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조각, 한 조각

Shining stars 4화

 급식실에서 우진이랑 눈이 마주쳤다. 놀랐다. 쟤가 왜 저기에 있는 거야. 내가 한 말이 큰 상처로 남았을 거다. 그래서인가, 날 진짜 무섭게 째려봤다. 나는 미안하다는 밀을 직접 하지는 못하겠기에 눈으로 ‘미안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눈치라는 것이 조금도 없는 전웅이 나한테 빨리 오라고 소리쳤다. 개자식아. 알겠어, 알겠다고. 나는 어쩔 수없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우진이도 나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을 거니까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우진이 오늘 어디서 자려나.”

 “야, 그렇게 궁금하면 학교 끝나고 몰래 우진이 따라가 봐.”

 “그러다가 우진이한테 들키면?”

 “지금보다도 더 최악이 되는 거지.”

 “뭐? 그러면 안 좋은 거잖아.”

 “안 들키면 되지, 뭐.”

 내가 누구를 몰래 쫓아가본 적이 없어서 들킬 확률이 너무나도 높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우진이가 걱정이 돼서 알겠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안 들키고 우진이를 따라갈까. 그냥 지나가는 행인인 척하면서 우진이를 따라가야겠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벌써 학교가 끝났다. 나는 전웅한테 혼자 가라고 한 뒤 서둘러서 우진이 빈 앞으로 갔다. 아직 우진이가 안 나온 갓 같아 다른 애를 기다리는 척, 우진이를 기다렸다. 오 분 즈음 지났나? 우진이가 나왔다. 대휘랑 같이 있었다. 나는 그 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그냥 내가 갈 길을 가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교문을 나와서 큰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대휘의 집이 나왔다. 우진이는 대휘의 어머니와 웃으면서 어떤 얘기를 했다. 아, 대휘 네 집에서 자는 건가 보다. 안심이 됐다. 이렇게 안 들키고 따라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우진이가 이상한 곳 안 가고 대휘 네 집에서 잔다니. 기뻤다. 속이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어, 대휘 네 집으로 짐 가지고 가는 거까지 봤어.”

 -와, 대행이네. 난 또 걔 이상한 곳 가는 줄 알고 조금 긴장했는데.

 “아니, 니가 왜 긴장해. 이건 내가 긴장할 일 아니냐?”

 -친구의 애인 될 사람인데 나도 좀 긴장하면 안 되냐?

 “ㅇ, 야! 진짜!”

 -뭐, 너 걔 좋아한다며. 걔만 보면 미칠 것 같다며~

 “야! 놀릴 서면 끊어. 너 차단해 버릴 거야.”

 -아. 알겠어, 임마. 어차피 나 학원 가야 돼서 끊어야 됨. 빠이!

 “그래, 그래. 수업 시간에 졸지 말고.”

 -내가 너니.

 그런데 이러다가 우진이가 대휘한테 마음이 생겨버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주면서 그랬는데! 아, 내가 아무리 그랬어도 내가 한 말 때문에 나한테서 떠난 것이긴 하지만. 울고 싶다. 속상해.

 “이대휘 걔 좋아하면 어떡하지? 아니야, 이대휘는 우진이 싫어할 거야. 디스도 많이 하더라! 그래! 아니야, 걔도 갑자기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지…? 아, 진짜! 그러기 전에 대휘 만나서 좋아하지 말라고 말할까? 아, 진짜 어떡해!”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당장 이대휘한테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받아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살마 둘이 이상한 짓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나도 못 해봤는데 이대휘가 나보다 먼저 하게 둘 수는 없어. 빨리 좀 받아라.

 -어, 선배님.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우진이 때문인가, 우진이 방금 알바 갔어요!

 “아, 그래? 우리 좀 만날 수 있을까?”

 -ㅈ, 저요?

 “혹시 싫어?”

 -ㅇ, 아뇨. 좋죠, 어디로 나갈까요?


 나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서 이대휘를 기다렸다. 이러는 거 조금 집착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나한테 우진이는 소중해. 아무도 못 뺏어가.

 “아, 선배님! 제가 좀 늦었죠… 근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어요?”

 “눈치가 있으면 딱 알지 않아?”

 “아, 네, 우진이 일인 건 알겠는데요. 아까 저희 집까지 찾아오셔서 우진이가 저희 집에서 지낼 거라는 건 알 텐데… 무슨 다른 일 있나요?”

 “… 우진이는 내가 거기 찾아간 거 모르지?”

 “네,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 대휘야, 내가 무슨 말을 히려고 하냐면…”

 “네네,”

 “나는 니가 무슨 일이 있어도 우진이 안 좋아했으면 좋겠어.”

 “… 네?”

 “친구 말고 그 이상의 감정 느끼지 말라고, 우진이한테.”

 “선배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제 감정을 선배님께서 뭐라고 하실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이미 좋아한다는 거야, 뭐야. 완전 정색하면서 저러니까 거 짜증이 났건 걸까. 대휘를 죽이고 싶을 마음까지 들었다. 동현아, 참자.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저 중1 때부터 우진이 좋아했습니다. 선배님께서 저보다 늦으시잖아요.”

 시발, 이 새끼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대휘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얘가 미쳤나, 나한테 맞고서도 처웃었다.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선배님, 우진이는 선배님보다 저를 더 좋아할 걸요?”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냥 시원하게 때리고 아빠 병원으로 데리고 갈까? 치료비 정도는 그냥 대주면 되잖아. 다리 하나 병신으로 만들고 싶었다. 나도 진짜 미친 짓인 거 안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이상한 거지. 진짜 하면 안 된다는 거 알면서도 이대휘가 너무 짜증이 나서 주체할 수 없었다. 우진이도 어디 하나 아픈 애보다는 멀쩡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아니지, 빨간 있는 애보다 빨간 줄 없는 애가 더 좋겠지?

 “… 그러면 내가 안 한 척 해야겠다, 사람들은 날 믿어줄 거야.”

 “… 뭐라고요?”

퍽, 퍽, 퍽. 내 모든 힘을 다해서 때렸다. 대휘는 곧이어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나는 그런 대휘를 업고 내가 안 그랬다는 듯이 당당하게 병원으로 갔다. 거긴 씨씨티비도 없고, 사람도 없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