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 어서오..세요~ "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마른 체형에 검정색 비니부터 시작해 올블랙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카페로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사생은 아니지만 숙소와 가까운 카페라서 내심 한번쯤 멤버중 누군가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반년째 멤버는 커녕 얼굴이 알려진 매니저분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돈벌어서 콘서트나 가야지 생각하며 시들해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소원 성취 한것같다.
혼자서 왔는지 뒤따라오는 사람은 없었고 마스크까지 착용해서 눈만 빼꼼히 보였지만 무언가 불안한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피곤 카운터 앞으로 걸어왔다.
" 어.. 잠시만요 "

어차피 마시는거 정해져 있으면서 메뉴판 앞에 서서 고민하는 모습이 검정 고양이를 연상하게 했다.
심장이 터질것처럼 뛰어서 금방이라도 소리치며 팬이라고 아는 체를 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붙잡은 이성이 어떻게 온 기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고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새삼 카페 유니폼에 모자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하며 조용히 곁눈질을 하며 주문을 기다렸다.
" 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잔이랑요, 음.. "
역시 아-아를 주문한 뒤 뭔가 부족한 듯 말 끝을 늘이던 그는 이내 고개를 살짝 들곤 디저트 뭐가 맛있어요? 하며 내게 물었다.

고개는 들었지만 눈은 살짝 아래를 보고있는 모양새가 경계심 많은 고양이같아서 소리칠 뻔 했지만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이성을 붙잡고는 차분하게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를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잘 나가진않지만 그가 귤을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해내어 귤 타르트도 마지막에 슬쩍 언급해보았다.
" 아 귤도 있어요?"
맛있겠다.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결국 귤 타르트까지 주문해서 테이크아웃 해달라고 말하곤 진동벨을 챙겨 가까운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귤또 있어요? 그의 특유의 말투에 치여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또 저 바른 자세로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은 얼마나 귀여운지. 사람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평생 예쁜 옷만 입히고 맛있는 것만 먹이면서 둥기둥기 해주고싶다, 혼자 속으로 온갖 주접을 떨며 제조에 들어갔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때보다 더 집중해서 커피를 내리고 미리 준비되어있는 타르트에 귤 몇개를 몰래 더 집어 올리고는 진동벨을 울렸다.
" 저.. 그... 맛있게 드시고 또 오세요! "
" ..아.. 네. 감사합니다 "
딸랑-
..30초전의 나 왜그랬냐 진짜
그가 나가자마자 나는 쓰러지듯 주저앉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인데 뭐라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마음과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괜히 부담주면 다신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뒤엉켜서 나도 모르게 저런 말을 내뱉어버렸다.
좋게 보면 카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열정 알바생으로 보였을 것이고, 아니면.. 자신을 알아보고 수작을 부린 알바생으로 보였겠지.
부끄러움이 밀려왔지만 실물을 영접한게 어디냐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에 가서 다이어리에 적어야지 생각하곤 다른 손님들을 맞으며 알바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
"오 윤기형 왔어요?"
작업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뒷통수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만 돌려 들어온 이를 맞이했다. 요 며칠 작업실에서 살다싶이 하는 윤기를 운동이라도 시켜야겠다 싶어서 형이 직접 사온 커피를 마시고싶다며 억지로 떠민 호석이었다.
윤기는 어어. 대충 대답해주곤 사온 커피와 타르트를 테이블에 올려두곤 지친 걸음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거 다녀왔다고 이렇게 힘들일이예요? 호석은 못말린다는 말투로 한마디 하곤 웃으며 커피를 집어들어 한모금 마시고 물었다.
" 크 이거지~ 근데 이건 뭐예요? 케이크? "
" 어 그거 귤 타르트래. 원래 카페에서 이런것두 파냐? "
" 와 이 형 뭐지? 형 커피 막 다방같은데서만 먹은거 아니죠? "
요즘 카페들 장난 아니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포장을 뜯는 호석을 보며 윤기는 그럴수도 있지 내가 잘 안사먹으니까.. 억울한 듯 혼자 꿍시렁대며 포크를 집어들었다.
과일은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데 귤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눈빛으로 호석이 세팅을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먼저 가장 위에 엉성하게 놓여있는 귤을 하나 찍어먹었다. 호석은 함께 들어있던 나이프로 대충 조각을 낸 뒤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서 입속에 밀어 넣었다.
" 야 호석아 우린 지성인이야. 이 포크가 왜 있겠냐 "
우아한 척 깔끔을 떨며 포크로 찍어먹으려다 이미 조각난 것을 더 산산조각을 내버린 윤기를 보며 호석은 무릎을 치며 한바탕 웃고는, 이런건 원래 손으로 먹는거라며 입에 든 타르트를 우물거리며 형을 타박했다.
아니 그럼 포크는 왜주는거야 젓가락을 주지. 오늘따라 억울한 윤기는 괜히 애옹거리며 옆에 있던 물티슈로 손을 닦고는 한 조각을 집어 물었다. 우물우물. 잠시동안 먹는데 집중하느라 조용히 먹기만 하다가 마지막 남은 귤을 집어먹으며 윤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야 이거 맛있지않냐? "
" 아~ 맛있었어요. 윤기형 맘에 들어요? 또 사먹겠구만 "
다음엔 배달 시켜야지. 윤기는 본인이 좋아하는 과일이라서 그런지 만족스운듯 웃으며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등을 기대고 앉아서 알바생의 인상을 흐릿하게 떠올렸다.
자신을 알아본 것 같은데 또 아는 체는 안하다가, 나가기전에 힘찬 목소리로 또 오세요! 하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는 생각을 하며 호석이와 곡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