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울던 가연 씨가 울음을 멈추고 나의 품에서 벗어났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다, 풀려진 가연의 신발 끈을 묶어주었다. 그러더니, 눈 주위가 빨개진 채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 가연이었다.
" … 미안해요. "
" 뭐가요? "
" 가연 씨가 운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

" ... 근데, 나인지는 어떻게 알았어요...? "
" 자주 오진 않지만, 올 때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람이니까요. "
" 그래서, 목소리조차도 익숙했던 것 같아요. "
" ... 그 상황에서, 나를 붙잡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
" 흐음… 됐다. 가연 씨, 실례가 안된다면... "
" 가연 씨와 그 남성분과의 관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돼요? "
신발 끈을 마저 묶고, 나는 가연과 골목길 그 남자와의 과거를 물었다. 가연은 약간 주춤하며, 망설이더니 이내 나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2년 전, 선선히 바람이 불던 가을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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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했어, 지금...? "
" 헤어지자고. "

" 우리가 사귄 날만 자그마치 3년이야! "
" 근데, 뭐? 이제 와서 헤어지자고? 이유가 뭔데, 이유나 좀 듣자! "
" 너랑, 사귀느라… 나 참 피곤했어. 근데! 나도 내 꿈은 이뤄야지. "
" 너도...! 내 꿈 뭔지 알잖아...? "
" 나쁜 놈, 네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어?! "
" 나랑 헤어지고, 너도 그냥 꿈 이뤄!! 그럼 되잖아. "

석진은 그렇게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서 가려 했다. 나는 이대로 보내기 너무 화가 나서, 자그마치 3년이 고작 말 하나 때문에 허무하게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기분에 그를 붙잡았다.
터업_!
" 지금, 가면... 진짜 끝이야. 김석진! "
" ... 후... 나도, 많이 힘들었다, 가연아. 너랑 연애하는 동안. "

" ... 나쁜... 나쁜 사람, 나만 바라보겠다며! "
" 먼저 안 떠난다며!! 바보 같은… 흐윽...! "
타이밍에 맞춰 무슨 연출이라도 된 듯 비가 내렸고, 나는 비가 와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 쭈그려 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꼭 끌어앉고 한참을 비와 함께 펑펑 울어댔다. 석진은 춥다며 얼른 들어가란 말만 하고 그렇게 나를 두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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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이별의 아픔도 어느 정도 이겨낸 후 들은 소식에서는 석진이 꿈을 찾으러, 유학을 갔단 소리였다. 처음엔 충격을 받아 그날 일정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집으로 와서 펑펑 울었다. 곧 괜찮아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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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_ 현재
" 무슨 얘기가 더 남았어?... "
" 우리가 헤어진 골목 귀퉁이에서, 무슨 얘기가… 더 남았냐고. "
그토록 보고 싶던 얼굴이 내 앞에 있으면, 울 것 같았지만 예상과 달리 화만 더욱 치솟았고, 눈물은 조금도, 나지 않았다.
" 어, 어떻게 지냈어...? "
" ... 그쪽이 알아서, 뭐 하시게요...? "
" 헤어진 마당에 기름들이 붙고 불이라도 붙이는 중인가? "
" 가연아, 진가연... 정말...! 정말 염치없는 건 아는데!... "
"나랑 다시 사귀어 볼 생각 없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