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긴,끝이 아닐거야 다시 만나볼테니까[BL/찬백]

외전 1. 슬픔은 반복되지 않는다. (-1

변백현은 나보다 세살이 어렸다. 
하지만 그는 날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건방지고도 사랑스러운. 그 귀여운 모순에. 
나는 언제나 함락하고 그를 향해 팔을 벌렸다. 

"찬열아!"
"맨날 반말하지 그냥. 응?"
"모 어때. 헤헤.."

그렇게 너를 안은 공원에서 다시한번 앞서가는 너를 불렀다. 

"백현아."

사랑스러움의 인간화인 네가 뒤를 돌지 않았다. 

"백현아."
"결혼하자."

뒷모습의 네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리곤 빙글 돌아보며 방글방글 웃었다. 

"결혼하자. 찬열아."

너는 언제나 앞서갔다. 
내가 너보다 앞서간 거라곤  설원의 키스 하나가 다였지 않을까. 

멀어졌던 네가 다시 간격을 좁혀온다. 

"결혼해주세요. 찬열이형."

스물셋의 그 미소는 영원히 잊을수 없을거다. 
스물여섯에게도, 스물셋에게도. 
베싯베싯 웃어보이며 살랑거리던 스무살보다, 나직한 목소리로 손을 살며시 잡아오는 스물셋은. 
확실한 어른이었으니까. 








* * * 









변백현은 언제나처럼 꽃을 닮았다. 
봄에는 아기진달래.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코스모스.
겨울엔 동백꽃.

"꽃은 그대를 닮았어. 축하할때도, 위로할때도. 우리는 꽃을 건내니 말이야. 그대는 꽃이야. 참으로 꽃이야."

네가 읊어주던 시처럼 너는 참으로 꽃이다. 

"박찬열씨, 당신 아빠됩니다."

3년의 연애와 3년의 결혼생활. 

"이제 정말 아저씨가 되는 기분이 어떠세요?"

변백현의 늘씬한 아랫배에 얼굴을 묻고 그의 체향을 마음껏 들이쉬었다. 

"이혼 안해준다고 소리지르던 저번달과는 다르다."

빨빨거리고 밖을 돌아다니던 변백현과 그런 변백현을 하루 온종일 기다리던 나는 저번달 정말 크게 싸웠었다. 이혼하고 싶은거냐 물었던 질문에 계속 차분하던 변백현이 눈이 돌아가서 다 뒤집어 엎었었지. 
난 그애가 그렇게 힘이 좋은줄 몰랐다. 
그렇게 사랑하던 책들을 다 뒤집어 엎고 그 위에 컵에 담겨있던 커피까지 쏟아부었으니.
이젠 만족하냐면서 차갑게 묻던 그 서늘함이 나는 정말 그애가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같잖게도 그애는 원래 어른이었다. 
여전히 굳어있던 날보고 이혼하고 싶으면 어디 서류 백장천장 날려보라고. 보는앞에서 다 찢어서 없애버릴거라고. 나 죽어서 사망신고서 작성 다 하면 그때 이혼하라고 비명처럼 운 변백현. 

"그거 애가 다 들은거 아니야?"
"태어나면 다 말해줘야지. 엄마가 너 가졌을때 말이야~"

창틀에 앉아있던 변백현이 까르르 웃으며 뒤로 넘어갔다. 
그애의 허리에 손을 감고있던 내가 그애의 판판한 가슴팍에 파고들며 입맞췄다. 

"좋다."










* * * 








열매가 태어나고, 그애는 스물일곱이 되었다. 
나는 서른의 문턱에 있었고. 사실 서른은 맞지만 난 생일이 느리니까.
그애는 내게만 보여주던 미소와 함께 또다른 미소를 내보였다. 
높은톤의 목소리로 열매에게 말을 걸고, 예쁜 손끝으로 글자를 가리키고. 그리고 그것을 발음하고, 가르치고. 
내도록 변백현은 웃었다. 
그애는 건강했다. 나도. 열매도. 
우리는 모두 건강하다. 


그렇기에 나는 그애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