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짐승을 주워버렸다
w. 연탄이밥
*도용금지*
•
•
•
#04.
"잠시 산책 다녀올게, 루시아."
"아가씨 혼자서는 절대 안됩니다- 또 저번처럼 꼴이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잠깐 고양이 산책만 시켜주고 올거야, 다녀오마 !"
"아가씨!!!"
쾅-
고양이의 모습인 태형을 품에 안아들고 루시아의 잔소리가 또 시작되기 전, 황급히 발걸음을 하여 집을 나섰다. 루시아의 잔소리는 다 자신을 위해 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있지만...
그래도 잔소리는 듣기 지루한 걸-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태형의 어깨에 큰 천 재질의 가운을 둘러주는 여주였다. 창고에서 꺼내온, 조상아버님의 옛것이 잔뜩 묻어있는 가운이었다.
"좀 작긴 한 것 같지만.. 옷이 지어질 때까지는 이 가운을 입고다니렴."
"뭐든 좋아요, 아가씨가 주신 것이라면 뭐든."
그 말을 끝으로 여주의 손을 덥석 붙잡아 자신의 손과 깍지를 끼는 태형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태형을 바라보면,

"아가씨, 우리 이러고 걸어요."
라며 여주의 손등에 한번- 입을 맞추는 태형이다.
'내가 다른 사내와 단둘이 걸으며 단둘이 시내를 나가다니..'라며 속으로 낙담을 하는 여주였다. 명색의 데뷔탕트에 오른 귀족 영애인데, 사교계의 다른 누가 이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아가씨? 갑자기 그건 왜.."
"도착할 때까지만 잠깐 쓰고갈게. 신경쓰지마-"
들고 온 양산을 활짝 핀 후 급히 얼굴만 살짝 가리는 여주였다. 여주의 갑작스러운 이상행동에 기웃거리며 여주를 살피던 도중, 시내에 다다르자 급격하게 늘어난 인파에 깜짝 놀라는 태형이다.
"우, 우와.. 아가씨, 사람이 엄청 많아요..!!"
"일단 어서 포목점으로 가자, 날 잘 따라오렴."
꼭 잡은 태형의 손을 이끌며 포목점으로 향하는 여주였다. 얼굴은 여전히 가린 채 포목점으로 걸음을 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는 태형에 여주의 발걸음도 따라서 멈추게되었다.

"....."
"태형아, 무슨 일.."
그가 멈춘 이유를 알기 위해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테라스에서 크레이프를 먹고있는 사람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태형이었다. 저게 먹고싶은건가, 그러고보니 점심도 안먹고 나왔네...
"우리 저거 먹을까?"
크레이프를 가리키며 태형에게 물으면, 좋다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그였다. "귀여워-" 가끔씩 이렇게 보이는 동물적인 본능이 꽤나 귀엽다.
"아가씨, 얼른가요!!"
여주의 손을 꽉 붙잡고는 크레이프가게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태형이다.
"어서오세요-"
가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혹여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자가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불안에 떨고 있으면, 그런 여주의 어깨를 감싸더니 구석 진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는 태형이였다.
"아가씨, 우리 여기 앉아요-"
"응, 여기 좋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다 동떨어져있는 자리를 잡아준 태형 덕에 여주는 한시름 놓았다. 주문해놓았던 크레이프가 나오고, 태형의 원래 컸던 눈이 더 커졌다. 하지만 바로 먹지 않고, 여주를 빤히 바라보는 태형이였다.
아 ,
그가 크레이프를 먹고 있지 않는 이유를 곧 알아챘다. 먼저 포크를 들고 크레이프를 먹기 좋은 크기만큼 자른 뒤, 포크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면, 바로 여주를 따라서 크레이프를 먹는 태형이였다. 포크질이 영 엉성하지만, 먹는 방법을 터득한 태형은 이내 곧 잘 먹었다.
"맛있어? 잘 먹네-"
"우와... 아가씨, 저 이렇게 맛있는거 처음 먹어봐요..!"
발을 동동 굴리고 맛있다며 활짝 미소를 띄우는 태형이였다. 이 아이를 보고있으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나에게 왔을까, 주제에 너무 과분한 행복을 받고 있는건 아닐까.
"아가씨, 잠시만..."
시간이 좀 지났을까. 맛있게 먹고 있던 중, 어느 순간부터 여주를 바라보는 태형이다. 이내 여주의 입가에 천천히 엄지손가락을 갖다대었고, 이내 입가에 살짝 묻은 크림을 닦아내기 위해 여주의 아랫입술을 한번 쓸어넘기는 태형이다.
"...!"

"크림이 묻어서요, 아가씨."
여주의 입술에 묻어있던 크림이 태형의 손가락에 옮겨갔다. 이내 그것을 혀로 살짝 핥아먹는 태형에 여주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그걸 왜 핥아먹는 것이냐..! 그건 내 입에 묻어있던.."
"아무렴 뭐 어때요, 아가씨 입술에 묻어있던건데-"
"...."
큰일났다, 태형의 입술이 자꾸 신경쓰인다. 이게 다 내 입술을 만지작거린 태형의 탓이다. 그가 입술로 크레이프를 물때마다, 입가 주변에 묻은 크림을 먹기 위해 혀를 내밀때마다, 미치도록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ㄷ, 다 먹었으니 이제 가자꾸나. 시간이 늦어지면 곤란해지니.."
그의 싹 비워진 빈 접시를 발견하면, 얼굴을 붉힌 채 벌떡 일어나 양산을 도로 챙기는 여주였다. 그러고는 발빠르게 크레이프 가게를 그보다 먼저 빠져나왔다.
"아가씨, 뭘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
뒤따라 나온 태형이 앞서걸어가는 여주의 손을 덥석 붙잡으면, 태형의 손을 천천히 뿌리치는 여주였다.
"아가씨..?"
"가는동안은 이렇게 떨어져서 가자꾸나, 이게 좋겠구나.."
손을 잡고 걸어가면 그때는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지금 상태에 손을 잡는건 무리였다. 눈썹이 처지며 시무룩해져있는 태형을 보니 그런 것들은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다시 잡기 위해 그에게 손을 내밀려던 찰나,
퍽-
누군가 태형의 어깨를 쳐내며 지나간다.
"뭐 저런 몰상식한 자가.... 괜찮느냐?"
"전 괜찮습니다, 아가씨. 그나저나 이제 제 손을 잡아주시는 겁니까?"
생각을 하기도전에, 이미 여주의 손은 태형의 손을 붙잡고있다. 다시 표정이 밝아진 태형의 얼굴에, 내가 졌다. 손을 더욱 꽉 붙잡고 포목점으로 향했다.

"....찾았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포목점의 문이 열리며 여주와 태형이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듣기 좋은 오르골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아이고, 브리에 아가씨께서 직접 여긴 어인 일로..."
"자네 옷 솜씨가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옷 몇벌 좀 맞추러 왔네."
"아가씨 옷 말입니까?"
"아니, 이 자가 입을걸세."
오르골 상자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작은 발레리나의 마네킹을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구경하는 태형을 데려왔다. 이내 태형의 앞태와 뒤태를 몇번 스윽- 훑고는, 무언가 깨달은 듯 손뼉을 치는 점주인이다.
"마침 이 분과 체격이 비슷한 분의 견적이 몇 벌 나와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갖다드리겠습니다. 5벌 정도면 될까요?"
"충분하네. 그럼 부탁하지."
여주의 명령이 떨어지고, 곧바로 다락방으로 올라가 옷을 가지러 간 점주인이다. 덕분에 지금 이 곳엔 여주와 태형, 둘 뿐이다.
"음... 오래걸리시네, 태형아. 이리 와 서보거라-"
포목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태형이 여주의 앞으로 곧장 섰다. 이내 옆에있던 줄자를 손에 들고, 태형의 어깨 너비와 다리의 길이 등 태형의 신체사이즈를 재는 여주였다.

"아가씨, 뭐하시는.."
"가만 있어보거라, 너의 사이즈를 알아야 점주인이 옷을 맞게 수선하지 않겠느냐 -"
여주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태형이다. 허리 둘레를 재기 위해, 여주는 태형의 허리를 감싸안듯이 팔을 감았고 그에 못이겨 자신의 허리 뒤에 닿여있는 여주의 두 손목을 붙잡는 태형이다.
순식간에 포목점은 고요해졌다. 오로지 태형과 여주의 시선만이 맞닿아있다. 미세하게 떨리는 여주의 동공과는 달리, 태형의 시선은 여유롭다. 이내 천천히, 태형의 입술이 여주에게로 다가간다.
"...웁."
피하려고 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까전부터 신경쓰였던 태형의 입술을 그저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여주가 자신의 입술을 피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씨익 웃더니 그대로 여주를 번쩍- 쉽게 들어안아 버린다. 그 와중에도 입술은 떼지 않았다. 태형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아 그에게 완전히 매달린 상태의 여주였다.
"...으응.."
여주를 그대로 테이블 위에 조심히 앉혀놓는다. 한 팔로 여주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한 팔로는 테이블을 짚어 무게를 지탱하는 태형이다. 자연스럽게 서로 입 안의 말캉한 것이 얽히고, 이곳의 소리라고는 오직 입술의 살결이 부딪히는 소리와, 그들의 거친 숨소리 뿐이었다.
콰직-
"...흐아..!"
"..하..하아.. 아가씨.. 저도 모르게.. 그만..."
태형이 짚고 있던 테이블 모서리가 그만, 부서지고 말았다.

"얼씨구.."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