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늑대가 찾아왔다_14
W.노란불
신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어릴 적 나의 친구와 친구의 연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자주 가던 곳인데
침략 사건 이후로 산적들이 나타날까 겁이 나
엄두도 못 내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산적들이 수도에서 내려온 군병들로
인해 모두 옥으로 잡혀들어가 맘 놓고 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기에 오랜만에 가보려 한다
"어디더라..."
세월의 흐름을 맞은 것인지 매번 드나들던 길의
흔적이 사라졌다
눈의 영향도 꽤 큰 것 같다
터벅 터벅ㅡ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본능적으로 이끌고 간 발걸음이 도달한 곳은
어릴 적 뛰놀던 그 곳이 맞다
"와...여긴 그대로구나"
누가 다듬은 것 처럼 잡초들의 흔적 없이 잘 정돈이 되어있다
물에 버려질 수도 있을 법한 쓰레기들도 없다
"누가 관리라도 하나?"
옛추억을 회상하며 이리 저리 돌아다니니
저 나무 위, 친구와 함께 올라가 앉아서 놀기도 했던
넓은 판자도 있다
조금 썩긴 했지만...
부스럭ㅡ
뒷 쪽 풀숲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예전에 자주 오던 산토끼들이 아직도 남아있는건가
반가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내 뒤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은 토끼가 아닌
다 잡혀갔다고 들었던 그 침략 사건을 일으켰던 장본인들
산적들이다
"허억..."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가지고놀던 그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 나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는다
"엥 이 꼬마, 예전에 걔 아냐?"
"누군데? 기억도 안 나"
"그 있잖아. 친구 목숨 팔아먹은 애"
"아~"
그들은 중국어로 추정이 되는 언어들로 이야기를 한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안 좋은 얘기라는 것은
뼛 속까지 느껴진다
"당, 당신들 잡혀갔다 하지 않았어요?"
"이 꼬마애 뭐라는거야?"
"몰라. 조선어인가봐"
"그때 마을놈들은 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숨어 지내던 놈들이 있었구나?"
역시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깊은 산 속,
그리고 눈 앞에 위험한 존재들
여기서 내가 살아갈 방법은 사실상 없다
아무리 김태형이라도 여기까지 금방 뛰어올 순 없을테니
여기서 내가 살아 갈 방법은...
일단 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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