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짐승을 주워버렸다

06. 어느날 짐승을 주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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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짐승을 주워버렸다

w. 연탄이밥
*도용금지*












#06




"나와 결혼해주시오, 브리에 여주."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들이닥치듯 와서는 다짜고짜 청혼이라니.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어머니는 뭐가 좋으시다고 싱글벙글 웃고계시는건지.





"싫습니다."

"뭐라..?"

"브리에, 얘가 오늘 왜 이래. 공작께 무례를 범하지 말아야지."

"어머니, 이 자와 결혼할바엔 혼자 살며 늙어가는게 훨 낫습니다. 전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주의 그 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그녀였다. 정확히, 굴러들어온 횡재에 재를 뿌려버리는 여주의 행동이 어처구니 없었다. 공작의 부인이 된다는 것은 귀족 영애 중 최고가 된다는 것. 가문의 명성이 높아질 뿐더러 득이 되는 이익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것을, 당사자인 여주가 망치려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공작과 무조건. 혼인을 성사시켜야한다.





"브리에, 난 당신과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할거요. 그러니 헛된 짓은 하지않길."

"....."

"그럼,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부인."





자신의 어머니에게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공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여주였다.



쾅-



그가 나가는데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태형이가 너무 보고싶다. 서둘러 손님방에서 빠져나와 방으로 올라가려던 순간, 싸늘한 눈빛으로 여주를 노려보며 불러세우는 그녀였다.





"브리에, 도대체 왜 그러니? 공작을 붙잡아야 할 이 마당에.."

"어머니는 제가 그 자와의 혼인을 왜 거부하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으신가보네요, 그저 공작가와의 결합에만 관심이 있으신거잖아요. 안그래요?"

"당연한 것 아니니? 그 이유가 뭐가됐든, 넌 공작과 결혼해야돼. 무조건!!!"





그녀의 언성이 높아졌다. 결혼이 하기 싫은 이유를, 공작에게 당한 일들을 입밖으로 꺼내려 했지만, 말문이 막힐 뿐이다. 더는 감정을 낭비하기 싫어 한숨을 짧게 내쉬곤, 방으로 황급히 들어가는 여주다.



쾅-







"아가씨,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아요."

"태형아, 난 그 공작과 결혼하기 싫어..."

"저번에 봤던 그 치한이요?! 왜 그 사람과 결혼을.."

"일종의 계약이지 뭐.. 가문의 명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니.."

"그래도 그 사람은 안돼요. 아가씨에게 해를 입힌자라고요!!!"





역시, 내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건 태형이 뿐이다. 마치 자신의 일마냥 화를 내는게 또 감동이다. 차라리 공작과 결혼할바엔 태형이와 함께 지내는게...





"태형아, 그냥 결혼하지말고 너랑 살까..."

"같이 살고 있잖아요- 전 지금도 좋아요."

"아니, 이렇게 숨어서 말고.. 우리끼리만. 맘 놓고 편하게."





이내 한참동안 말을 잇지 않고 여주의 시선을 빤히 맞추는 태형이였다. 그리고 점점 몸을 기울이더니, 여주의 입술에 짧게 입 맞추는 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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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아가씨와의 미래를 그려봤어요."

"정말? 어떤 미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또 행복하게 사는거요."





행복한 결말인데, 태형의 볼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왔다. 그는 슬픈걸까, 아니면 정말 행복해서? 저 눈물 한 방울의 의미가 궁금한 여주였다.



아니, 애초에 인간과 신수의 사랑이 말이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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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평생 함께이고 싶어요, 아가씨와 평생.."

"...응, 평생 같이있을게."

"네..?"





펑펑 눈물을 쏟아내던 중, 평생을 기약하겠다는 여주의 한 마디가 태형을 크게 자극했다. 두 눈을 크게 뜨며 여주를 바라보면, 그에 보답해 빙긋- 미소를 띄우면 그런 여주를 자신의 품에 와락- 안아버리는 태형이다.





"나도 바라는거야, 너랑 평생 함께하는거.."





이내 한 손으로 여주의 볼을 감싸고, 바로 입술을 덮었다. 그의 따뜻한 눈물이 피부로 전해져온다.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를 잃기 싫어,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낀다.






















신수들의 성지,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이 대신전은 신수들의 우두머리인 수장의 영역이다. 가만히 앉아있던 지민의 무거운 한숨에 그의 기분을 바로 알아챈 정국이 순식간에 지민의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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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서 지내고 있는거야.. 태형.."

"무슨 일이야, 왠 한숨?"

"얼마전에 태형을 발견했는데, 그 이후로 행적을 모르겠어.."

"때가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네가 태형을 걱정할게 뭐가있어. 좀 질투나는데-"





지민에게 얼굴을 가까이 댄 정국이 비열하게 웃으며 한 손가락으로 지민의 턱 밑을 쓸어올리면, 그런 정국의 이마를 짓누르며 얼굴을 밀어내는 지민이다. 





"장난치지말고- 수장님이 태형을 데려오라고 하셨어. 얼른 찾아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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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데, 뭘 그리 급해. 이 냄새 하나로 신수 한 마리 찾는건 일도 아니야."

"고마워- 정국."





윙크를하며 두 손가락으로 정국을 향해 손키스를 날린 지민은 대신전 밖으로 나가며 큰 짐승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직 성장이 덜 된 태형과는 달리, 지민과 정국은 완전한 짐승의 모습을 비추었다. 

















"옷은 마음에 들어? 입어보니까 어때?"

"아가씨,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것도, 저것ㄷ..."

"응?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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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포목점에서 맞춘 옷들을 하나씩 입어보다가 무언가를 놓친 듯,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는 태형에 여주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무언가 불안하다, 태형을 옥죄여오는 무언가가 불안에 빠뜨렸다.



여태 잘 숨어왔는데.. 왜 지금... 익숙하지만 불쾌한, 그다지 반갑지 않은 기운이 태형을 감싸돌았다.





"아가씨, 잠시만... 어디 좀 다녀올게요."

"갑자기 어디를..."





이내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간 뒤, 창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태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