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법한 일

양꼬치 가게에서의 만남 -본편



어디 하나 혼자인 사람은 보이지 않는 식당 한켠에 나만 혼자서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분명 나도 일행이 있었는데.. 그랬을터인데..



' 진짜 미안ㅠㅠ 남친이 갑자기 찾아와서  못 갈것같아ㅠㅠㅠㅠ 다음에 내가 한턱 쏠게!! '



대학생활에 치여사느라 친구와 약속 한번 잡기 어려웠는데 과제가 생각보다 빨리 마감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와 양꼬치를 먹으며 술한잔 할 생각에 한껏 들떠서 나왔는데, 현실은 우정보다 사랑이 먼저인 친구에게 바람을 맞고 말았다.


차라리 나오기 전에 연락을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자리까지 잡은 뒤라 다시 나가기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칸막이가 있는 구석자리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침착하게 종업원을 불러 주문을 하고, 잠시후 나온 양꼬치를 하나하나 끼워서 굽기 시작했다.



딸랑-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졌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자 본능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칸막이의 유리창 너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으로 뒤덮인 남자가 보였는데, 양꼬치 몰래 먹으러왔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먹는데 집중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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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두리번거리더니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옆 테이블에 나와는 대각선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사람도 혼자인가? 나는 괜한 동질감에 힐끗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는데 눈이 마주치자 당혹감에 고개를 돌리는것을 잊어버리고 말았고,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검정 스냅백을 더 깊게 눌러쓰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그가 슈가라는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나는 소리칠 뻔 했지만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았고 못 알아본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양꼬치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었다.


고기가 익었는지 안익었는지, 뜨거운지 안뜨거운지 따위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내 최애 그룹멤버가 내 옆에 있다니 심장이 빠르게 뛰어서 양꼬치의 맛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개념있는 아미니까 윤기오빠가 불편하지 않게 조용히 있어줘야지 생각을하며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 주문하시겠어요? "


" 어.. 양꼬치랑 새우로 주세요. "


" 네, 알겠습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듯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나가자 칸막이 방 안에는 나와 윤기오빠만 남았다.


주문할 때 살짝 낮게 깔린 목소리에 가슴께가 간질간질해지는것 같아서 괜히 양꼬치만 입에 밀어넣었다.


옆을 살짝 보니 손톱을 뜯으며 휴대폰을 보고있는 모습이 보였고 손톱을 뜯는 습관좀 고치고 싶다던 그의 말이 떠올라 나도모르게 입을 열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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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 뜯지마요 "


" ..네? "



일났다. 말투도 싸가지없게 말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나는 당황한듯한 윤기오빠의 입모양을 보고 어떻게든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 그.. 라이브때.. 손톱 뜯는 버릇 고친다고... 아 제가 사생같은게 아니구요 그냥.. 아.. 죄송해요.. "



윤기오빠가 온 뒤에 따라들어온 것도 아니고 내가 먼저 와있는데 그가 들어왔지만 혹여나 사생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횡설수설하며 말을 보태다가 생각한대로 말이 잘 나오지 않자 괜히 눈물이 차올라서 사과를 하곤 입을 다물어버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아서 그만 먹고 일어나야하나 생각하는 중에 종업원이 서빙을 위해 들어와서 잠시 안정이 되었다.


윤기오빠의 테이블에 양꼬치와 새우를 세팅해준 종업원은 맛있게드세요, 인사와 함께 다시 나갔고 나는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는 상황을 다시 설명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 혹시.. 아미분이세요? 제가 나중에 들어왔는데 무슨 사생이예요. 그렇게 생각 안했어요 "



라이브때 본 다정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연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며 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진짜 죄송해요 너무 팬이예요, 울먹임을 참아가며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내뱉으며 실물이 진짜 잘생겼다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모자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입매가 웃고있는 것이 보였다.


윤기오빠는 평소 사람의 눈을 잘 못보는 사람답게 고개를 들지 않고 나에게 울지말라며 말하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듯이 뒷목을 긁적였다. 나는 그 어정쩡한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 오빠가 울린거 아닌데 왜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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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제 앞에서 우셨잖아요.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



어쩜 말을 이리도 예쁘게 하는지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것 같아서 괜히 말을 돌리며 배고플것같은데 얼른 구워서 먹으라고 재촉했다.


항상 무심하고 무뚝뚝해보일것 같은 인상이지만 라이브와 본보야지에서 본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오늘로써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나는 윤기오빠가 불편해할것 같아서 두개 남은 양꼬치를 마저 먹고는 벗어둔 겉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거치대에 양꼬치와 새우를 잘 끼워넣은 윤기오빠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저 때문에 일어나는 거예요? "


" 아.. 아니요! 저 다 먹어서요! "



더 있으면 주접 떨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뒷말을 흐리며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윤기오빠는 주접이라는 말이 웃겼는지 옅은 입동굴을 보여주곤 잘가요, 하며 인사를 해주었다.


언제봐도 가지런한 치아라는 생각을 하며 혹여나 주변에 들릴까 작은 목소리로 슈가 최고 하며 엄지를 들어올리고는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오늘 바람맞힌 친구에게 고맙다고 톡을 날리며 신난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윤기오빠도 저번처럼 멤버들이 안간다고 한건가?


왜 혼자왔는지 물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의 사생활이니까 궁금해하지말자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