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말해봐, 뭐라고? “
“ 사귀자고, 예전으로 돌아가자 우리. “
“ … 김석진. “
“ 응? “
“ 네가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한 번에 받아줄 줄 알았어? “
“ 나, 너 없는 동안 정말 힘들었어. “
“ 그렇게 떠나고… 뭐? 다시 만나자고? “
“ 나랑 장난해…? “

“ 우리가 헤어졌던 그날보다, 오늘이 더 비참해. “
“ 다시는 찾아오지 마, 보고 싶지 않아. “
예전에는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처럼 달아오르던 가연의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차디찬 겨울처럼 식어버렸다. 반면에 석진의 마음은 봄처럼 다시 싹을 피우고 있지만, 싹은 혼자 피워 꽃이 될 수 없다. 결국 석진은 싹을 피우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는 끝이 났다.
“ … 바보 같죠. “
“ 아니요, 전혀. “
“ 힘들었겠어요… 그 몇 년 동안. “
“ … 아직도 미련 남았는데, 그냥 잡을 걸 그랬어요. “
“ 지나간 일에 후회하는 거, 바보 같은 짓이에요. “
“ 좀 힘들어도… 깔끔히 잊어요. “
“ 가연 씨 인생에 남자가 그 사람밖에 없는 거 아니잖아요. “
“ 그렇죠… “
“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요. “
“ 진짜요…? “
“ 응, 진짜요. “
“ 고마워요, 지민 씨. “

“ 가연 씨 힘든 거 못 보겠어서 그래요. “
그 후로 가연에게 석진이 찾아왔지만 가연은 석진을 마다했고, 석진을 만난 후에는 정말 힘들어했다. 가연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지민은 그런 가연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기도 힘들었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점점 지민의 마음속에서는 가연에 대한 싹이 점점 자랐고, 작았던 싹은 자라 꽃을 피우기 직전 단계까지 왔다. 밖은 어느새 차가운 공기와 하얀 눈이 자취를 감추고 싱그러운 봄 내음과 함께 벚꽃이 폈다.
“ 벌써 벚꽃이 폈네요, 제가 가연 씨를 만난 건 겨울이었는데. “
“ 그러게요. “
“ 난 가연 씨가 인화소 찾아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
“ 저를요? “
“ 네. “
“ 어떻게요…? “
“ 봤거든요, 런던에서. “
“ 하얀 눈이 펑펑 오고 크리스마스 준비로 다들 바쁘던 그날, 난 그날의 가연 씨를 잊을 수가 없어요. “
“ 처음 본 순간부터 특별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

“ 그 말은… “
“ 네, 그때부터 좋아했어요. “
“ 가연 씨만 괜찮다면… 우리 만나보지 않을래요? “
“ 좋아요, 지민 씨. “
가연은 지민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고, 지민에게는 그 모습이 벚꽃보다 더 예뻐 보였다. 결국 지민의 싹은 예쁜 꽃을 피웠고, 그 꽃은 정말 특별했다.
차디찬 겨울에서 뜨거운 태양이 비치는 여름, 쌀쌀하고도 고독한 가을을 거쳐 싱그러운 봄까지.
이 사계절 중 우리의 온도를 표현해 주는 계절은, 봄이다. 아름답고도 싱그러우면서 예쁜 꽃을 피우기 좋은 계절, 우리는 그 계절 한가운데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런던에서부터 시작된 우리, 우리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W. 뷔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