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리엔 52
오늘도 한마리 고래가 어김없이 노래한다. 이 넓은
바다 한가운데 그 고래는 외롭게 말을 한다.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있게 소리치지만 들려오는 대답이 없다는게,
사무치게 외로워진다. 고래는 다시 힘껏 노래 불렀다.
_’내 말을 들을 수 없는걸까? 내 노래를 듣고도 모르는
척을 하는걸까?'
_쟤 봐라, 쟤. 또 외로운 척이나 해댄다.
_으휴. 별나면 좀 가만히라도 있던가. 맨날 알아듣지
못하게 소리치거나 노래부르기만 하고.
시끄러워 정말.
그 고래는 다른 고래들이 하는 얘길 듣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을 한다는걸 알았기에.
_그래, 아무렴 뭐 어때. 이제 상관없어. 누군가 곁에
머물 수 없다 한대도 그걸로 족해. 외로움이란 녀석이
곁에 있으니까.
고래는 조용히 홀로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
심연 속으로 점점 가라앉았다. 어느덧 햇빛 한가닥이
겨우 들어오는 깊은 바닷속에 들어오자 고래는 그곳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조용히 노래 불렀다.
_이렇게 홀로 노래부르는 고래가 몇이나 될까.
세상은 절대로 알지 못할거야. 내가 얼마나 슬픈지….
그저 난 수면 위에서만, 숨을 쉴때만, 관심을 받으니까.
_나도 내 가치를 알리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도 이 차가운 심연 속에서 벗어날 수 없네….
_분명 푸른 바다를 향해 힘껏 내 목소리를 내라고
하셨는데…. 어떡하죠...? 여긴 너무 깜깜하고 온통 다른 말을 하는 다른 고래들뿐이에요….
고래는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외딴섬 같은 나도
밝게 빛날 수 있을까.
_당연히 빛날 수 있지!!
고래는 모래를 일으키며 꼬리를 힘껏 휘저었다.
_계속 부르는 이 대답 없는 노래도 언젠가는 내일에
닿을거고 이 끝없는 무전 하나도 언젠가 지구 반대편에
닿을거야!
_눈먼 고래들조차 날 볼 수 있는 날이 올거고 그때가
되서야 다가올 큰 칭찬은 날 춤추게 할거야, 분명.
고래는 저 멀리 보이는 햇빛을 향해 힘껏 꼬리를
저었다. 팔도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열심히 수면을 향해
갔다. 숨을 쉬러 가는게 아닌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함으로.
_나답게 헤엄치는거야. 내 미래를 향해 가는거야.
난, 이 푸른 바다와 내 헤르츠를 믿어.
내 아픔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이 푸른 바다에 포용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나마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아픔은 알아주는 이는 물론이고
내 노래를 들어주는 이 하나 없을거야.
고래는 심연을 벗어나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며 수면을
향해 헤엄쳤다. 주변 고래들이 비웃는 듯이 자신을
보았지만 상관없었다. 숨이 점점 막혀왔지만 괜찮았다.
이 바다가 너무 깊어도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눈물이 나도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왈리엔 52는 눈물인지 바닷물인지 모를 물 속을
힘껏 헤엄쳤다. 자신의 헤르츠를 믿으며.

왈리엔 52
다른 고래들보다 높은 52Hz을 내는 Whale 52와 Alien을 합친 Whalien 52.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아미 여러분들(특히 화양연화를 앓고 있는 분)은
고래 52(정확한 명칭:52 hertz-whale)가 얼마나
외로운 고래인지 아실거예요. 깊은 바다속에서 다른
고래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헤르츠를 내기 때문이죠.
자전적인 곡이 많은 소년단이지만 이 곡은 당연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헤르츠를 연상시키는 높은 음으로 곡이 마무리될 때마다 기분이 새로워요.
가사를 해석하는 도중에 “내 아픔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에서 골머리를 앓았,,,ㅎㅎ 그 결과 ‘내 아픔=내 노래를 들어주는 이가 없음’ ‘물=바다’ ‘기름=내 아픔’으로 해석하게 되었죠!
바다속에서 내 아픔을 알아주고 포용해주는 이가 없으니 그 상황을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으로 표현한 듯 싶습니다.(물론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
노래에서도 그렇고 이번 이야기에서도 그렇듯 고래의 ‘노래’는 실제 고래가 내는 헤르츠와 자신의 이야기(목소리)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길고 긴 작가의 말을 다 읽는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심없는 작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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