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저 좋아하는 거 맞잖아요.

2화_봄 소나기

[여주의 자취방]
[여주 시점]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왜 이러지.
힘겹게 눈을 뜬 후 평소처럼 침대 옆 거울을 본다.


“으악!!!”


전신 거울 앞에는 웬 꼴이 말이 아닌 여자가 서있다.
지우지 않은 화장이 번질 대로 번졌고, 옷도 갈아입지 않아 외출복 차림이다.


‘내가 어제 뭘 한 거지‘


깨질듯한 머리로 어젯밤을 회상해 본다.
흐릿하게 기억이 나다가 어젯밤의 장면이 명확하게 그려진다.


‘미친. 아아아아아아아악’
‘왜 그랬을까’


어제의 업보에 대한 크나큰 후회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대학생의 숙명, 강의를 들으러 간다.


[보넥대학교]


자책을 이끌고 도착한 학교.
강의 시작 5분 전, 어젯밤 같이 있었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은근슬쩍 손으로 얼굴을 가려본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는 다르게 다빈이가 옆자리에 앉는다.


다빈 “안녕ㅋㅋ”

여주 “안녕ㅋㅎㅋㅋ”

다빈 “어제 우리 말도 안 됐다ㅋㅋㅋ”

여주 “나 지금 쪽팔려 죽으려고 하는 중”

다빈 “너 완전 조용한데 쉽지 않긴 해”


강의가 끝난 후 다빈이는 약속이 있다며 떠났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한태산을 만나 점심을 먹으려 한다.
약속 장소인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건만…


[보넥도서관 앞]


‘얘 또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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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돌리다 못해 휘둘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슬슬 고개가 아파질 즈음에 나를 놀래키는 소리가 들린다.


태산 “워!!!!”

여주 “악!!!ㅆ”


내가 놀란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실실 쪼개댄다.


태산 “ㅋㅎㅋㅎㅋㅎㅋ”


[보이넥반점]


어제 나의 모습이 얼마나 웃겼으면 식당을 오면서부터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그 얘기만 한다.


태산 “아니 너 죽어도 남들한테 흐트러진 모습 못 보여주면서 그러고 있냐ㅋㅋ”

여주 “아효ㅠ 그러게 말이다”
여주 “근데 넌 친구의 흑역사를 그렇게 조롱해먹고 싶니?? 으휴”

태산 “ㅋㅎㅋㅎㅋㅎㅋㅋㅋ”


그렇게 계속 웃는 한태산과 점심을 먹고 난 후 마저 남은 강의를 듣는다.


[보넥대학교 사회과학관 출입구]


강의를 다 듣고 건물을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거센 비가 내린다.

소나기인가 보다.

신발이 축축하게 젖은 채로 집에 갈 생각을 하니 저절로 기분이 꿉꿉해진다.


‘으 왜 딱 이 타이밍에..ㅠ‘


좌절하고 있던 찰나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계단을 신난 발걸음으로 내려오던 소리는 비가 오는 것을 보았는지 느려진다.

어떻게 저렇게 발소리 하나에도 기분이 잘 드러나지라는 의문을 못 이기고 돌아본다.

호기심을 담은 머리 뒤에는 운학 선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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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학 “아ㅠㅠ 비오네ㅠㅠㅠ”

‘?’


왜 날 쳐다보지?

운학 선배는 내 옆으로 와서 내가 들으라는 듯 크게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한다.


운학 “우산도 없는데 이거 어쩌나…”


어우 어금니에 마이크를 달았나 너무 크게 말해서 무시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소심하기로 소문난 나는 선뜻 같이 쓰자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지. 여기서 같이 쓰자고 말하는 사람이 몇 안 될 거다.

흘끗 운학 선배를 보자 갑자기 운학 선배가 활짝 웃는다.


“우산 있는 누군가가 우산 좀 빌려줬으면 좋겠는데~”


소나기를 보고 서둘러 꺼낸 내 우산을 보며 운학 선배가 이야기한다.

‘이거 맞나? 저 선배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지?’

‘여기서 안 빌려주면 찍히나?’

‘같은 과 선배인데 빌려줘야 하나? 안 그래도 유명한데’


이런 상황이 처음인 나는 몇 백 번을 고민한다.

400번째 고민을 끝낸 후 내린 결론은….
‘안 빌려주는 것보단 빌려주는 게 낫겠지!’



“같이 우산 쓰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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