걘 아니야

넌 빛나는 존재야

 

** 며칠 전, 예준의 카페 앞 **

 

 

 

[ 야, 도은호!! ]

[ 플리 지금 카페에서 금발 남자랑 얘기 중 ]

[ 표정 매우 안 좋음… ]

 

 

 

 

예준이 형의 문자 속

금발 남자는 한노아가 분명했다.

 

 

 

 

((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간 게…' ))

(( '한노아 때문이었어?' ))

 

 

 

나는 왠지 모르게 질투를 느꼈다.

그것보다 플리의 표정이 안 좋았다는 말이

더 신경 쓰여 카페로 무작정 달려갔다.

 

 

 

 

 

“어? 은호야?”

 

 

 

 

카페를 나오던 플리와 마주쳤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연기했다.

 

 

 

 

“오? 뭐야?”

“너 카페 갔던 거였어?”

 

 

 

“아… 볼 일 있어서 잠깐 들렀어.”

“너는 예준 오빠 보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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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준 오빠?!?!?!’ ))

(( ‘얼마나 봤다고 오빠야 흥!’ ))

 

 

 

나도 못 들은 오빠 소리에

괜히 심술이 났다.

 

 

 

 

“아니”

“작업할 게 있어서 왔어”

 

 

 

 

조금 딱딱해진 내 말투에

플리는 당황한듯 했다.

 

 

 

 

(( ‘아… 이게 아닌데…’ ))

 

 

 

유독 플리 앞에서 감정 조절이 잘 안된다.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잘 숨겼었는데,

요즘 따라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속으로 끙끙거리는 사이

플리는 나에게 인사를 하곤 뒤돌아갔다.

 

 

나는 이대로 플리를 보내기 아쉬워

멀어지는 옷깃을 다급하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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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2층 올라갈래?”

 

 

플리는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예준의 스튜디오 **

 

 

 

스튜디오 문을 열자,

케이블과 악기들이 뒤엉켜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정리를 시작했다.

 

뛰어오느라 턱 끝까지 찬 숨을

몰래 고르고 있을 때

 

 

 

띵~

 

 

 

플리가 피아노 건반을 살짝 눌렀다.

 

 

 

“피아노 칠 줄 알아?”

 

 

 

 

내가 물었다.

 

 

 

“아니, 그냥… 눌러봤어.”

 

 

 

 

플리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알려줄게.”

 

 

 

나는 플리 옆에 앉아 가장 쉬운

멜로디를 가르쳐줬다.

 

플리의 서툰 손끝에 내 손이 맞춰지고,

건반 위에서 우리 둘의 음이 얽히며 퍼지고 있었다.

 

얽히던 두 음은 점점 하나의 선율이 되어 흘러나왔다.

 

 

 

 

띡-!

 

 

 

그러다 내가 실수로 다른 건반을 눌렀다.

플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 도은호 틀렸다!ㅋㅋㅋ”

 

 

 

 

그 웃음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웃으니까 더 예뻐 보였다.

 

 

 

 

“웃으니까 더 예쁘네.”

 

 

 

 

“응? 뭐라고?"

 

 

 

 

순간적으로 나온 내 본심을

다행히 플리는 못 들은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웃으니까 보기 좋다고”

 

 

 

 

플리는 잠시 멈칫했다.

 

 

 

 

“요즘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마음 편히 웃은 건 오랜만인 것 같네”

"MT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그 말에 나는 건반 위에 있던

손을 멈추고, 플리를 바라봤다.

 

 

 

 

 

“우리 처음 봤을 때 기억나?”

“중학교 때였는데”

 

 

 

 

"와… 벌써 그렇게 됐나?”

 

 

 

 

플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도 넌 늘 밝게 웃고, 발표도 잘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망설임 없이 하는 애였어.”

“소심했던 나랑은 달랐지.”

 

 

 

 

 

“내가… 그랬었나?”

 

 

 

 

 

“응. 멋있었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 ‘너를 좋아했던 게’ ))

 

나는 차마 이 말은 뱉지 못하고

 

 

“…너랑 친해지고 싶었던 게”

 

 

다른 말을 뱉었다.

 

 

순간, 플리의 눈이 흔들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등 뒤에서 선물을 꺼내며 말했다.

 

 

 

 

“손 줘볼래?”

 

 

 

플리가 내민 손 위로 나는

작은 상자를 툭 놓았다.

 

뚜껑을 열자, 미니 오르골 안에

구슬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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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야,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넌 빛나는 존재야.”

“그러니까… 네 빛 잃지 마.”

 

 


플리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오르골 속 빛나는 구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플리의 방 **

 

 

씻고 나온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오르골이 눈에 들어왔다.

 

 

스튜디오에서 은호와

같이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 순간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살며시 손끝을 어루만졌다.

 

 

 

“예쁘다…”

 

 

반짝이는 오르골을 보며 나는 말했다.

오르골 옆 작은 손잡이를 돌리자,

맑은 선율이 방 안을 맴돌았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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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빛나는 존재야”

 

 

 

그 말이 계속해서 내 마음을 울렸다.

은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나의 빛은… 뭘까…?”

 

 


 

** 다시 현재, 학교 산책로 **

 

 

 

“은호 형! 누나가 해리 한 방 먹였어요!!!”

 

 

 

봉구가 들뜬 목소리로

멀리서 오는 은호에게 달려갔다.

 

나는 민망함에 고개를 푹 숙였다.

숙인 고개 위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을 땐

 

 

 

“플리야”

 

 

은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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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했어”

 

 

 

그 순간, 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 ‘도은호 왜 이러는데…’ ))

(( ‘진짜 사람 헷갈리게…!!’ ))

 

 

 

내 마음 어딘가가 간질거렸다.

 

 

 

“누나!”

 

 

봉구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왜?”

 

 

 

“누나처럼 대학생이 교수님 대신"

"수업하기도 해요?”

 

 

“아, 그건 우리 과 특징이긴 한데”

 

“보통 프로그래밍 기초는

프로그램 설치 및 간단한 기초 설명이라

실습 조교가 맡기도 하거든.”

 

“아주 드물지만, 교수님이

부탁하시면 해야지 뭐”

 

 

 

 

“와… 누나 진짜 멋진 사람이었네!”

"나도 할래요 나도!!"

 

 



이후에도 봉구는 계속 나를 칭찬했지만,

그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은호가 또 머리를 쓰담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나는 은호만

계속 힐끗 쳐다보았다.

 

내 볼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 며칠 후, 늦은 밤 플리의 연구실 **

 

 

 

“으아… 이 정도면 되려나?”

 

 

 

나는 곧 제출해야 하는

논문을 고치고 있었다.

 

 

 

“벌써 새벽 세 시네…”

 

 

 

시계를 보자 절로 하품이 나왔다.

피곤이 몰려와 꾸벅 졸고 있을 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 ‘이 시간에 누구지?’ ))

(( ‘혹시… 은호인가?’ ))

 

 

 

나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연구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은호야?”

 

 

 

하지만 문 앞엔 아무도 없었다.

불 꺼진 복도엔 정적만 감돌았다.

 

 

 

그때—

문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은호가 또 장난을 치나 보다.

 

 

 

“다 티나 도은..."

 

 

 

장난스레 본 문 뒤엔




"홍해리...?"



 

은호가 아닌

해리가 서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어둠 속 해리의 눈동자는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

 

 

 

“...너만 없어지면 돼”

“그럼 아무도 몰라...”


 

 

해리는 중얼거리며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서늘한 분위기,

광기 어린 해리의 눈동자,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가

무서워 나는 소리쳤다.



 

그러다 내가 계단 끝에 다다랐을 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해리는 나를 힘껏 계단으로 밀었다.

 

 


“죽어버려.”


 

 

순간, 시야가 뒤집히더니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쿵 ㅡ

 

 

 

그대로 계단으로 굴러떨어졌다.

계단 위 전등이 깜빡이더니 꺼졌다.

 

 

모든 소리가,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해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섬뜩하게 말했다.

 

 

 

“죽었나?”

 

 

 

나는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렸다.

복통과 다리 통증에 움직일 수 없었다.

 

 

 

 

(( ‘누가 좀… 도와줘…’ ))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무언가 밝게 빛났다.

주머니 속, 은호가 준 오르골이 반짝였다.

 

 

 

(( ‘은호야… ' ))

 

 

 

나는 그 빛을 끝으로 기절했다.

 

 

 

 

 

 

 

 

 

💙💜🩷❤️🖤🤍

 

 

과연 해리는

어디까지 추락할까요?!

 

 

곧 사이다 들고 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