나는 조심히 플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플리는
‘손으로’ 과자를 집고,
‘손으로’ 물을 마시고,
이리저리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알고 피하는 거 아니야…?’
살짝 뾰로통해진 나는
다시 심기일전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다 중심을 잃고 플리 쪽으로 넘어졌다.
“아…!”
플리 무릎에 풀썩 넘어진 나는
민망함에 벌떡 일어났다.
"미... 미안 플리야..."
쭈볏거리며 플리를 봤을 때
우리 둘의 얼굴은
순식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플리는 놀라 눈을 크게 떴고,
나는 숨을 삼키며 말했다.
“아까… 하려던 거 해도 돼?”
잠깐의 정적과 함께
아찔한 공기가 나를 긴장시켰다.
플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플리 입술로 다가갔다.
내 눈도 서서히 감기며
마침내 서로의 입술이 닿았다.
내 숨이 거칠어질 때,
플리도 같이 거칠어졌고,
서로 숨이 겹쳐 숨 쉴 타이밍을 놓쳤다.
플리가 손으로 내 목을 감싸자마자
나는 이제껏 참아온 게 무너졌다.
끝을 내는 방법을 몰라
나는 더욱 거칠어졌다.
그날의 키스는
조심스럽지만 거칠었고,
고요했지만, 요동친 키스였다.
# 며칠 뒤 학교
“뭐?!?! 기말 5일 남았다고??”
오랜만에 봉구와 학식을 먹으며
들은 충격적인 소식에
나와 플리는 동시에 얼어붙었다.
그날 밤부터
봉구, 나, 플리 이렇게 셋이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옆자리에서 본 플리는 너무 귀여웠다.
안경 쓴 모습,
살짝 헝클어진 머리,
편안한 옷차림,
집중하는 표정까지
모두 다 너무 귀여웠다.
책상 아래로 나는 플리의 손을
몰래 잡았다.
“!!!”
놀란 플리가 토끼 눈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싱긋 웃으며 잡은 손을
더욱 꽉 쥐었다.
그걸 본 앞자리 봉구는
나를 썩은 표정으로 보는 중이다.
“웩.”
상관없다.
플리만 나를 그렇게 안 보면 된다.
히히
꽁냥거리는 우리를 보며
봉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시험 하루 전
플리와 늦게까지 공부하다
집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별이 많은 밤이었다.
“플리야, 하늘 봐봐!”
나는 플리의 손을 잡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우와! 별 진짜 많다!!”
플리는 별을 보더니
힘들어하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나는 플리에게
손! 이라고 말했다.
플리는 갸우뚱하더니
손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 작은 손에
지난번 사고로 플리가
잃어버린 오르골을
다시 쥐여줬다.
“내가 고쳐놨어”
플리는 오르골을
달칵 열었다.
“어?”
“맞아 내가 멜로디 바꿨어”
“네가 연주한 걸로”
나는 웃으며 말했다.
플리는 한동안 말없이
오르골을 바라보다
고맙다며 나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나도 플리를
꼭 끌어안았다.
# 기말 끝, 종강
시험이 끝나고,
깁스를 푼 은호와 함께
나는 놀이동산에 왔다.
도착하자마자 은호는
내 손을 잡으며 방방거렸다.
“플리야!! 우리 저기부터 가자!!”
은호가 날 끌고 간 곳은 기프트 샵이었다.
각종 머리띠를 나에게 씌워주며
어울리는 걸 찾기 시작했다.
우린 커플로
빨간 모자와 늑대 머리띠를 맞추고
거울 앞에서 다른 연인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플리야, 우리 저거 타러 가자!!”
은호는 샵에서 나오자마자
놀이기구 쪽으로 나를 데려갔다.
종강 당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은호를 놓칠까 봐
평소보다 손을 꼭 쥐었다.
그렇게 은호의 지휘에 따라
롤러코스터, 회전 놀이기구, 바이킹
등등 눈에 보이는 대로 정신없이 즐겼다.
“플리야! 우리 후룸라이드도 타자!!”
은호는 마치 산책 좋아 강아지 같았다.
반대로 나는 끌려다닌 주인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아?”
그러다 멀미에 휘청거리는
나를 뒤에서 잡으며 은호는 말했다.
신나던 표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결국 우리는 후룸라이드말고
대관람차를 타기로 했다.
“미안… 내가 너무 신나서”
“너를 신경 쓰지 못했어…”
대관람차 안,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은호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은호 뒤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 남자친구랑 놀이공원 처음 와봐!“
은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다시 말해줘"
“믿기 힘들겠지만
놀이공원에서 데이트한 것도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논 것도”
“처음이야”
“그리고 그게 너라서 너무 좋아”
나는 은호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흔들리는 관람차가 무서워서인지,
분위기가 긴장돼서 그런 건지,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으며
은호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응 나도 좋아"
"처음에 말한 거 다시 말해주라"
"처음에? 남자친구랑 왔다는 거?"
"남자친구... 그 단어 되게 좋다"
은호는 중얼거리며
점점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도 처음이야"
"여자친구랑 놀이동산 놀러 온 거!"
은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서로 잡은 두 손에 심장이 붙은 듯
우리는 같은 박자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
*
*
이후로도 우리의 연애는
잔잔하고, 더 깊어졌다.
혼자 있는 시간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공부 하고
같이 영화도 보고
서로의 취미를 공유도 하고
예전엔 친구로 함께 했던 추억을
지금은 연인으로 함께 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사람.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아침이 되었고,
점심, 저녁을 지나
서로의 하루가 되었다.
💙💜🩷❤️🖤🤍
꺅 키스신 어떠셨나요?
다음에 마지막 화로 만나요! 독자님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