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이는 내 건데, 분명히 내 건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우진이는 내 앞에서만 웃어야 되고, 우진이는 내 앞에서만 귀여운 짓을 해야 되고, 우진이는 나만을 사랑해야 하는데. 다른 놈들이 자꾸 우리 우진이 넘보니까, 싫었다. 이게 소유욕이라는 건가? 나는 어제 분명히 우진이랑 잤다. 우진이가 날 사랑해 주면 좋겠기에 했다. 그런데 우진이의 표정은 많이 안 좋았다. 내가 너무 심했나? 그래도 나는 우진을 사랑해서 이러는 건데, 뭐.
“우진아. 사랑해, 진짜.”
“…….”
나는 순간 느꼈다. 우진이가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내가 뭘 해야 될까. 나는 우진이 사랑하는 죄밖에 없는데. 우진이는 내 거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우진아. 학교 가야지,”
“… 응, 나 먼저 갈게.”
우진아. 내 마음 좀 알아줘라. 나 진짜 미친 거 같지만 너 너무 많이 좋아해. 너 사랑해, 너 없으면 나 안 될 것 같아.
나는 우진이가 먼저 학교에 가고 혼자 학교에 갔다. 전웅은 오늘 갑자기 학교를 일찍 가는 바람에 나 혼자가 됐다. 우진이 보고 싶다, 우진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또 다른 애들 앞에서 귀여운 짓 하고 있기만 해봐. 내가 무슨 짓을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우진이네 반으로 뛰어갔다. 우진이 주변에는 남자애들은 물론 여자애들도 서 있었다. 무슨 얘기인지 대충 엿들어보니, 덩치 큰 남자 애 하나가 나랑 우진이가 모텔로 가는 걸 봤다면서 우진이가 몸을 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러자 주변에 서 있던 애들은 한 번 하는데 얼마냐면서 키득거렸다. 화가 났다. 우진이는 그냥 내가 힘으로 끌고 간 거였는데 우진이가 왜 저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나는 반 문을 큰 소리가 나도록 세게 열었고 반 애들은 다 놀란 듯한 눈치였다.
“나랑 우진이가 잔 게 뭐 어떻다고, 미친 놈들아! 박우진. 니는 왜 듣고만 있어? 하… 됐고 넌 나 따라와.”
“싫어, 형이 뭔데?”
“이게 진짜! 따라와, 오라고!!!”
나는 괜히 소리를 치면서 우진이의 손목을 있는 힘껏 세게 잡고 끌고 갔다.
“우진아. 그런 건 듣고만 있지 말고 ㅈ…”
“형이 뭔데! 형이 뭔데 내 인생에 끼어들어서 지랄이야? 형이 뭐 나 평생 뒷바라지해 줄 수 있어? 없잖아, 나 그냥 가지고 노는 거잖아! 뭐 틀린 말도 아니고, 내가 거기서 화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뒷바라지해 줄 수 있어. 우진아, 나 너 사랑해서 이러는 거 모르겠어? 응?”
“아, 사랑해서 나 괴롭히는 거야? 사랑해서? 지랄하지 마. 나를 사랑하면 대휘한테 그러면 안 됐지, 이 쓰레기야.”
“내가 대휘한테 사과도 제대로 하고 발도 받으면. 그때는 나 용서하는 거야? 응? 우리 그러면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냐고. 아니면 내가 뭘 해야 돼? 응?”
옛날처럼 잘 지내는 거. 내가 제일 바라는 거다. 내가 잘못해서 벌어난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우진이랑 행복했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으니까. 우진이가 나 평생 용서 못 한다면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쓰레기가 될지 몰라서 더.
“… 나랑 옛날처럼 잘 지내고 싶으면 대휘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 빌고 또 빌어. 대휘가 당한 만큼 빌어. 대휘가 형 신고하면 그 만큼 벌 받고 그러라고. 그런 다음에 오면 나 형 사랑해 줄 수 있어.”
“알겠어, 알겠어. 우진이가 날 사랑해 준다면 내가 뭘 못하겠어.”
이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기회 놓치면 나는 대휘한테 사과할 기회도, 우진이랑 잘 지낼 기회도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 무슨 일이세요, 저희 집까지?”
“… 대휘야, 미안해.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내가 그때는 순간 욱해서 내 감정 주체하기 힘들었어.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게, 진짜 미안해.”
“아, 아니에요. 솔직히 제가 맞기는 했어도 먼저 선배님께 예의어뵤이 굴고 대들기도 했으니까… 제가 더 죄송해요. 근데 이거 엄마 곧 오는데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요.”
“… 어?”
“엄마가 이거 알면 선배님 죽으실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러는 겁니다. 그냥 저 사과 받았으니까 빨리 가세요. 우진이한테는 제가 잘 말해 놓을게요.”
“아, 으응.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내가 얘한테 뭔 짓을 했는데 얘는 왜 나를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는 거지…? 너무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너무 미안했다. 얘 우진이 좋아하던 거 아니었나? 왜 나를 도우려고 해, 더 미안하게.
“야, 그럼 너 정신 차리고 거백 갈겨. 이제 너 우진이가 하라는 거 한 거잖아, 그치?”
“… 그치. 근데 싫어하지 않을까?”
“싫어하든, 말든. 남자는 직진 아니냐! 어어, 저기 온다. 난 눈치껏 빠질게. 미리 축하해, 짜샤.”
“다 너랑 대휘 덕이지. 고맙다, 잘 가.”
“형. 사과했다면서?”
“응, 우진아. 나 그래서 할 말이 있어.”
“뭔데?”
“나 너 사랑해. 나랑 사귀자.”
우진이가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차이는 건가…? 에잉, 찰 거면 빨리 차지. 사람 민망하게…
“우진아. 그럼 좋으면 나한테 키스하고 싫ㅇ…”
우진이는 내 말에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입술 박치기를 했다. 카페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지만 나는 너무 좋아서 우진이가 숨쉬기 힘들다고 밀치는데도 우진이 목덜미를 꽉 잡았다. 너무 행복해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